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없이 풀코스 대회에 나가있는 꿈
어젯밤 나는 꿈에서
마라톤 풀코스를 나가있었다.
막 뛰기 시작한 시점인지
아니면 중간쯤 뛰던 시점인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내 배에 감아둔 힙색이
텅텅 비어있었고
있어야 할 아미노바이탈 젤이
아예 하나도 없었다.
너무 당황스러웠다.
내가 몇 킬로쯤을 뛰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실질적으로 힘들다거나 목이 마른 것도 아닌데
내게 젤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만으로
힘들 때, 없을까 봐
목마를 때, 없을까 봐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했다.
걱정에 휩싸이다 말고
꿈에서 깼다.
그리고 안도했다.
아 꿈이네. 다행이다.
아무래도 이번주 일요일
JTBC 마라톤 풀코스를 나갈 것이
꽤나 마음의 부담이 되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그전에 하프 나갈 때는
15K라도 혼자 뛰어보고
하프를 완주할 수 있겠다는 마음을 가졌는데
지난 10월 3일 하프를 뛴 이후로
단 한 번도! 1K도 뛴 적이 없는데
갑자기 시간이 날라가지고
이번주 일요일이 풀코스 대회날이
와버렸고
입으로는
아 그냥 30K라도 뛰어볼 겸 나가겠다
연습할 시간이 도저히 안 나니
대회를 연습 삼아 뛴다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솔직히
42K 완주를 너무 해보고 싶은 것이
내 검은 속내였던 것이다...
행동파 손가락 덕분에 광클로 얻어낸
내 7만 원짜리 풀코스 대회 참가 배번호는
이미 집에 와있는 이상 빠꾸는 없는데.
이렇게 스트레스 받아가며
뛰어내고 싶은 이 마음도 참 희한하다.
대체 누가 나더러 뛰라고 했냐고요.
이상한 압박과 걱정이 슬슬 되어서
혹시라도 이번주 일요일에 내가 완주를 해낸다면
이제 그만 마라톤을 은퇴하고 싶다.
시작도 하기 전에 은퇴다짐을 해보니
더욱 빛나는 은퇴를 하고 싶다.
잘 뛸 수 있을까.
일단 내 비록
뛰기 훈련은 못했지만
젤은 주머니에 꽉꽉 가지고 간다.
하프가 2시간 26분이었으니
풀코스는 다섯 시간이 내 목표다!
킬로당 7분 페이스로 7*42K = 294분, 즉 4시간 54분!
페이스 절대 지켜...!
페이스메이커만 따라가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