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보다 더 AI 같은 태권도장 시스템
태권도는 정말 신기하고 경이롭게 운영된다. 아이들이 유치원생부터 중고등학생까지 빼곡하게 차있으며, 낮 2:30부터 시작해서 저녁 9시부까지 끊임없이 돌아간다.
한 수업은 한 시간가량 진행되고 수업 사이사이에는 줄넘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30분의 휴식시간이 있다. 그리고 한 수업에는 약 30명 정도의 아이들이 참여하게 된다.
태권도로 발생하는 매출을 대략 계산해 본다면
태권도 원비가 대략 한 달에 17~19만 원 정도하고
두세 달에 한번 정도 심사비 만원이 별도다.
심사비는 제하더라도 대략 한 달 매출을 계산해 보면
18만 원 * 한 타임당 30명 * 하루 6타임은
약 32,400,000원이고, 유치부 별관에서
4타임정도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약 21,600,000원을
추가하면 한 달에 약 54,000,000원이 매출인
큰 규모의 사업체라고 볼 수 있다.
고정비는 인건비, 임대료, 관리비 정도가 나갈 텐데
재료비 등이 크게 들지 않는 것도 장점일 듯하다.
이 사업의 핵심 수입은 ‘수련생’들이다.
그리고 영어나 수학처럼 학원을 레벨업 하려고
바꾼다든지, 트렌트에 맞춰가려는 것 없이
운동은 누구나 꾸준히 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한번 흰띠로 등록하면 검은띠까지!
대표시범단이 될 때까지 몇 년은
주구장창 마르고 닳도록 다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도장에 잘 적응하고
즐겁게 잘 다니면서 운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참 중요한 요소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참 마법 같은 운영시스템이 이루어진다.
등록을 하면 주 2회든, 3회든, 매일가든 상관없다.
하루에 두 타임? 상관없다.
(필자의 아들이 태권도에 미쳐있을 때는
하루 두 세 타임씩 매일 가는 날들이 있었다..)
사실상 이름 김철수가, 무슨 요일, 어느 시간에 오는 것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어쩌다 한번 결석을 하면?
“철수 어머님~ 안녕하세요!
오늘 철수가 결석을 해서 전화드렸습니다!
철수가 무슨 일이 있을까요? “
하고 정말 따뜻한 목소리로
(잘생긴) 사범님이 어김없이 전화를
걸어주신다.
도대체 어떻게 아시는 건지?!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미스테리다.
하루 240명이 랜덤으로 드나드는데
작은 1학년 한 명이 안 왔다고
(따로 출석을 부르거나 체크를 하는 시스템도 아니다)
바로 알아차리고 전화를 할 수 있는지.
이것이 첫 번째 미스테리 AI 시스템이다.
두 번째 미스테리 시스템은
수준별 수업이 나뉘어 있지 않은데도
아이들이 끊임없이 실력이 조금씩 조금씩
올라간다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고려 금강을 멋있게 하고 있는데
우리 아들은 흰띠를 매고 태극 1장을 배운다.
어느 세월에 배울 수 있을까 하지만
시간이 훌딱 지나가서
부모를 초정하는 공개심사에 가보면
작은 태권소년이 다부지게 태극 1장을 해내며
심지어 부모가 잡고 있는 송판을
손으로 망설임 없이
격파!!!!
해버리니
애미는 태권도가 신통방통하고
눈물을 글썽이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분명 단체 수업인데 일대일 맞춤 수업을 한다는 것
그것이 두 번째 태권도 인공지능 시스템 같은
미스테리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태권도의 미스테리는 바로
사범님의 기억력과 늙지 않는 외모다.
큰 아이가 태권도를 4년 다니다가
작년에는 1년 넘게 쉬어서 아예 가지 않았다.
게다가 나는 4년 전쯤에 도장에 간 것이 마지막이라
사범님이 나를 기억할리 만무하다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내가 가자마자 사범님은 마지 어제 봤던 사람처럼
바로 나와 두찌를 보며
“아! 네가 서누 동생이구나! “
바로 외쳐버린다.
나는 어제일도 기억 못 하는데 무슨 일..
그리고 정말 한결같이
모습이 그대로다. 뱀파이어들이 따로 없다.
(나만 늙나 보다)
혹시나 좀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에도
우리 아들은 엄마가 태권도 쉬라고 할까 봐
절대 아픈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한다.
어쩌면 그다지도 태권도가 재미있을까?
이것이 마지막 미스테리다.
오늘도 회사에 있는 나에게 전화가 한통 온다,
“엄마! 나 태권도 두 타임 해도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