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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자씨 Jul 17. 2021

코로나와 과민성대장증후군

근자씨의 불친절한 직장인의 삶

면접날의 추억(더러운 기억)

지하철 안에 서있는 내내 식은 땀이 난다.

뱃속이 꼬이는 느낌 그리고 그 아래에는 더욱 힘이 들어간다.

오늘 면접 보는 날인데, 화장실을 찾아 헤메다가는 지각할 것 같다.

하지만, 화장실을 가지 않으면 더 큰일이 날 것이다.

도착역까지는 아직 멀었다.

“그래! 뚝섬역은 플랫폼에서 화장실이 가깝지. 여기서 해결해야 겠다.”

지하철문이 열리자 마자 빠른 걸음으로 화장실로 향한다.

뛸 수는 없다. 내가 급한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기 싫었고, 자칫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꽉 찼다!

하지만, 선택은 없다. 기다리는 수 밖에….

결국 면접에 지각했다.

결과는 최종 탈락 이다. 다른 이유도 있었겠지만, 왠지 지각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아... 그녀석이 왔다. @네이버포스트

이놈의 배탈은 왜 맨날 중요한 날마다 나를 괴롭혔는지 모르겠다.

면접을 보러 가는 날, 소개팅 하는 날, 졸업식, 입학식...

모든 중요한 날 마다 나를 괴롭히는 배탈.

이러한 병명이 있는 줄은 모르겠지만,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라 이름 붙였다.

언제부터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의 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소리 없이 사라졌다.

대장에도 살이 쪄서  둔감해진 걸까? 아니면 대장이 단단해 졌나?

그것도 아니면 더이상 나의 대장이 잔뜩 긴장할 만큼 설레이는 일이 더이상 없어서 일까?

대장의 근력이 좋아졌던, 세상의 어떤 일에도 크게 긴장하지 않게 되었던 나의 ‘과민성 대장 증후군’과는 이별하게 되었지만, 가끔 그 녀석이 살며시 다시 오더라도 크게 설레이는 날이 가끔은 있었으면 좋겠다.


코로나 때문에 무료해진 일상에 배탈마저 기다리는 삶이라니, 헛웃음이 나오지만 슬프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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