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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쓴 커피 Nov 07. 2021

바뀌어 가는 한국의 커피 문화



이월로스터스 성수점

11월 5일에서 11월 7일까지 진행하는 이월로스터스와 김사홍 바리스타님의 게스트 바리스타 행사인 "FLY ME to the MOON"에 다녀왔다.


최근 들어, 커피에 많은 관심이 생긴 친구와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은 카페 투어를 하고 있는데 이번 주는 이 행사 덕분에 2번의 카페 투어를 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인테리어나 장비에 많은 투자를 했던 카페가 잘 된 케이스가 많았다. 3년 만에 한국에 와서 느낀 것은 이런 점도 참 많이 변했다는 것이다. 이제는 커피 선진국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카페에 많은 색깔이 존재한다. 이름, 인테리어, 직원, 자리 배치 등은 커피 말고도 각 카페가 어떤 메시지를 고객에게 전하고 싶은지 분명해지고 있다.


이월로스터스는 이번 행사를 통해서 알게 된 브랜드인데 개인적으로 느낌이 매우 좋았던 곳이다. 이제부터 내가 경험한 이번 행사를 통해서 바뀌어 가는 한국 커피 문화를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이월로스터스 성수점의 내부



이번 행사는 상당히 준비가 되어 보였다. 나는 11월 5일 4시 타임을 선택했다. 이를 예약하기까지도 살짝의 어려움이 있었는데 직원분 통해서 잘 해결이 되었다. 1인 1예약만 되는지 모르고 친구가 내 티켓까지 구매한 줄 알았지만 내가 직접 티켓을 구매해야만 했다. 4시에는 내가 구독하고 애청하는 유튜버 삥타이거도 온다는 이야기에 꼭 4시 타임을 가고 싶었다. 4시 타임이 매진되어 이월로스터스로 전화를 걸었고 직원분의 친절한 설명과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에 감동받았다. 결과적으로 원하는 타임에 행사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도 느낀 것이지만 하려고 하면 안 되는 것은 없다.)

행사를 열심히 준비하는 이월로스터스팀과 김사홍 바리스타

행사를 입장하기 전에 예약자 리스트를 체크하였고, 자리에 배치가 미리 되어있어서 착석에 혼동이 없게 진행되었다. 조금 미리 도착했기 때문에 김사홍 바리스타님께 개인적으로 인사도 드리고, 전달드리고 싶었던 우리 커피 원두도 선물해드릴 수 있었다.

이 행사를 위해 1인이 지불해야 하는 가격은 최소 35,000원이다. 1,000원짜리 커피를 한 달하고도 5일을 더 사 먹을 수 있는 가격인 셈이다. 결과적으로 35,000원이 아깝지 않았던 행사였다.




코스 구성은 아래와 같다.


3가지 에스프레소를 활용한 메뉴


코스 1.

< 탄자니아 아카시아힐스 게이샤 x 달토끼가 만든 백설기 >


코스 2.

< 문워크 크림치즈라떼 >


코스 3.

< 달에서 레전더리 게이샤를 즐기는 가장 완전한 방법 >


코스 1

산미가 아주 넘치는 커피였다. 사실 산미가 너무 복잡해서 맛이 구별하기에 개인적으로 시간이 걸렸다. 이를 해결해 주는 역할을 했던 것이 바로 에스프레소 옆에 놓인 "백설기"이다. 진짜 백설기는 아니고 마시멜로에 설탕과 슈가파우더를 뿌려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백설기를 먹는 순간 커피에서 오렌지 맛이 터졌다. 그리고 한참 뒤에 입속에서 침과 섞이면서 딸기를 먹다 씨를 씹었을 때와 비슷한 산미와 단맛이 느껴졌다. 이 페어링이 참 내게는 귀엽고도 웃음이 나오며 산뜻했다. 코스 1을 서빙하고 설명하신 바리스타 분의 "달나라 토끼가 저희를 위해 백설기를 준비했어요."라는 귀여운 멘트는 코스 1의 빠져선 안되는 첨가물이다.




