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지겨울 때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은 충동
가끔. 특히 오늘 같은 날이면.
삶이 지긋지긋하게 지겹다.
아침부터 일어나서 두 아이들을 깨워야 하는 것도.
비위를 맞춰가며 밥을 먹으라고
옷을 입으라고
손을 붙잡고 셔틀버스까지 헐레벌떡 뛰어가는 것도
다시 아파트 입구까지 와서
첫째 손잡고 헐레벌떡 학교 정문까지 또
뛰어가는 것도
어느 날은 이런 일상이 빛이 나도록
행복감에 차오르는 아침 일상이었는데
오늘 같은 날에는
지긋지긋하게만 느껴진다.
같은 버스에 올라타
또 막히는 버스에서 내려
또 회사까지 동동거리며 뛰어가면
그 시점에 내 에너지는 이미
반 이상 소진되어있다.
여기저기서 해결을 요하는
회사일을 몇 가지 또 헐레벌떡하고 나면
어느새 퇴근시간인데
나는 집에 오자마자
오늘 너무 힘들었다는 남편을
위로하는 것으로 내 집으로의 출근을
시작한다.
오늘은 얼마나 힘들었어
정말 힘들었겠다~
사람이 많이 왔는지도 물어봐서는 안된다
정말 힘들었겠구나~고생 많았네
뻐꾸기처럼 저 위로만 반복해줘야지
안 그러면 관두네 어쩌네 난리를 치기 때문이다.
누군가 나에게
오늘 당신 하루는 어땠어?
물어봐주는 경우는 없다.
오늘 내가 이랬는데~ 말을 꺼내도
시선은 핸드폰에 고정 되어 내말이 시작했는지
끝났는지도 모를 정도로 내말엔 관심이 없다.
위로할 겸 밥을 다 먹으면
이제 애들의 숙제를 봐줄 시간이다.
짬이 나면 세수를 할 수 있고 보통은 못한다.
내일은 둘째 쇼앤텔이 있는 날.
숙제부터 시키는데 컨디션은 쓸 기분이 아닌데
본인 욕심은 다 써야만 하는 그런 아이러니함에
올바른 육아를 할 수 있도록 또 비위를 맞춰가며 독려한다. 다 알려줘서는 안 되지만 작은 힌트들로 흥미를 유발해야 하고 방치해서도 안되지만 전적으로 나서서 도와줘서도 안 되는.
무슨 코끼리 보고 바늘구멍을 통과할까 말까 씨나락 까먹는 소리 같은 상태로 어찌저찌 둘째 숙제를 마친다.
자 그럼 이제 첫째가 그 틈에 와서 둘째랑 좀 싸워준다. 이유는 다양하고 어이없어서 나열할 필요도 없는 것들이다.
싸움 말리고 소리를 지르고 그렇지만 내 소리에 또 눈물 떨구는 애들에게 소리 질러서 미안해 사과하고 알랑방귀 뀌어가며 애들을 달랜다.
나를 달래주는 사람은 먼지만큼도 없지만
나는 끊임없이 모두를 달랜다.
시계는 어느덧 11:00 PM
두 놈다 아직 이빨도 안 닦았고
첫째는 내일 눈높이 선생님이 오시는데
눈높이 두 권이 새책이야,
지금 좀 풀어놔하면
본인이 내일 무조건 다 할 수 있다면서
온갖 짜증을 내면 야이 야
니알아서 해라 던지고 돌아서면
어려운 사고력 숙제 못 풀겠으니
도와달란다.
엄마도 이건 모르겠다 그냥 자자 하면
나에게는 또 재움 퀘스트가 남아있다.
6살 10살 두 놈을 매일 나 혼자 재워야 한다.
매일 아침 눈뜨자마자부터 두 놈을 깨우고 챙겨댔던 내가
매일 눈을 감기 직전까지 두 놈을 나 혼자 재워야 하는 것이다.
첫째는 정말 객관적으로 사랑스럽게 엄마 재워줘~ 하며 품을 파고드는데
나는 정말 서러운 울음이 터져 나왔다.
(이미 내 왼팔은 6세가 베고 자고 있었다)
내가 서럽게 흐느끼며 겨우 열 살에게
너 좀 제발 혼자 잠좀자..
벌써 10년이나 재워줬잖아...
나도 혼자 잠이라도 좀 편히 자자...
하니 선량한 10살이 화들짝 놀라서
엄마 미안해 한번만 안아줘 하더니
허둥지둥 방을 나간다.
눈물이 더욱 솟구친다.
삶이 너무나 지겹고
지긋지긋하다.
나를 달래주는 사람은 먼지만큼도 없지만
나는 끊임없이 모두를 달랜다
너무나 지겹고 슬프다.
나에게 바라는 것들은 너무나 많은데
돈도 벌고 유능도 하고 따뜻하기도 하고
자애롭기도 하고 위로도 건네달라고들 하는데
막상 나에게 관심이 있는 인간은 단 한 명이 없다.
나 괜찮은지 물어봐주는 인간은
단 한명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