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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자씨 Jun 05. 2023

나의 돈 많은 고등학교 친구

근자씨의 서재 - 다들 이런 친구 한 명쯤은 있잖아!

나의 돈 많은 고등학교 친구

슈퍼리치와의 대화에서 찾아낸 부자의 길

서삼독/송희구 지음


My Prologue


얼마 전 고등학교 동창 녀석들과 라운딩을 갔다.

고등학교 학창 시절, 그때는 상상조차 못 했다. 동창들과 모여 골프를 치러 다니는 날이 올 줄은.


4명 중에 가장 공부를 잘했던 녀석은 적당한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다니다가 식당사장을 하고 있다. 그다음으로 공부를 잘했던 나는 서울에 있는 적당한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하고 반도체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다른 한 녀석은 전에 다니던 회사 업무를 연계해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마지막 한 녀석은 소위 ‘문제아’ 부류 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음주와 흡연을 즐겼고 당구를 치러 다녔다. 그 친구와는 나름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고, 각자의 진학과 군입대 등으로 연락이 끊겼을 때, 시장에 있던 우리 집 가게를 직접 찾아와서 다시 연락을 주고받고 만남을 이어갈 수 있었다.


다시 직업을 갖고, 결혼과 직장생활로 가끔 얼굴이나 보고 살다가, 2년 전부터 시작한 골프 덕에 다시 골프로 친구들과 종종 만남을 가지고 있다.

‘문제아’처럼 여겨지던 그 친구는 지금 사업을 하고 있다. 얼마 전 라운딩 시작 전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에 도착하여 막 주차를 했는데, 왠 벤츠 한 대가 들어왔다. 혹시나 했는데, 그 친구의 차였다. 불과 몇 달 전에도 오래된 준 대형 세단이었는데, 사업이 잘 되긴 하는구나.

정말로 그런가 보다 하고 느낀 건, 그 친구가 새로 직원을 충원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책을 고르다가 문득 어떤 한 책의 제목을 보고 그 친구가 떠올랐다.


‘나의 돈 많은 고등학교 친구’


내 친구 이야기 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물론 다를 수도 있고. 어쨌든 갑작스러운 호기심에 책을 주문했다.

과연 이 책 속에서 내 친구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을까?



In the Book


p. 57

“과거의 자신이 잘못해 왔다는 것을 인정해야 수정할 수 있는데, 바로 눈앞에 잘못된 것이 보여도 틀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

나이가 들면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도 그렇다.

변화를 하려면 나 자신을 부정해야 하는데 그것을 허락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p. 78

“맞아, 쉽지 않아. 돈을 버는 행위 자체가 감정적이기 때문에 그렇지.”

“감정적으로 하는 투자는 사실 게임이야.”

나는 게임 같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주식가격이 오를 것 같은 회사의 주식에 아무 생각 없이 투자했던 것은 진짜 게임이었다.

공부하고 시작한 투자는 오히려 위험에서 구해줬고, 투자수익도 안겨 주었다.


p. 89

“부동산은 딱 두 가지만 기억하면 돼. 환금성과 입지.”

잘 새겨 두어야겠다.


p. 91

“인간에게는 우등, 열등이라는 게 없어. 단지 우등의식과 열등의식만 있을 뿐이지. 직업에도 귀천은 없어. 귀천 의식만 있을 뿐이야. 그럼 귀천 의식은 누가 만들어 내는 걸까? 본인이 만들어내는 거야. 그렇게 평생 교육받았다, 그렇게 사회가 의식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한 거지. 그렇게 느끼는 것은 본인이니까. “


전형적인 성공한자의 재수 없는 화법의 개똥철학 같은 논리 전개다.

청소부라는 직업이 천하지는 않지만, 청소부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떤가?

회사 사장이라는 직업은 귀하지는 않지만,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호칭이 주는 느낌은?

이 책의 이런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솔직히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p. 91 - 학교와 인생의 차이점

“학교는 먼저 배운 다음에 시험을 보고, 인생은 먼저 시험을 보고 나서 배워. 배운 것을 외워서 시험 보는 학교와는 달리 인생에서는 마음먹기에 따라 의식을 확장하고 사고를 전환할 수 있다고 생각해. “


p. 135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지금 당장 바라는 것과 진정으로 바라는 것을 구분하는 거야.”

연이은 투자실패에 ‘돈 많은 고등학교 친구’가 해 주는 말이다.

돈 많은 고등학교 친구는 돈 버는 것 말고도, 돈에 대한 완벽한 철학마저 갖춘 것처럼 나오는데, 이런 식의 충고-조언-평가-판단은 오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p. 147

“이번 달에 사야 할 게 있다면 지난달보다는 더 벌어야 해. 감정적인 소비는 허탈함만 남아. 부자가 되겠다는 의지는 감정적이지만 부자가 되는 과정은 이성적이어야 해.”

아들들에게 해주는 조언.

나는 부자도 아니고, 자식은 없지만, 조카나 젊은 친구들에게 조언을 해 줄 수 있을만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p. 156

“많은 사람들이 시작할 때 ‘어떻게 하면 잘 팔아볼까’,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에 대해 먼저 생각하지. 그게 틀린 건 아니지만 순서가 잘못됐어.”

“그럼 뭐부터 해요?”

“무엇을 줄 수 있을까’부터 생각해야 해. 내가 먼저 상대방에게 줘야 상대방도 나에게 그에 합당한 것을 준단다.”

