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하게 살기로 마음먹었다

되는대로 살자

by 배지


어젯밤 아등바등 잘 살려고 하는

내 삶이 가여워져서


오늘 아침부터는

열심히 살지 말아야지 결심했다.


아침에 옷 안 입고 소파에 여유 있게

앉아있는 아이에게

옷 입어라 지각이다 늦었는데 왜 앉아있냐

어제의 나는 잔소리를 비위 맞춰가며 했겠지만


오늘부터 불량하게 살기로 한

오늘의 나는 그저 무심하게 한마디

툭 던졌다,

나는 간다


아등바등 살지 않기로 했으니

사두고 비싸서 막상 신으려니 아까워

모셔두기만 한 로저 비비에 구두도

과감하게 신발장에서 꺼내 준다.


한번 신어보니

여전히 예쁘다.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이렇게 예쁜걸

더럽고 거친 강남역 아스팔트 위를

걷게 한다고?

안 될 말이네

얼른 들어와서 쇼핑백을 하나 꺼내

고이 담는다


비싸거나 말거나 신고 싶은 구두는

팍팍 신어서 신어제끼는

별생각 없는 태도로 살려고 했는데

거참 잘 안된다.


그래도 회사에 가서는

팍팍 신을 거다.

왜냐하면 나는

오늘부터 불량하게 살기로

마음먹었으니까.









이전 11화삶이 지겨울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