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학교 종류 그리고 진학상담
첫째가 5학년이 되었다. 사실 벌써 가을방학이 시작되었으므로 이미 예전에 5학년이 되었다. 늦은 정리긴 하지만, 안 하느니 보다 낫다는 마음으로 뻔뻔하게 글을 쓴다.
* 독일생활 Tip
독일은 가을 학기부터 학사일정이 시작된다.
이해가 어렵다면, 유럽의 축구 리그를 결산하는 방식을 생각해보자. 각 유럽의 리그들은 2023/24 또는 2024/25 처럼 두 해를 연결하여 정리한다. 이는 가을부터 시작하여 여름에 마치는 것으로 한 해를 계산하기 때문이다.
유럽을 비롯한 독일 학교의 학사일정도 이와 같다. 가을에 시작한 신학기는 겨울을 지나 봄방학이 시작되며 1학기를 마친다. 이후 여름에 다시 2학기가 시작되어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한 해의 학사일정이 마무리 된다. 만약 독일로 유학오는 대학생들이 증명서를 발급하게 되면, '23/24 Win-, 24 Sum Semester'라고 학기를 구분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한 해가 시작되는 '겨울학기'와 학기가 마무리 되는 '여름학기'로 구분하는 것이라 이해하면 된다.
독일의 초등학교는 4학년까지이므로, 5학년부터는 상급학교로 진학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딸이 진학할 수 있는 학교들의 리스트를 작성하여 학년 초부터 일찌감치 보내주었다. 거기에는 각 학교의 이름과 위치, 전교생 숫자와 같은 기본적인 정보들부터 학교의 장점, 특징, 교육의 주안점과 같은 세부적인 정보까지 기록되어 있었다. 우리는 그 자료를 바탕으로 딸아이와 이야기를 나눴다.
딸은 졸업 후 바로 김나지움(Gymnasium)이라는 독일식 중/고등학교로 진학하고 싶다고 했다.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 근처에는 레알슐레(Realschule)와 하웁트슐레(Hauptschule)의 두 상급학교가 통합된 종합학교(Gesamtschule)가 있다. 김나지움은 이웃 도시에만 있기 때문에 버스로 이동해야 했다. 보통 독일학교가 이른 아침 시작하므로 늦어도 7시에는 버스를 타야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딸을 포함한 서너 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급친구들은 근처의 종합학교로 진학하겠다고 했다.
"네가 김나지움에 가게 된다면 학급에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을 텐데 괜찮겠어?"
딸의 결정을 존중하고, 또 스스로 그런 용기를 낸 것이 대견스러웠지만, 못내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어. 그렇게 따지면, 사실 종합학교(Gesamtschule)도 괜찮아. 그런데 나는 어떤 전공이 되었든 대학교에서 공부는 해보고 싶어. 그러니까 굳이 종합학교를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어차피 대학교에 가려면 대학진학시험(Abitur, 아비투어)을 봐야 하고, 결국에는 김나지움으로 옮겨야 되는 거잖아. 차라리 미리 가서 일찌감치 적응하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아."
* 독일생활 Tip
독일에서는 기본 교육과정이라 할 수 있는 초등학교가 4학년으로 마무리되고, 5학년부터는 보통 상급학교로 진학하게 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위의 표를 참고해보자.
독일의 학교 시스템은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학교와 1:1로 치환하여 생각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아래 정보를 확인하시길 부탁드린다.
상급학교의 종류는 크게 인문계 중/고등학교라고 할 수 있는 김나지움(Gymnasium), 실무중심 중/고등학교라고 할 수 있는 레알슐레(Realschule), 일반 중등학교라고 할 수 있는 하웁트슐레(Hauptschule)로 구분된다. 이중 두 가지 이상의 학교가 통합된 학교를 종합학교(게잠트슐레, Gesamtschule)라고 한다. 예를들어, 초등학교부터 김나지움, 레알슐레가 통합된 학교도 있고, 레알슐레와 하웁트슐레가 통합된 형태도 있다. 이 밖에도 종합학교는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보통 높은 학문적 도전, 즉 대학교에 진학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김나지움으로 진학하게 된다. 전통적인 학문 수학을 위한 형태이므로 여전히 라틴어 수업과 같은 비교적 고전적인 수업방식을 고수하는 경우도 많다.
