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도 귀여움 받을 수 있다는 것
8살 아들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양손으로 내 볼을 꾹 누르면서
못 참겠다는 듯이 말해준다.
'엄마는 왜 이렇게 귀여워?'
그 맑디 맑은 눈망울에 거짓은 한 톨도 섞여있지 않고
진심만 가득하다.
엄마가 귀여워?
솔직히 거울을 보면 귀엽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고
늘어가는 새치와 주름에 어떻게 관리를 해줘야 하나
한숨만 쉬던 나로서는 정말 의아하다.
'응! 엄청 귀여워!'라고 하더니
그 작은 두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고
작은 엄지 손가락으로
나의 입가를 조금 밀어 올려보더니
'이렇게 하면 완전 애기같애서 더 귀여워!'
라며 놀랍다는 듯 사랑스럽게 외친다.
귀엽다라는것.
사실 '너 왜 이렇게 귀여워?'는 내가
두찌아들한테 나도 모르게 자주 하게 되는 말이다.
둘째는 정말 귀엽다.
자고 있어도, 웃고 있어도, 울고 있어도, 뾰로통해 있어도, 심술을 부려도, 날 귀찮게 할 때도. 그냥 얼굴만 보면 너무 귀여워 죽겠다는 게 내 솔직한 심정이다.
나한테 얘가 귀여운 건 진짜 객관적으로 아직 1학년 작은 사람이라 귀엽게 생기고 또 생물학적으로 내 아들이라 뭔가 샘솟아 그런 거겠지 싶다.
그런데 솔직히 나는
내 인생에서 내가 귀여울 때는 한참 지난 게 사실이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남고와 여고가 붙어있는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한 정문 안에 두 개의 건물로 나뉜 구조라서, 우리 학교를 등교하려면 남고 건물을 쭉 지나서 걸어와야 했다.
그때 남고 아이들이 가끔 여고 아이들에게 분필을 던지곤 했는데 그때 던지는 분필마다 뜻이 있다고 하면서
노란 분필을 던지는 의미가 '너가 귀엽다' 라는 의미라며 노란색 분필을 자국을 교복에 묻히고 등교한 친구가있으면
오~~~~ 귀요미~~~~~ 하면서 놀리곤 했었다.
(물론 그 와중에 아침부터 깍두기를 맞고 온 친구가 있으면 울상이었다)
그런데 마흔에 다시 내가 귀엽다니.
하물며 연애할 때도 내가 남편을 귀여워했을 뿐
나는 남편에게 귀엽단 말은 못 들어봤는데.
내 기준에서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애가
나한테 진심으로 귀엽다고 해주니까
어쩌면 나도 쫌 귀여운 건가 싶다.
마흔에도 귀여움을 받을 수 있다니
이것 참 예상치 못한, 기분 좋은 행운이다.
너두? 나두?
야 나두 귀엽대!
(싱글 벙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