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자씨의 서재 - 유럽에서 온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 보자
KOSTOLANY 유럽 증권계의 ‘위대한 유산’, 앙드레 코톨라니 최후의 역작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현윤진 옮김/미래의 창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이 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감이 오지 않았다.
책 표지의 문구가 이 책의 ‘위대함?’을 자랑하고 있다.
“유럽 증권계의 ‘위대한 유산’,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역작”
아무래도 책 제목 보다는 저자의 이름이 더 쉽게 인지된다.
워런 버핏, 피터 린치, 벤자민 그레이엄과 함께 투자지침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다. 이 분도 90년 넘게 살다 돌아가셨다.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도 90세가 넘으셨는데, 이 분들은 투자에 성공하신 분들이라 스트레스를 덜 받으신건가? 아니면 좋은 걸 많이 드신건가…
“우량 종목의 주식을 매수하고, 수면제를 먹고 잠들라.”라는 투자 조언으로 유명한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책이다.
올 해 들어 유난히 변동성이 심한 주식시장이라,
“그래요, 우량 종목이 뭔지 알려 주시면 수면제 먹고 잠들게요.”라고 말하고 싶다.
어차피 잠이 많은데 잠을 많이 못자서 아쉬운 마당에 그렇게 하고 싶다.
코스톨라니 할아버지가 왠지 이 책에서 이야기 해 줄 것 같으니 일단 읽어보자.
코스톨라니는 ‘인생은 즐겨야 한다.’는 철학이 있는 사람 같다.
장기 투자를 권유하면서도 (p.59), ‘놀이하는 인간’이기에 단기 투자에서 이익을 봤을 때 얻을 수 있는 쾌락에 대하여 인정하기도 한다
“나는 집이든 아파트든 스스로 살 집은 꼭 사라고 권하는 편이다. 부동산이 바로 첫 번째 투자 대상이다. 그래야만 나날이 오르는 집세와 집주인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p.91)
나는 이책이 나오자 마자 읽었어야 했고, 이 말을 따랐어야 했다.
"증권시장에서 적어도 두 번 이상의 실패를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투자자'라는 말을 들을 자격이 없다." (p.101)
적당하게 파산하지 않을 정도의 실패라면 괜찮은 경험인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돈을 잃게 되는 지 경험으로 알게 되니까, 나중에 투자 금액이 커졌을 때 오히려 실패의 확률을 낮추어 줄 수 있는 좋은 경험이라 생각한다.
"한 남자가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한다. 보통의 개들이 그렇듯이 그의 반려견은 주인의 앞으로 달려 나갔다가 주인에게로 되돌아간다. 그런 뒤 다시 앞으로 달려간 후 자신이 주인에게서 멀어졌음을 알아 채고는 주인에게로 또 돌아온다. 산책 내내 그런 행동이 계속 반복되다가 마지막에 둘은 같은 목표 지점에 함께 도착한다. 하지만 주인이 천천히 1킬로미터를 걷는 동안 주변을 달리며 돌아다닌 개는 4킬로미터를 산책했다. 여기서 주인은 경제이고 개는 증권시장이다."(p.111)
경제와 증권시장에 대한 매우 흥미로은 비교이면서 딱 맞은 비유이다.
이러한 비유를 한 코스톨라니는 분명 유쾌한 사람일 것이다.
"주가의 흐름은 주식을 팔려는 매도자가 주식을 사들이려는 매수자보다 더 급박한지 아닌지에 달려 있다. 주식을 보유한 사람이 심리적 또는 물질적 압박감에 주식을 내놓았는데 돈을 가진 사람은 반대로 사려는 마음은 있지만 꼭 사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주가는 하락한다.
돈을 가진 사람이 다급하게 주식을 찾는데 주식을 보유한 사람이 주식을 팔려는 심리적-물질적 압박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주가는 상승한다.
모든 것은 공급과 수요에 달려 있다. 내 모든 주식 투자 이론은 여기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p.114)
당연하지만 그렇다.