직장 생활도 비슷한 맥락에서 보면, 회사가 나에게 바라는 것 이상을 줄 수 있어야 인정도 받고 진급도 하겠지.


p. 162

“진짜 투자는 말이야, 나에게 시간을 투자하는 게 진짜 투자야. 너희들이 방금 말한 주식, 부동산 같은 것은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어, 그리고 잘못 투자했다가는 큰돈을 잃을 수도 있지. 하지만 나한테 투자하는 투자는 절대 잃지 않아.”

“응. 나에게 시간을 투자하는 거야. 운동하는 시간, 공부하는 시간, 생각하는 시간, 나를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어주는 투자.” 

진실로 나에게 투자하는 시간은 반드시 일주일에 일정 부분을 할애해야 한다.


p. 167

“아저씨가 생각하는 ‘부자’는 뭐예요?”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사는 사람’ 같은 에세이나 시집에 나올 법한 말은 진짜 부자가 되기를 포기한 사람들에게나 해당하는 말이란다. 돈을 갈구하는 사람들은 욕심과 욕망의 덩어리라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지.

나는 욕심과 욕망덩어리.


p. 168

“얼마나 있어야 부자인가요?”

“우선 남들이 인정하는 만큼의 자산은 가지고 있어야 하고, 쓰고 싶은 만큼 쓰더라도 버는 돈이 더 많은 상태를 의미하지.”  

돈 많은 고등학교 친구도 욕망덩어리.


p. 194

시장은 손을 내미는 사람, 유쾌한 사람, 같이 하면 기분 좋아지는 사람, 에너지를 주는 사람과 함께 한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p. 235

“현금이 없다는 뜻은 리스크라는 철창에 갇힌다는 뜻이지. 그래서 본업이라는 게 중요한 거야. 갇힌 리스크를 풀어줄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거든.”  

     본업에 충실해야 하는 이유를 너무도 잘 알고 있지만, 너무 본업에 충실하다 보면 다른 길을 쳐다볼 여유가 없어질 수도 있다.   


p. 257

“그럼 언제 팔아야 하죠!”

“사고 싶은 더 좋은 자산이 있을 때! 자산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어서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필요할 때! 현금이 급하게 필요할 때! 세금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을 때!”  

     주식을 언제 사고 언제 팔아야 할지는 항상 고민에 빠지게 만드는 질문 중에 하나. 큰 도움은 안 되는 조언이지만, 참고할 만은 하다.   


p. 288

“부자가 되는 것은 목표가 될 수 있지만 행복은 목표가 아닌 거야. 돈을 버는 과정에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뜻이지.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지만 행복을 줄 수 있는 것들은 얼마든지 살 수 있어.”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 중 하나. 목표를 위해 현재 누릴 수 있는 행복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행복해지는 것에 집중하면 지금 현재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p. 302

“성공을 하려는 목적도 가난으로부터의 도피, 열등감으로부터의 도피, 불편함으로부터의 도피의 일종이지. 인간은 강박, 두려움, 책임, 걱정, 부담감, 정신적 피로, 육체적 고통 같은 많은 문제를 안고 살아가고 있어. 여기에서 벗어나고자 두 가지 도피 방식을 택하고 있어.”

“하나는 말 그대로 현실로부터 도피이고, 하나는 아예 성공해 버리는 것을 말씀하시는 거네요.”  

     성공이 곧 도피라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같지만 은근히 설득력이 있다.   

p. 320

“그럼 직업은 뭔가요?”

“직장이 없어도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이나 기술을 뜻하지. 회사에서 당장 해고되더라도 그 사람이 스스로 일거리를 찾거나, 언제 어디서든 불러주는 곳이 있다면 그 사람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야. 즉, 직장은 껍데기에 불과해.”

“결국 ‘업()’을 찾아야 하는 거네요.”  

     그렇다. 직장을 찾지 말고 직업을 찾아야 한다. 직장 생활을 하더라도 그 속에서 나의 ‘업’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오래 돈 벌 수 있다. 예로부터 기술을 배우라는 이유도 그 기술만으로도 직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p. 339

“광현아, 이 할미 말 잘 듣거라. 사실 인생은 길단다. 다만 낭비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빠른 것처럼 느껴지는 거야.”  

     시간은 무한하지만, 개인에게 주어진 시간은 유한하다. 낭비하지 않고 바쁘게 살아도 시간은 빠르게 가는 것 같이 느껴진다.   


My Epilogue


소설 형식으로 두 친구와 그 두 친구의 아들이야기로 부자, 투자, 자산, 직업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비빔밥처럼 버무려진다.

책 속의 돈 많은 고등학교 친구가 내 친구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읽기는 쉬우나 자칫 아주 오래전 드라마 대사 같은 장면은 현실적이지 않다.

북한 드라마 대사 톤 같은 느낌이다.


중간에 갑자기 아들들의 이야기로 넘어가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 그냥 누구나 이야기할 수 있는 부자가 될 수 있는 개똥철학 같은 이야기가 계속되어서 실망했다가, 그나마 마지막에 가서야 조금 정리되는 느낌이다.

이 책 속에서 부자들의 특별한 지혜나 투자에 대한 엄청난 조언을 기대했다면 반드시 읽은 것을 후회할 것이다. 하지만, 가볍게 소설을 한 편 읽는다는 느낌으로 본다면,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고, 부와 투자에 대한 조언은 이야기에 가미된 양념 같은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다.


마지막 에필로그는 마치 영화 자막이 올라간 뒤 나오는 쿠키영상 같은 느낌이다.

씁쓸하지만 또한 그것이 너무나 현실이어서 헛웃음이 나온다.


책 마지막에 소개해주는 곡들은 나도 추천한다.

매우 유명한 곡들이며,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곡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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