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지 Dec 19. 2023

엘레베이터 안에서

엘레베이터 속 홍시 냄새의 정체


'아오 술 냄새...홍시 냄새 같은 이 냄새....'

엘레베이터에 들어서면서 누가 이렇게 얼큰하게 취해서 집에 갔나 생각했는데 그 생각을 한지 2초가 채 지나지 않아 나의 착각 이었음을 바로 깨달았다. 엘레베이터 손잡이에 달랑 달랑 달려있는 손 소독제 냄새였을 뿐이다. 티싼크루프 따위의 철강 회사 이름 적혀 있고 최대 수용 인원 그리고 많은 층수의 숫자가 적힌 네모 모양 차가운 철의 공간.


어렸을 때 나는 아무도 없는 엘레베이터 안에서는 크게 노래를 부르곤 했다. 처음에는 어쩐지 그 작은 공간의 문이 닫힐때 내 마음도 철컹 무서운 마음이 들어 노래를 시작했었다. 차자 커가면서 무서운 마음은 없어졌어도, 그 엘레베이터의 폐쇄된 공간의 울림이 내 귀에 (실제보다) 잘부르는 노래처럼 들리게 해줘서 엘레베이터 안에서 나는 중학생이 되어서도 사람만 없으면 시도때도 없이 바이브레이션을 간드러지게 넣으며 큰소리로 노래 했었다.


그 큰 엘레베이터 철문만 닫히면 아무도 안들리는 줄 알았지.


어느날 목청껏 노래를 부르다 아랫층에서 멈추길레 문이 열리기 전에  시치미를 뚝 떼고 지루한듯한 표정으로 서있었는데 엘레베이터에 타는 아주머니가 "오우~ 노래 잘하는데?" 라고 웃으며 이야기해서 나는 그제서야 철문 밖으로도 노래소리가 다 들린다는 것을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깨닫고 그 다음부터는 노래를 멈췄다.




개방된 공간이지만 은밀하고, 또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설렘을 주기도 했던 엘레베이터 속 공간이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에는 약간 공포의 공간이 되어버린것 같다. 확진자와 대화도 나누지 않고 엘레베이터만 잠시 같이 탔을 뿐인데 공포의 병이 옮아버렸다는 사실이 엘레베이터를 타 사람들의 마음을 얼어 붙게 만든다.

 층가는지 물어 다른 집 층수를 눌러주기도 하던 사람들이 이젠 조금이라도 서로 멀리 떨어지려 하고 손은 커녕 손가락을 내밀기도 두려워한다. 망할 코로나바이러스가 지나가면 다시 엘레베이터는 무서운 공간이 아니게 되겠지.


그렇다고 해서 내가 혼자 있을때 노래를 크게 부를 것도 아니지만서도.



* 코로나가 기승을 부렸던 시절에 저장만 하고 발행하지 않았던 글을 뒤늦게 발행해 봅니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 내가 농구선수하면 어떨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