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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자씨 Jun 26. 2022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 그 전차가 탱크가 아니었어?

근자씨의 서재 - 오랜만에 접하는 고전명작! 그것도 희곡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A Streetcar Named Desire

테네시 윌리엄스 / 김소임 옮김

퓰리처 상 수상작

미국 현대 희곡의 거장 테네시 윌리엄스의 대표작

꿈과 현실, 이성과 욕망 사이를 줄타기하는 나약한 인간들의 초상


My Prologue

영문 제목을 보기 전 까지 몰랐다. 그 '전차'가 군대무기인 '탱크'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런 전차가 아니었어....


“사람들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가다가 묘지라는 전차로 갈아타서 여섯 블록이 지난 다음, 극락이라는 곳에서 내리라고 하더군요.”

이런 대사는 도대체 무엇을 의미 하는 것인가?

왜 작가는 왜 전차이름을 ‘욕망’, ‘묘지’라고 했을까?

영화에 등장하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희곡은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읽어 본 기억 밖에 없다.

대사로 이루어진 문학 작품이라니, 과연 재미 있을까?

책은 총 11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에는 제목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책 두께도 얇은 편이고, 대사로 되어 있어 읽기는 편할 것 같다.



In the book


1장 주요 인물들의 등장.

블랑시가 동생 스텔라 집을 찾아 올 때.

“사람들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가다가 묘지라는 전차로 갈아타서 여섯 블록이 지난 다음, 극락이라는 곳에서 내리라고 하더군요.”


어떤 욕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것인가? 그리고 '묘지'와 '극락'이라는 단어가 이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 될 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든다.


2장

초반 부터 스탠리와 블랑시의 관계가 순탄치 않음을 예감하게 만든다.


3장 포커치는 밤

스탠리의 절친 미치와 블랑시가 마주침.

블랑시가 미치를 꼬시려 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포커치는 밤 동안에 벌어지는 스탠리의 비 신사적인 행동으로 그의 성격과 그의 욕망을 엿볼 수 있다.

블랑시: 네. (잠깐 침묵하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이 세상에는 혼란스러운 일들이 너무 많아요. 너무 많아…… (미치는 수줍게 기침을 한다.) 친절히 대해 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난 지금 친절이 필요해요.


지금도 혼란스러운 일들이 가득한 세상이다.

누군가의 친절이 필요하다. 세상에는 불친절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4장

(스텔라는 블랑시가 훤히 보는 데서 양팔로 격렬하게 스탠리를 껴 안는다. 스탠리는 웃으면서 스텔라의 머리를 자기에게로 당겨 끌어 안는다. 스텔라 머리 너머로 스탠리가 커튼 틈새를 통해 블랑시에게 씩 웃는다.) (p.82)


스탠리의 욕망과 스텔라의 욕망은 다시 하나로 뭉쳐지고, 블랑시는 혼자다.

스텔라가 블랑시의 편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제5장

나이에 민감할 때


스텔라: 언니는 왜 그렇게 나이에 민감해?

블랑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야. 내 말은, 그 사람은 나를, 깔끔하고 단정한 여자로 알고 있거든! (날카롭게 웃어 댄다.) 나는 그 사람이 나를 원하게끔 속이고 싶다고….

나도 가끔은 내 나이를 속이고 싶을 때가 있다.


미치를 통해 안정적인 삶을 꿈꾸는 장면 (p. 92)

“난 쉬고 싶어! 난 다시 조용히 살고 싶어! 그래, 나는 미치를…. 간절히 원해! 생각해 봐! 그렇게 된다면! 여기를 떠나서 누구에게도 골칫거리가 되지 않을 수 있잖아……”


제6장

(블랑시가 잠시 미치를 멍하게 바라본다. 그리고 작은 소리로 울며 그의 품에서 몸을 움츠린다. 흐느끼면서 말하려고 애를 쓰지만 말이 나오지 않는다. 미치는 블랑시 앞이마와 눈에 입을 마추고 마침내 입술에다 키스한다. 폴카 음악이 사라져 간다. 블랑시는 숨을 들이켰다가 긴 감사의 흐느낌과 함께 숨을 내쉰다.

블랑시: 때론…. 하느님이….. 너무 빨리 나타나는군요!

(p.113)


남자의 고백은 여자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7장

블랑시의 생일날 저녁. 스탠리에 의해 밝혀지는 블랑시의 과거.

(블랑시는 두려움에 찬 눈길로 식탁에서 바쁜 척하는 스텔라를 바라본다. 멀리서 피아노 소리가 요란한 소리를 내다 멈춘다.)

(p.125)


밝혀지는 진실은 비극의 시작을 암시하는 것 같다.


8장

생일 저녁에 오지 않는 블랑시의 남자친구 미치. 블랑시의 과거 때문에 미치는 그녀를 떠나게 된 듯 하다.


스탠리: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당신과 나 말이야, 당신은 내가 상놈이라고 생각했지. 그래 맞아. 여보. 나는 흙먼지 같은 상놈이었지. 당신은 둥근 기둥이 세워진 집 스냅 사진을 보여 줬지. 나는 당신을 그 기둥에서 끌어내렸고 당신은 그걸 좋아했어. 색 전등을 켜 놓고서 말이야! 그리고 우리 둘은 행복했잖아? 저 여자가 나타나기 전까지 모든게 좋지 않았어?

