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지 Feb 16. 2024

여러분 저 고모되었어요!

조카 바보의 탄생


카톡!


별 감흥 없이 카톡을 열어보는데

눈으로 보고도 잘 믿기지 않는 사진이 와있다.


뿅! 다지 탄생!

(태명이 노다지였음)

남동생이 아기가 태어났다며

작디 작은 신생아 아기 사진을 보내왔다.


아기가 태어났다고?

잠시 뇌의 모든 흐름이 멈추고

다시 한번 되묻게 된다.

아기?




큰 아들 작은 아들 낳았던 날을

잊은 것은 아니다.

적당히 힘들고 적당히 감격스러웠던 정도로만

대충 기억은 하고 있다.

사람이 너무 고통스러우면 뇌에서

극한의 기억은 지운다던데

그래서 그런지 얼마나 아팠는지,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구체적으로는 잊었다.


그리고 아들들이 태어났을때

얼마나 작았는지도 다 까먹어버렸다.

그런데 이 사진 속 아기는

너무나 작고 귀여워서 미치겠다.




실물을 본 것도 아니고

요즘은 유리창 밖에서 보는 면회도 안된다는데

딸랑 사진 한장을

보고, 또 보고.

확대해서 눈도 보고 코도 보고

앙다문 자그마한 입술도 보고 또 본다.


본다는 것이 이리도 경이로운

감정을 줄 수 있던 것이었나.

사진 한장일 뿐인데

달큰하고 어여쁜

아기냄새가 벌써 느껴지는 것 같다.

연하고 보드라운 볼에 뽀뽀를 하면

얼마나 솜사탕 같을까.

이유도 없이 꼭 쥔 주먹을 살살펴면

그 새콤한 주먹 냄새는

얼마나 귀여울까.




세상에 조카가 그렇게 예쁘다더니,

보통 결혼 안한 사람들이 조카로 아기를 처음보니

처음 보는 아기를 예쁘다고 생각하는 줄 알았다.


근데 그게 아닌것 같다.


나는 아기를 둘이나 낳아보고

키워보고 만져보고

수면교육 갖다버리고

매일 안고자며 주물러터뜨리고

다 했는데 (지금도 재워줌……)


조카라는 존재가 태어나자

그냥 나는 무장해제가 되어버린다.

아기라서가 아니고 내 조카라서 예쁜가보다.


태어난지 하루 이틀만에

온 가족을 바보로 만든 우리

공주 조카.


이 세상 모든걸 다 사서 주고싶은

이런 맘이 조카바보 맘이었네.


이 세상에 온걸 너무나도 환영해!

나의 첫 조카

귀여운 공주님

사랑만 가득 줄꺼야.


아직 이름도 없고

만난적도 없는 너지만

너무너무 사랑해!




작가의 이전글 초딩 아들이 혼자 차린 밥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