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하지마라
늦은 4월까지 계속됐던
유달리 길었던 추위.
늦은 봄볕을 기다리던
하얀 벚꽃 망울들이
고개를 내밀자마자
몰아친 비바람.
하얀빛
뽐낼 새도 없이
바닥으로 떨어진
벚꽃 잎을 바라보며
'아, 올해에는 열매 없이 가겠구나'
일상에 부딪히고
마음에 품었던
기대가 무너질 때마다
'아, 나 또한 열매 없이 가는가?'
무력해진 어깨를
무거워진 고개를
간신히 들어 올려
벚나무 바라보니
'아, 작지만 또렷한 열매가 있다.'
이제 막 맺히는
초록빛의 여린 열매가 있다.
느릴 순 있어도,
더딜 순 있어도,
없다고 착각 말자.
먼저 머리부터 포기하지 말자.
그땐 가슴으로 포기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