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어 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

by 박작가

대학 때 자주 술자리를 하던 소모임 선배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조별과제를 바쁘게 준비하는 과정에서 들은 부고였다. 장례 장소가 기억으로는 먼 지방이었는데 조문을 가기는커녕 부의금도 위로의 문자 조차 하지 않았다. 위로의 말은 어떻게 건네어야 할지 모르겠고, 어색하고 어려웠다. 마음이 없는 예의와 도리일지라도 위로의 말을 건네었어야 했는데 피해버렸다.

그리고 한 참 후 아버지의 죽음이 얼마나 큰 슬픔인지, 나의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깨달았다.


코로나가 한풀 꺾여갈 때 아빠가 돌아가셨다.

몇몇 중고등학교 친구들, 몇 안 되는 대학 동기, 그리고동네에서 친하게 지내는 엄마들, 가깝다고 느낀 지인들에게만 알렸다.

나의 조문객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인간관계 성적표를 받는 것 같았다.

예전에 선배 아버지의 장례에 가지 않았던 나의 무심함과 무정함을 돌려받는 것 같았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다정하지 못하게 지냈던 것일까.

부고를 알렸으나 오지 않은 그들이 갑자기 멀게 느껴졌다.

나와 친분이 없는 남편 직장 동료들의 형식적인 조문이 인간적이라고 느껴졌다.


예견된 결혼식의 참석보다 갑작스러운 장례식의 참석이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당연하게 올 것이라고 생각한 오랜 친구들 몇몇이 이유 없이 오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관계가 정리되었다.

이제는 그만 만나도 될 사람들이라고 여겨졌다.


친구들 중 제일 먼저 치러진 아버지의 장례였다.

그 덕분에 부고 메시지를 받으면 상주가 된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려 노력하지 않아도 슬픈 마음이 되었다.

생각하지 않아도 눈물이 차올랐다.

부고 메시지에 어쩔 줄 몰라 어색한 문장들을 건네지 않아도 되었다.

경험한 것의 감정은 머리로 헤아린 감정보다 훨씬 두터웠다.


아빠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슬퍼하고 위로하라고 제일 먼저 떠난 걸까.


죽음은 마음의 헤아림으로 알 수 없는,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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