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ahnnap Apr 20. 2024

〈나의 꼬마 집사에게〉



48. “전 주인 아들. 주인 2호랄까. 오래 살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 다 겪는 거지.”


 그때와 멀어진 시점에서 초등 1~2학년과 3~4학년을 위한 책이 얼마나 어떻게 다른지 체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확실히 보다 섬세한 방식으로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아이를 위한 심리적 쿠션을 제공하는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9살 소녀 다연과 15살 강아지 꼬미가 함께 한 세월의 마침표에 관한 이야기다. 여기서 강아지는 애정표현이 아닌 진짜 동물이다 보니 먼저 떠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인생에서 처음 겪는 이별에 다연은 미숙하다. 그래서 강아지가 말을 할 수 있다는 설정을 빌려 반려동물이 자신이 떠난 후에 주인이 슬프지 않기를 바랄 것이라는 바람을 그려낸다.

 아픔도 슬픔도 이별도 없는 레인보 마을에 갈 수 있는 신묘한 개의 중개로 미리 다연과 꼬미는 그곳을 방문한다. 그곳에 사는 여러 동물을 보면서 다연은 꼬미의 장래에 대한 걱정을 덜고, 거기서 마주하는 어느 거친 개의 마음을 풀어준다. 그 과정을 통해 추억할 사람이 있음은 미안해할 일이 아닌 기뻐해야 할 일임을 간접적으로 작가는 독자에게 전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꼬미에게 친절하지 않았던 전 주인이 있었음이 드러나며 너무나 확실해 보이는 다연과 꼬미의 인연도 사실은 책에 등장하는 많은 인연들처럼 점선과 우연으로 이어져 있었음이 밝혀진다. 상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음을 상징하는 역사의 존재를 상기하는 구성에서 이래서 이 책이 초1~2에게는 조금 버거운 것이려나 생각했다.

 그림책이고 그림이 좋았다. 표지부터 예쁘다. 서사를 납득시키는 분위기의 작화였다. 확실히 사실적이기보다는 직관적이고 명랑한 만화 같은 그림이 요구되었을 것 같다, 잘 들어맞은 것 같다. 서사를 구성하는 한 줄 한 줄의 대사도 좋았다. 각각 처음과 끝에 나오는 감정의 부피와 섬세함에 대한 묘사도 좋았다.

 개인적으로 레인보 마을의 설정 중 모든 계절이 공간적으로 구분되어 존재해 좋아하는 계절에서 놀 수 있다는 설정이 좋았다. 다시 태어나려면 한 계절에서 다른 계절로 원으로 뛰어놀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공상을 잠시 했다. 반려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없어 감히 말할 수 없겠지만 함께하는 세월동안 마음이 정말 커지다가 돌연 마침표를 찍는 이별은 힘이 들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후각이 덜 발달한 인간의 감각으로는 차이를 식별하기 어려워서 산책하다 비슷한 아이를 만난다면 마음이 어떨지 잘 짐작되지 않는다. 아무리 귀엽다는 것을 인정해도 반려동물에게 사랑을 주는 행위는 역시 내게는 낯선 영역이다.

 인용한 부분에서 드러나는 인간 나이로 150살을 넘긴 강아지 후추의 의연한 태도가 멋스러웠다.


#나의꼬마집사에게 #김은주작가 #우거진 #이지북 #신간 #서평단 #반려동물

매거진의 이전글 〈꿈꾸는 로봇 마젠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