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는 숨을 쉰다
창문 곁 화분에 꽃을 심었다.
이제부터 아래로 길쭉이 줄기를 뻗쳐가며
수년간 예쁜 꽃을 피울터였다.
3일쯤 지났는데 시들시들한다.
물도 꼬박꼬박,
흙도 좋은 것을 넣었는데
왜 그렇지?
가만히 살펴보니 흙이 뿌리 사이를 덜 채웠다.
흙을 더 채워, 힘껏 눌러 줬다. 밟아줬다.
며칠이 지나니 다시 줄기가 살아나고,
이내 다시 꽃들을 틔웠다.
흙이
가벼이 덮이면,
부드럽게 쌓이면,
뿌리는 마르고,
식물은 죽는다.
도리어 뿌리는
빈 곳 없이 촘촘히
숨이 막히도록 쌓여야
비로소 숨을 쉰다.
강한 압박을 받고,
힘든 무게를 견뎌야
살아날 수 있다.
청춘은 필연적으로
힘들고 아프기만
해야 한다 믿지 않는다.
그러나,
이래저래,
어차피,
힘든 것이 인생이라면...
밟히고 눌려도,
끝끝내 살아나고,
도리어 숨을 쉬는
이 작은 뿌리들처럼
적어도 그 힘든 무게가
결국엔 아름다운 꽃을 틔우게 만드는
흙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