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자씨의 불친절한 직장인의 삶
언제 부터 였을까? 방향감각을 잃어버린 것이….
스마트폰 네이게이션 이전에 네비게이션 단말기가 있었고, 그 이전에는 지도를 보며 길을 찾았다.
모든 차에 전국도로지도 책이 한 권 쯤은 있었다는 전설의 이야기를 아는 MZ 세대는 몇이나 될까?
네비게이션이 없이 지도로 길을 찾아 다녔던 그 시절, 지도를 보면서 운전을 할 수는 없기에 길을 잘 찾아가는 방향감각은 운전자로서 매우 중요한 덕목 중에 하나였다.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북쪽인지 남쪽인지 태양의 방향으로 짐작 했고, 길거리의 표지판을 보며 어디서 좌회전을 해야 하는지 우회전을 해야 하는지 짐작으로 목적지를 찾아 가곤 했었다.
하지만, 네비게이션 등장 후에는 길을 찾아 안내 해 주었고, 스마트폰 등장으로 실시간 교통상황까지 반영한 길 안내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방향감각은 둔해졌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진학을 선택하면서 우리는 길을 알아서 찾아야 한다. 부모님을 비롯한 지인들이 그 길에 대한 정보를 줄 수는 있지만, 어짜피 그 길은 내가 직접 가야할 길이다.
그냥 적절한 4년제 대학에 진학하고 취직이 잘되는 공대에 입학해서 자격증 좀 따고,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나의 방향감각으로 찾아낸 내 인생의 길이었다.
최직 부터가 어려웠고, 취직 후에도 이 길이 나의 길이 맞을까 고민하다 깊은 고민 없이 길을 가다보니 어느샌가 너무 멀리 와 버렸다.
변화의 선택을 망설이다 방향감각을 잃고 엉뚱한 길에서 헤메이다 이제 서야 남들이 가려고 하는 길을 가려고 하니 당연히 힘이 들 수 밖에 없다.
집을 사는 것도 그렇고, 이직도 그렇고, 늦은 나이에 결혼할 짝을 찾는 것도 그렇다.
내가 사회에 첫 발을 디딘 그 시절에 내 인생의 방향과 목적지까지 경로를 안내해 주는 스마트폰과 같은 실시간 네비게이션이 있었다면 벌써 목적지에 도착했을까?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는 진짜 늦은 것이다.
늦었다고 가다가 포기하면 목적지에 다다를 수 없다.
늦었지만 방향감각을 살려서 다시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다.
언젠가는 다다를 것을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