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아등바등 잘 살려고 하는
내 삶이 가여워져서
오늘 아침부터는
열심히 살지 말아야지 결심했다.
아침에 옷 안 입고 소파에 여유 있게
앉아있는 아이에게
옷 입어라 지각이다 늦었는데 왜 앉아있냐
어제의 나는 잔소리를 비위 맞춰가며 했겠지만
오늘부터 불량하게 살기로 한
오늘의 나는 그저 무심하게 한마디
툭 던졌다,
나는 간다
아등바등 살지 않기로 했으니
사두고 비싸서 막상 신으려니 아까워
모셔두기만 한 로저 비비에 구두도
과감하게 신발장에서 꺼내 준다.
한번 신어보니
여전히 예쁘다.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이렇게 예쁜걸
더럽고 거친 강남역 아스팔트 위를
걷게 한다고?
안 될 말이네
얼른 들어와서 쇼핑백을 하나 꺼내
고이 담는다
비싸거나 말거나 신고 싶은 구두는
팍팍 신어서 신어제끼는
별생각 없는 태도로 살려고 했는데
거참 잘 안된다.
그래도 회사에 가서는
팍팍 신을 거다.
왜냐하면 나는
오늘부터 불량하게 살기로
마음먹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