코스 2

문워크 크림치즈라떼

문워크 블렌드(게르시, 포토시)로 만든 크림치즈라떼다.


나는 개인적으로 크림이 들어간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과일이 들어간 커피는 더더욱 좋아하지 않는다.




코스 2 레이어드

하지만 이 커피는 맛있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전 커피에 느꼈던 오렌지의 산미와 딸기 뉘앙스의 단맛이 있었기 때문에 거북하지 않고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문워크 크림치즈라떼를 어떻게 하면 맛있게 즐길 수 있는지에 대해서 직원분께서도 너무 친절하게 소개해 주셨다. 직원분은 고급 진 "딸기맛 미니쉘"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아래 깔린 딸기청(?)이 '생딸기였다면 어땠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딸기의 무른 식감이 크림과 우유와 더 잘 어울리지 않았나 싶다.








코스 3

과테말라 인헤르또 레전더리게이샤


레전더리게이샤에 대해 개인적으로 감격스러운 맛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코스가 지금 생각해 보면 가장 창의적이지 않았나 싶다. 이렇게 사진으로 보면 에스프레소 한 잔, 탄산수, 그리고 우유가 전부이다. 하지만 마법은 역시 설명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FLY ME to the MOON 코스의 마지막 코스


이 코스 3에는 3잔의 음료를 마실 수 있다.


첫 번째 - 에스프레소

두 번째 - 에스프레소의 애프터테이스트와 페리에 라임

세 번째 - 밀크티의 맛을 가진 카페라떼



왜 이렇게 코스 3을 만들었는지에 대해서 김사홍 바리스타님께 물어봤다. 이유인즉, 이 커피를 가장 맛있게 마시는 방법을 함께 연구하다가 한쪽은 우유와 함께 마시는 것이 그리고 다른 한쪽은 에스프레소만 즐기는 것이 가장 맛있다고 의견이 갈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두 방식 모두 가져가자고 결론이 나와서 에스프레소의 양을 늘려 두 방식과 그리고 페리에 라임으로 세 음료까지도 돼버린 코스 3이 탄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노력한다고 항상 성공할 수는 없지만 
성공한 사람은 모두 노력했다는 것을 알아둬!
- 곰돌이 푸 中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일까? 이 스토리에는 존중, 노력, 창의성, 배려, 실력, 명쾌함이 모두 담겨있다. 왜 김사홍 바리스타가 요즘 핫한지 그리고 이월로스터스와 2021년 서울의 마지막 게스트바리스타 행사를 준비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커피의 맛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그 커피를 만들었냐는 것이다. 커피보다 인테리어나 매장 위치에 관심이 더 많던 지난 한국 커피 문화가 이제는 그걸 만드는 사람에 포커스가 되어있다는 것이 내게는 큰 의미로 다가왔다. 커피 한 잔이 만들어지기까지는 44명 손길이 닿는다고 한다. 지금은 바리스타 외에도 로스터, 커피 헌터 등 커피업계에도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에게 관심이 쏠린다.


지금의 한국 커피 문화는 커피 맛, 농장 소개, 로스팅 포인트에 대한 설명을 통해서 고객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너무 아름답고 멋진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우리의 커피를 만든 농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삶을 사는지, 어떻게 커피를 재배하는지 자세히 알 수 없다. 나 역시 베트남에서 커피사업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이들의 역할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절대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실제로 좋은 커피를 로스팅하고 추출해 보면 맛의 스펙트럼이 다양해서 그 커피를 맛있게 마시는 고객이 내게만 감사하면 미안할 때도 많다.


언젠간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으로 어떤 곳에도 시도되지 못한 커피 생산의 사각지대까지 모두 보여줄 수 있고, 들려줄 수 있는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이를 다양한 방법으로 전하는 카페가 많아지는 커피 문화 강국으로 성장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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