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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지 Mar 28. 2024

인스타그램, 독 아닐까.

나의 뇌를 갉아먹는 독


나는 싸이월드가 핫하던 시절부터 블로그를 좋아했다.

태터툴즈를 이용해서 일 년에 몇만 원 도메인도 직접 사서 www로 시작하는 나만의 주소를 만들어 블로그로 쓰곤 했다.

그런데 그것이 흑역사로 느껴졌던 그 어느 순간 도메인갱신비가 아깝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해서 고물컴퓨터에 대충 백업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그 블로그는 폭발시켜 버려 그때 쓴 글들은 모두 하늘나라에 가있다.


어쨌든 나는 그런 블로그류를 좋아했다.

보는 것도 재미있고 쓰는 것도 재미있었다.




몇 해 전부터는 스멸스멸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는데

인스타그램을 하는 것이 즐거웠다.

ENTP와 ESFP를 오가는 나의 성격과 잘 맞는 건지

어쩐지 아무튼 인스타그램을 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처음에는 애들 얼굴이 나오는 사진을 올리다 보니까 비공개 계정으로 만들어서 친구들과 소소하게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 좋았다. 애들이 쑥쑥 크니 내 예전 게시물들을 보며 아 이때 여기 놀러 간 거 좋았지, 이때는 애들이 참 어렸네, 하면서 지난 과거의 나의 가족사진들 보는 게 크나큰 재미이자 기쁨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내가 주로 보는 것들이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유머 콘텐츠와 요리 및 카페 맛집 콘텐츠들로 점철되더니, 이제 나는 틈만 나면 인스타그램 릴스를 들어다 보고 있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그러다 결정적인 사건이 생겼다.




회사에 바쁜 일이 있어서 아이들을 모두 씻겨 재우고 새벽 한 시 그 고요한 시간에 일을 시작하려고 컴퓨터 세팅을 마쳤다. 본격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몸을 푸는 차원으로 잠시 인스타그램을 한 번만 봐야지 하고 잠시 켰는데.


그러나 결국 시계는 새벽 3:30.


귀중한 시간을 훌쩍 넘겨버리게 된 나 자신을 발견하고는 심한 자괴감이 들었다. 인스타그램이 나의

정신과 시간을 갉아먹고 있구나.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어린아이도 아니지만, 내 핸드폰 앱에 제한시간을 걸었다.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하겠지 했는데 이게 웬걸, 정말 짧게 느껴진다. 우리 아들이 하루 55분 게임을 하는데 그 시간이 너무 짧다고 아우성칠 때 콧방귀도 안 뀌었지만 그 마음을 이젠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제한시간을 다 썼다 하더라도 당연히 1분 추가 버튼이나, 15분 추가 버튼을 누르면 다시 인스타그램은 활성화된다. 그렇지만 아무 제한이 없는 것보다 훨씬 낫다. 반성을 보다 더 할 수 있다.




참 이상하다.


나는 핸드폰이 참 좋은데,


핸드폰 없는 세상에서 살 고 싶다.


I love you but I hate you,


I hate you but I love you.


노래가사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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