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자식에게
굉장히 헌신적이고 세심하면서도
유머가 넘치고 세련된 사람이다.
그런데 엄마는 고상하면서도
동시에 거친 여자의 면모가 있다.
엄마는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지만
내 생각에는 분명히 소싯적에
담배 좀 태웠을 것 같고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분명히 엄마가 번뇌에 휩싸였을 때 한대 피우는 것을 본 기억이 있는데 당사자는 전혀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중)
우리 집 어린이들이 가끔 욕은 아니지만 거친 말을 배워올 때가 있는데 대체 그 출처가 어디인가 조 사하다 보면 외할머니...?라는
갸웃거리는 생각의 끝을 마주할 때가 있다.
58년 개띠인 엄마는
58년 개띠인 아빠와 동갑이고
동갑내기 개띠 부부는
자식들이 어리고 부부는 혈기왕성할 무렵에
한 번씩 부부싸움을 할 때가 있었는데
내 기억에 정말
온 힘을 다해 격렬하게 싸웠었던 것 같다.
물론 정말 싸움이라기보다는 일방적으로 엄마의 쇼미 더 머니 스타일의 스웩 쇼잉 정도이었던 것 같기도 한데 (아빠는 깜짝 놀란 관중...)
아무튼 그럴 때 막 불처럼 타오르는 모습들을 봤었기 때문에
내가 남편이랑 싸울 때 야! 너! 정도 소리를 들어도
(들어본 일은 없어서 듣는다면) 아무렇지도 않을 것 같다.
남편이 나보다 6살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남편은 반면 내가 싸우다가 야! 너! 한번 소리를 지르면
막 동공이 지진한다.
표정이 새초롬 해지면서 몸을 부르르 떨고
정말 못 견디겠다는 그 표정이
너무나 리얼하게 읽힌다.
사람마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포인트는 다 다르겠지만, 솔직히 나로서는 대수인가 싶은 포인트에 막 무너지니까 싸우다가도 좀 안쓰러워진다.
응? 벌써 이 한마디에 무너지는 거야?
안쓰러움이 다 채 가시기도 전에
남편은 자신의 분노를 자포자기로 표현해버린다.
그래 내가 다 잘못했고 그냥 시키는 대로 할게.
응? 나는 시작도 안 했는데 이렇게 백기를 드는 거야?
남편의 부모님은 평생을 서로 큰소리를 내고 싸워 본일이 없다 하셨다.
그저 의견이 안 맞을 때면 서로 며칠씩 이야기를 안 하는 냉랭한 얼음 같은 분위기를 견뎌야 할 때는 있었지만 불 같이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없는 그는
불화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이 되는 것인지 전의를 상실하고 그냥 이게 다 내 탓이다로 끝내버린다.
그런 그의 전략은 그냥 긴말하기 싫고 피곤해서
마누라한테 져준다는 생각으로 남편의 지위에서 취하는 전략적 전략일 수도 있겠지만
어느 한편
다소 잡초처럼 적당히 어머니와 아버지의 격렬한 다툼도 보고 세상이 그냥 다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고 거칠 때도 있는 엄마 밑에서 자란 나와 달리
큰소리를 한 번도 내지 않는 부모님 밑에서
거친 소리 안 들어보고 자란 그라서
더 못 견디겠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또 불 같은 엄마 밑에서 자란
우리 아들들은
또다시 잡초처럼 자라나서
적당히 모진 소리 좀 들어도 내상을 입기보다
흥 그런가 보다 튕겨내며
험한 세상 잘 이겨내며 살아내길 바란다는
희한한 결말을 지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