"불경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지위와 수입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열심히 저축한다. 그래서 소비는 줄어들고 저축액은 상승한다. 이 저축액 중 일부는 투자펀드나 펀드 연계 생명보험을 통해 직접적으로든 다른 방식으로든 증시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그러므로 결과는 항상 같다. 주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다. 그 결과 주식 배당금이 줄어들고 기업 이윤이 감소하는 불경기여도 주식시장에서는 주가가 상승하며 강세장이 이어진다." (p.135)
그래서 결국 불경기에도 버텨야 한다는 의미인가....
"인플레이션 자체는 주식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원래 유가물인 주식은 다른 유가물처럼 인플레이션에 의해 움직인다.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인플레이션에 맞서기 위해 중앙은행에서 취하는 조치들 뿐이다." (p.137)
현재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의 영향에 대해 아주 쉽게 이해 할 수 있다. 결국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인상과 통화량 조정의 조치들이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지금처럼 인터넷과 TV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서는 일반적인 여론에 무관심해지기가 더 힘들어졌다.
그래서 내가 지난 몇 년간 수면제를 복용하자마자 우량주를 매수한 뒤 밖에서 휘몰아치는 폭풍과 악천후를 의식하지 못하도록 한 몇 년은 푹 잠들라는 조언을 했던 것이다." (p.220)
우량주라는 판단은 나의 몫이지만, 그 판단을 신뢰 한다면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수면제를 먹고 잠을 잘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둔감해 질 필요가 있다.
"어느 레스토랑에 가든 나는 웨이터가 추천하는 메뉴를 주문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런 메뉴는 대개 그 레스토랑에서 빨리 팔아버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추천하는 종목이나 투자 조언의 90퍼센트도 마찬가지다. 참고할 만한 투자 조언은 정말 매우 드물다.” (p.252)
나의 생각과 비슷한 코스톨라니의 생각.
"많은 사람들이 특정 성장 업계를 선택하여 주가가 극도로 치솟았다면, 그것은 향후 몇 년 어쩌면 몇 십년의 성장 가능성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p.269)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현재 주가는 이미 성장가능성이 반영 된 것일수도 아니면 아직 덜 반영되었을 수도 있겠다. 다음에 성장할 산업은 어디일까? 메타버스? 가상자산?
코로나와 전쟁, 인플이션과 금리인상... 쉽게 예상하고 판단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주식의 값이 싼지 비싼지는 오직 기업의 기초 지표와 미래 전망에 달려 있다. 이러한 기준에 의거하여 투자자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p.275)
My Prologue
이 책의 서문은 코스톨라니가 작성한 글이 아니다.
1999년 9월에 탈고 하였으나, 서문을 작성하지 못하고 9월13일에 타계하였다.
보통 서문은 책을 쓰기 시작할 때 쓰는 것은 아닌가 보다. 책을 써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흔한 그래프 자료도 거의 없고, 아주 쉽게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다.
제목 그대로, ‘돈을 뜨겁게 사랑하라’는 의미는 투자에 열정을 가지라는 이야기일 것이고, ‘차갑게 다루어라’는 의미는 투자에 있어 변동성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자기만의 투자 원칙을 갖고 냉철한 판단을 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투자에 있어서 정말정말 기본이 되는 조언 이지만, 우리 삶에 있어서 지키기 어려운 것이 ‘원칙’ 이듯이, 투자에 있어서도 ‘원칙’을 지키기가 어렵다. 그 ‘원칙’이 본인이 만든 것 일지라도 말이다.
“우량 종목의 주식을 매수하고, 수면제를 먹고 잠들라.”라는 투자 조언이 과연 올바른 조언일지 생각해 본다.
무조건적인 ‘장기투자’는, ‘묻지마 투자’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량 종목의 주식을 판단하는 본인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고, 그 신뢰는 내가 투자를 위해 공부한 시간에 비례할 것이다. 그래서 세계경제의 흐름과, 투자한 기업이 속한 산업 그리고 그 기업의 기술과 잠재 성장력에 대한 공부가 중요한 이유다.
최근에 이직한 직장에 적응하느라 공부할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었는데, 다시 투자에 대한 마인드를 다잡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투자의 기본 마인드와 투자심리에 대한 이야기와 어떠한 종목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코스콜라니의 소중한 조언이 있는 책이다.
그리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쟁', '인플레이션', '금리인상' 등의 이슈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단서를 찾을 수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