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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hnnap Feb 25. 2024

〈너 친구 맞아?〉



93. 무작정 지하철을 타고 종점까지 가서 여기저기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초등학생 때 나는 이렇게 줄글로 된 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 그래서 아마 내가 판단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겠지만, 이 책이 5~6학년부터 추천인 것이 요즘 초등학생을 조금 과소평가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요즘 어린이들이 문해력이 낮아졌다는 게 반영된 건가 싶기도 하다.

 재밌게 읽었다. 두 명의 주요한 소녀 등장인물을 두고 우정이나 짝사랑으로 환원될 수 없는 인간관계에서의 미묘한 갈등을 소재로 삼아 전개된 것이 좋았다. 윤아의 모호한 행동과 성격은 어린이의 것 같기도 했지만 어른에게서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을 듯했다. 이유가 자세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지유와의 우정을 단독으로 점유하려고 하는 듯한 모습이 자신의 엄마와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획득하기 어려운 데서 일정부분 기인한다고 느껴졌다. 거짓말로 의심되었던 태연하거나 혹은 무심했던 모습이 자신도 모르는 새에 무의식적으로 꾸며낸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지유에 대해서는, 기존의 일정을 잊어버리고 다른 약속을 잡아서 우유부단하게 갈팡질팡 하는 모습이 나와 닮아서 마냥 느긋이 볼 수만은 없었다. 윤아 같은 인물과 보통 균형을 이루는 유형의 인물로서 상상하기 어렵지 않았을 것 같다. 윤아와의 관계에서 주의 깊게 함부로 선을 넘지 않는 모습이 성숙하게 느껴졌다. 윤아가 성숙함을 드러낸 방식과는 다른 실제적이고 보다 가벼운 것이라 좋았다.

 서사의 부속물로서 등장한 공부방과 지옥 탈출, 잡기 놀이, 얼음땡 중에선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들이 있어서 신선했다. 요즘에도 초등학생들이 그러고 노나 싶었고, 공부방이 여전히 살아있나 생각했다. 인물들이 단체연락망을 사용하여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 실제로 있을 법한 일이라서 자연스러웠다. 그림이 디테일하면서도 천진하고 생기가 있어서 보기에 좋았다. 생활반경, 씀씀이, 그리고 갈등에 대응하는 방식에서 나의 초등학생 때와는 거리가 있어서 놀라운 부분이 있었다. 윤아는 일기를 쓰는 사람이고 우산을 챙겨 멀리 갈 수 있는 사람이니 멋있는 어른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주말에 수학공부 네 시간을 하는 건 오늘 해본 입장에서 정말 쉽지 않다. 그걸 초등학생이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미치지 않은 게 다행일 것 같다. 여러모로 ‘나는 저렇게 해 본 적이 있었나?’ 돌이켜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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