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틋한 사이

부부는 왜 애틋하지 못한가

by 배지


회사 출근길에 애틋하게 인사를 나누는 한 커플을 보았다. 누가 봐도 앳된 얼굴, 잠시 헤어지는 것이 아쉽고 또 한편 서로의 하루를 정말 무해하게 좋은 하루가 되길 서로를 격려해 주더라.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백 퍼센트 내 연인이 잘 되길 바래보였다.


나는 어제도 또 남편이랑 싸웠다.


저 연인사이와 내 부부사이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흔히들 부부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간다지만 일단 연인을 졸업하고 혼인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 그 둘은 로맨스보다 눈치게임 치킨게임 제로섬게임에 입장하게 되는 것이다.


연인은

행복하게 맛집에서 둘이 밥을 먹고

애틋하게 한 명의 집 앞에서 아쉬운 키스를 나누고

돌아서면 각자의 집에서 각자 발 뻗고 자면 되지만


부부는

이모님 퇴근시간에 마음 졸이며 후다닥 밥을 먹고

헐레벌떡 같은 집에 들어가면

놀아주고 숙제 봐줘야 할 아들들이 있다.


연인은

너가 집에서 편히 휴식을 취하고

혹은 필라테스를 가고 발레를 하는 것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것이

내 삶에 어떠한 지장도 없고 더 기쁠 수도 있지만


부부는

너가 집에서 퇴근 후에 편히 소파에 드러누워

큰소리로 티비를 틀어두며

예능프로그램을 시시덕거리며 보며 웃는다는 것은


두 아들들의 비위를 맞춰가며

아이 본인도 하기 싫을 숙제를 어떻게든 시켜가며

아이들의 작은 발전을 위하는 일이나

재우는 일이나

동화책을 여러 권 읽어주는 일이나

아이 미래를 계획하는 일을


나 혼자 다 떠맡아야 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자면

너가 혼자 행복과 휴식을 추구하면

나의 행복과 휴식은 딱 그만큼 사라지니


너의 행복과 휴식을

고운 마음으로 바랄 수가 없는 게

부부인 건가 싶다.


좀 같이 육아 노동을 해치우고

같이 휴식할 수는 없는 건지


사실상 8시 퇴근 후 밤 12시까지는

네 시간 남짓이라 저녁 먹고 씻고

숙제만 봐주면 거의 시간은 사라지니

그 짧은 시간에 눈치껏

화장실에서 핸드폰 들고 들어가서

절대 절대 안 나오며

혼자 좀 살아보겠다고 버둥거리는 것까지는

모른 척 간바레 응원 비슷한 걸 해보지만


대놓고

나의 휴식 행복 추구권을 앗아가며

자기 혼자 휴식하며 행복하겠다는 것은

정말 도저히 용납이 안 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부부가 애틋한 사이가 될 수 없는 이유다.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야......


그렇다고 꼭 뭐 내가 애틋하고 싶다는 건 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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