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 같을 때
무기력하고 우울감이 든다.
회사에서 보내주는 연수생 선발에 지원했는데,
떨어졌다. 13년 전에 회사를 휴직하고 로스쿨을 다녀왔는데, 그것 때문에 승진에서 쭉 밀렸는데
한번 승진이 밀리고 나니
매번 후배들과 경쟁이 되고
후배에게 밀리고 그렇게 된다.
그렇지만 매번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는다.
여전히 회사를 다니는 내내
내 동기들은 동기고
선배는 선배
후배는 후배인데
내가 선배니까 후배에게 밥도 사주고
후배가 결혼식 축가 불러달라 하면 불러주고
우리 집에도 놀러 오고 해 봤자
나는 후배보다 호봉이 하나 낮았고
연수생 선발에서는 밀리는 것임을
바보같이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밀릴 거였으면 멍청이처럼 선배노릇이나
하지 말걸. 바보같이.
도무지 힘이 나질 않는다.
회사 일이 내 마음대로 될 수 없는 일임을
나도 머리로는 잘 알고 있지만
여러 날 새벽을 지새우면서 열심히 일하고
승진이 밀려도 꿋꿋하게
내 할 일을 촤선을 다 해 잘 해내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회사라는 조직이 막연히 알아주겠지
기대를 했던 것 같다.
자꾸만 멍 해지고
눈물이 고인다.
회사 뭐 별거라고,
떠나면 그만인 그런 곳임을
알고 있건만
누구도 시키지 않은 누구도 바라지 않은
그런 애정을 혼자 2009년부터 키워와서
혼자 바라고 원하고
내가 그러는 모양이다.
빨리 털어내고 싶은데,
자아실현과 부의 축적은
회사 밖에서 하는 거라고
뼈 때리는 조언을 들어도
‘회사야, 너 정말 나 안 알아줄 거야?
내 맘 정말 몰라? 나도 그럼 마음 접어?‘
회사가 사람이라면 속 시원하게
물어보고 싶다.
시원하게 내가 싫어서 헤어지자는 거면
나도 마음 정리 하게.
사람이 아니니 한 사람의 결정도 아니라
스무 명 붙잡고 물어볼 수도 없다.
“배 변호사가 본사를 비우면
우리 회사가 무너질까 봐 그런 거 아니겠어요? “
인사팀장님이 익살스럽게
위로반 무마반 해주는 말씀을 들으니
어이없기도 웃기기도 해서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인사팀장님이 조용히
“휴 이렇게 또 하나 해치웠네.. “
읊조리신다.
또 한 번 웃음이 터져 나온다.
아 팀장님!!
“아 들었어요? 미안 미안해요~”
그러고 보니 인사팀장님도 참 힘드시겠네, 싶었다.
여러 명이 커피도 자꾸 사주고
밥도 사주고 술도 사주니
마음의 위로가 좀 되는 거 같았다.
그래도 햇빛이 눈부신 평일 낮에
휴가를 내고 카페에 앉아서
마음이 고요해지면
마음이 가라앉고
그곳으로 검은 눈물이
계속 고인다.
어서 내가 이걸 털어냈으면.
이겨내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