(p.136)


이미 스텔라와 스탠리는 하나.


9장

블랑시는 음악 소리와 재난이 다가오고 있다는 예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술을 마시며, 노래 가사를 웅얼거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곁에서 선풍기가 앞뒤로 돌아가고 있다.

(p. 138)

블랑시: 사실주의는 싫어요. 나는 마법을 원해요! (미치가 웃는다.) 그래요. 그래, 마법이요! 난 사람들에게 그걸 전해 주려고 했어요. 나는 사물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지 않아요. 나는 진실을 말하지 않고 진실이어야만 하는 것을 말해요. 그런데 그게 죄라면 달게 벌을 받겠어요! 불 켜지 말아요!

(p. 144)


밝은 곳에서 만난 적이 없다는 미치의 불만.

밝은 곳에서는 자신의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하는 이유에 대한 블랑시의 말도 안되는 핑계는 애처롭기까지 하다.

어두운 곳에서만 만나고자 했던 블랑시의 속사정은 무엇이었을까?

밝은 곳에서는 숨겨놓은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기라도 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인가?

결국 미치는어두운 곳에서 블랑시를 겁탈하려다 실패하고 둘의 관계는 완전히 끝이 난다.


10장

(스탠리는 탁자를 뒤집어 엎으며 블랑시에게 달려든다. 블랑시는 소리르 지르며 병 끝으로 스탠리를 치지만 스탠리는 블랑시의 손목을 붙잡는다.)

(p. 164)


깨진 병을 들고 싸우는 장면이나, 스탠리가 블랑시를 겁탈하는 것을 암시하는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어쨌든 이 장면으로 더이상의 관계 회복이 없이 끝을 향해 달려갈 것을 짐작할 수 있다.


11장

결국 정신병원으로 끌려가는 블랑시의 모습으로 이 작품은 끝이 난다.



My Epilogue

희곡 작품이기 때문인지 읽는 내내 자꾸만 연극속의 장면들을 떠올리게 한다.

등장인물들의 표정하나하나를 상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그리고, 무더운 날씨의 끈끈한 실내의 느낌과 심지어 블랑시의 화장품 분냄새 마저 상상하게 만든다.

그만큼 작가의 표현력이 좋아서 였을까?

작품 중간중간에 언급되는 음악은 인터넷에서 한 번 쯤은 찾아서 듣고 싶다.

뉴올리언

나이를 먹는다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지 않은 것이 아니라, 나이를 제대로 처먹지 않아서 매력적이지 않은 거다?

어두운 곳에서만 미치에게 얼굴을 보이려 했던 블랑시가 애처롭게 느껴진다.

나 또한 어려 보이기 위해 염색도 하고, 옷 차림도 되도록 젊게 보이려고 하는데… 막상 책에서 만난 그녀에게서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더욱 애처롭게 느껴졌다.





작품해설: 욕망을 좇았던 두 이야기 테네시 윌리엄스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민음사의 고전은 친절한 작품해설이 뒤따른다.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시대적 배경과 작가의 이력을 살펴 볼 수 있다.


블랑시를 닮았던 테네시 윌리엄스의 생애

테네시 윌리엄스

아버지는 술마시고 여행하고 포커를 즐기는 시끌벅적한 사람인 반면, 어머니는 아름답지만 히스테리 일보 직전의 예민한 사람이었다. 모계에는 정신병력을 지닌 사람들이 많았다. 누나 로즈도 결국 정신 분열증으로 전두엽 절제 수술을 받고 평생 금치산자로 살아간다. 이런 대조적인 부모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누이는 그의 작품에서 등장인물로 다시 태어나고 갈등의 축이 된다. (p. 183)

성과 폭력 그리고 술에 대한 탐닉은 예민한 인물도, 거칠고 현실적인 인물도 피할 수 없는 덫이다. 예민한 인물들은 현실에서 겪은 좌절을 그것들로 달랬고, 현실적인 인물들은 그것들을 통해 더 큰 승리를 과시했다. (p. 186)

전성기는 영원히 계속 될 수 없기에 전성기라고 불린다. (p. 187)


우리 모두의 초상,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누구든 낯선 이의 친절에 의지할 수밖에 없던 블랑시는 급변하는 사회에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좌절해 버린 많은 미국인들을 대변한다. (p. 190)

기본적인 주제: 현실과 과거의 대립, 환상과 현실의 대립, 남부 전원사회와 도시에서의 삶 사이의 대조와 대립, 건강한 성과 왜곡된 성의 대립, 스텔라를 둘러싼 스탠리와 블랑시의 애정 대결 등이 이 극에서 찾을 수 있는 주제들이다. (p. 192)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영화속 한 장면

전 세계에서 끊임없이 공연되는 이유: 이 극이 단지 남부 출신의 신경과민 여성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사랑과 꿈을 잃었지만 새로운 사랑을 그리며, 그 사랑이 올 수 없다면 거짓으로라도 만들려 하는 우리 인간 모두의 아픈 초상을 그렸기 때문일 것이다. (p. 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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