향후 기술이나 실무중심의 분야의 직업군을 선택하고 싶은 사람들은 레알슐레(Realschule) 또는 하웁트슐레(Hauptschule)로 진학해도 된다. 이 학교들을 졸업한 후에는 분야에 따라 상이한 3~4년 과정의 아우스빌둥(Ausbildung) 등을 통해 전문 직업인이 될 수 있다. 이 교육을 일컬어 마이스터(Meister)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마이스터 교육을 소위 '실업계'라고 하며 낮추어 보는 경향성이 있다. 그러나 독일에서 이런 전문인, 마이스터들은 고등 교육인으로써 인정받는다. 아우스빌둥을 마치게 되면, 그에 상응하는 높은 수준의 급여도 받을 수 있다. 취업 이후에도 추가적인 교육(예: Weiterbildung, Fortbildung)을 통해 진급을 하는데에도 무리가 없다.
독일 교육과정을 일찍부터 진로를 결정하여 가능성을 없애는 시스템이라고 이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각 학교에서 진학한 뒤에도 몇 차례의 학교를 전환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는 기회들이 존재한다. 심지어 졸업한 이후 직업 현장에서 일정 기간 일을 하면, 그 경력을 인정하여 대학교 진학 자격을 부여하는 경우도 있다.
딸의 생각이 확고하니 더 생각할 필요가 없어졌다. 우리 부부는 담임 딸의 선생님과 연락하여 학교에서 면담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상담을 위해 교실에 들어가 앉았을 때, 선생님이 물었다. 그러나 그 질문의 대상은 우리 부부가 아닌 딸에게 대한 것이었다.
"나는 부모님이 아닌 네 이야기가 듣고 싶단다. 네게 가고 싶은 학교는 어디니?"
"저는 김나지움으로 가고 싶어요."
"그래. 혹시 생각해 둔 학교가 있어?"
"네, 일단 두 군데 정도 생각해두고 있어요. 예비학생들을 위한 행사(Open School)도 신청해 뒀어요."
"그랬구나! 나는 네가 김나지움에 가도 무척 잘할 것이라고 확신해. 잘 결정했다."
면담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우리에게 몇 마디 더 이야기를 했지만 결정에는 영향이 없는 부차적인 것일 뿐이었다. 이후에는 선생님께서 딸이 가고 싶어 하는 두 학교에 대해 설명해 주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마지막으로 진학 신청서 양식을 우리에게 주었다. 이후 우리 부부의 서명이 들어간 양식을 선생님께 제출하면, 선생님이 딸의 성적표와 자신의 보고서, 추천 및 확인서를 작성하여 교육청(Schulamt)으로 제출하겠다고 했다.
첫째는 그렇게 부모와 선생님의 응원 속에 김나지움으로 진학할 수 있었다.
* 독일생활 Tip
독일의 담임 선생님은 1년마다 바뀌지 않는다. 1학년 입학했을 때부터 4학년까지 늘 같은 반, 늘 같은 담임선생님이다. 물론 둘의 장점과 단점은 명확하다. 장점만 따졌을 때, 매년 바뀌는 반에서는 새로움에 대한 기대감이나 배움에 대한 마음가짐을 신선하게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른다. 반이 늘 같다면 배움의 과정에서 연속성과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 담임 선생님께서 아이들의 성장을 지속적이고 효율적으로 추적할 수 있다는 사실은 두말 할 것 없다.
청출어람 이청어람(靑出於藍而靑於藍: 푸른색은 쪽에서 나왔지만, 그 색은 쪽보다 더 푸르다)이라던가? 문득 내가 10살에 저렇게 논리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었던지 생각해 보았다. 감사한 일이다. 아이가 자신의 뜻을 누구 앞에서도 이리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게 되다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