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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지 Dec 11. 2023

엄마, 내가 농구선수하면 어떨까?

아들이 질문했다.


10살 아들이지만 아직도 재워준다. 재워주는 방법은 아기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팔베개해서 토닥여주고 부드러운 이마를 쓸어주고 엉덩이를 두들겨준다.


어제는 농구대회가 있던 날이라서 다리가 무척 아팠을 것 같아 다리를 주물러주며 재워주었다. 괄사를 이용해서 다리를 좍좍 밀어주기도 하고 발가락 사이사이에 로션을 잔뜩 발라서 내 손가락 마디와 꽉 끼게 만들어 터질 것 같은 마사지도 해준다.


손바닥 오감에 집중하며 어떻게 하면 더 시원할까만 생각하고 있는 나에게 아들이 아무렇지 않은 척 '엄마 내가 농구선수를 하면 어떨까?' 물어본다.


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그렇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하게 답변한다.

'어 농구선수 좋지~'

그리고는 잠시 쉬었다가 이내 말을 이어간다.

'그런데 사실 제일 좋아하는 건 하나 아껴두고, 두 번째로 좋아하는 일을 일로 하는 게 제일 좋다고도 하더라~ 제일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점점 그 일이 재미 없어져서 좋아하는 일이 없어진다고도 하더라고'


아무렇지 않은 척 정말 그렇다던데, 나는 흑심 없이 순수한 지식전달인 것 같은 뉘앙스로 말했다. 그리고 농구대회 우승을 마친 아이는 이내 골골 잠이 들었다.





내 가슴은 그 질문에 왜 덜컥 내려앉았을까.


사실은 제일 좋아하는 일이 없어질까 봐 농구선수를 직업으로 하면 아쉬울 거라고 말 한건 아님을 난 스스로 알고 있다.


농구를 사랑하는 10살 소년을 나는 진심으로 응원한다. 그렇지만 내가 잘 모르는 세계를 동경해 보는 아이의 질문에 무조건적으로 박수 치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부부가 타고난 유전자가 그리 운동신경이 빼어나지 못한 걸 알고 있으면서 운동선수의 길을 마냥 환영하기가 쉽지 않다.


아이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꼭 내 유전자를 전달했다고 해서 나와 같으란 법은 절대 없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기왕이면, 내 자식이

내가 아는 지식 범주 내에서 너무 몸이 힘들지 않고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라게 된다.  


예체능의 길이 험난함을 들어서 알고

또 몸을 열심히 쓰니 부상 걱정부터 되는

편협한 부모가 바로 나였던 것이다.




멋있는 부모라면,

아이가 가볍게 휙 던진 진로고민 한마디에

엄마는 네가 무얼 하든 양손 들고 환영한다!

이렇게 멋지게 환영하고 지지했을 텐데.


나는 오늘도

못난 부모라


농구는 취미로만 잘하는 게 어떨까 하고

넌지시 안 권하는 듯 권해보며

그저 내 자식이 몸 안 힘들고

잘 먹고 잘살았으면 하는 흑심을

숨기 지를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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