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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쓴 커피 Dec 16. 2021

커피차별에 대해 말하다.

요즘 카페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면 "커피" 앞에 흔히 붙는 단어가 있다. "스페셜티". 이와 비슷하게, 예전에는 커피의 품질이 좋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아라비카 100%"라고 홍보하는 커피 제품이나 카페가 많았다. 커피를 대표하는 품종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커피의 품종인 아라비카 그리고 아라비카 다음으로 유명한 로부스타가 있다. 이 외에도 리베리카 그리고 가장 최근에 발견된 스테노필라라는 품종도 있다.

아라비카 농부, Ngoc

하지만 오늘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부분은 아라비카와 로부스타에 관련되어 있다.


커피가 농장에서부터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는 많은 스토리가 있다. 


흔히 커피는 "맛있다" 또는 "맛없다"로 자주 판단된다. 


최근 들어 신 커피와 구수한 커피로도 자주 구분되기도 하는 것 같다.


로부스타 농부 Danh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농장에서부터 시작해서 커피 한 잔이 만들어질 때까지 단계를 14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재배

2. 수확

3. 1차 선별

4. 과육 제거

5. 발효

6. 건조

7. 보관

8. 도정

9. 2차 선별

10. 포장

11. 유통

12. 배전

13. 분쇄

14. 추출





위 14가지의 단계는 그나마 단순화한 것이다. 실제로는 더 많은 노력과 과정이 추가된다. 위 1단계부터 10단계까지는 대부분 경우 농장의 몫이다. 커피 한 잔에 농부들의 땀을 빼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가장 큰 모순이 아닐까 싶다. 요새는 농장주의 이름과 농장 스토리가 적힌 카드도 커피와 함께 서빙되곤 한다. 그렇지만 이 카드만 읽고 이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 시간, 에너지를 투자해서 품질 높은 커피를 생산했는지 알기란 쉽지 않다.



다시 주제로 돌아가 보자.


커피를 "좀" 안다는 사람들은 아라비카는 좋은 커피, 로부스타는 안 좋은 커피라고 흔히 생각한다. 그리고 요즘 제일 핫한 아라비카 품종인 "게이샤" 품종은 모두 옳다는 식의 말도 많이 듣곤 한다. 문제는 여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이런 말들과 생각들이 이분법적 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아라비카는 좋은 커피, 로부스타는 안 좋은 커피.
게이샤는 우수한 품종, 나머지는 우수하지 않은 품종.


세계 커피 생산량 중 60%는 아라비카이고, 40%는 로부스타다. 

그렇다면 60%는 좋은 커피 40%는 좋지 않은 커피라고 생각해야 할까?



2000년대부터 지금까지 아라비카와 로부스타의 생산량의 비율은 크게 달라진 적이 없다.

크게 차이나도 5~7% 감소 또는 증가였다.



source: Alpha Investico

출처 링크



이분법적으로 생각한다면 왜 전 세계적으로 40%나 차지하는
맛없는 커피를 오랜 기간 동안 생산해야 했을까?

흔히 로부스타는 인스턴트로 사용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인스턴트커피 소비량은 로부스타 생산량을 초월한다. 로부스타 커피는 인스턴트커피용으로도 사용되지만 블렌딩으로 많이 사용된다.


현재 한국에서 에스프레소 바가 유행인데 이탈리안 스타일 에스프레소를 추구하면서 로부스타 원두를 블렌딩하지 않고는 그 스타일을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는 이탈리아가 로부스타 블렌딩 커피를 굉장히 좋아하는 나라이고 그 맛을 표현하려면 로부스타 사용은 거의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뿐 아니라 독일 역시 로부스타를 많이 수입하는 나라 중 하나다.


하지만 로부스타의 예처럼 커피 소비자들에게 "좋다"고 알려진 커피 외에는 모두 "안 좋은" 커피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로부스타가 좋지 않은 커피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아라비카보다 더 심혈을 기울여 재배하고 가공한 로부스타는 아라비카가 절대 가질 수 없는 특징을 가진 좋은 커피임에 틀림없다. 특정 커피를 만들 때 아라비카로는 절대 낼 수 없는 맛을 로부스타는 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커피는 즉, 품종보다 어떤 곳에서 어떻게 가공했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각 특색에 맞게 어떻게 사용하냐가 중요하다.


이는 아라비카도 "안 좋은" 커피가 될 수 있고, 로부스타도 "좋은" 커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게이샤도 "안 좋은" 커피가 될 수 있고, 게이샤 외 다른 품종도 "좋은" 품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겪어보지 않을 것들에 대해서 단정하는 경우가 있다.

인종차별 역시 그런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백인은 다 그럴 거야.' '흑인 다 그럴 거야.' 이러한 차별들이 "사람 대 사람"으로 겪어보지 않고 생각의 문을 닫게 한다. 커피에도 이런 현상이 있다. 나는 이를 커피차별이라 말하고 싶다. 이 커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누가 만들었는지는 들어보지 않은 채 소문에 의해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커피뿐일까?

이건 왜 이렇게 비싸지?

이건 왜 이렇게 싸지?

"합리적 의심"까지는 좋지만 추측이 사실화되어 끝나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 비싼지, 왜 싼지, 왜 좋은지, 왜 좋지 않은지 소비자와 공급자 간에 많은 소통이 이루어진다면 이런 차별도 없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Hand Sorting - 손으로 하나하나 결점이 있는 커피 열매를 제거하는 로부스타 농장의 농부들의 뒷모습


※차별화는 좋은 마케팅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통해서 말하는 차별은 무경험과 무지에서 나오는 잘못된 추측과 오해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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