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크리스마스 준비 집 데코레이션
독일은 크리스마스의 전통이 깊은 나라다. 오랜 역사와 함께 이어져 온 풍습 중 하나가 바로 크리스마스 장식인데, 최근에는 집 외관을 꾸미는 것이 점점 더 화려해지고 다양해지는 추세다. 그렇다면 왜 독일에서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집에 하기 시작했을까? 오늘은 그 기원과 특별히 장식을 시작하는 날짜 등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독일에서는 전통적으로 11월 마지막 일요일 이후부터 크리스마스 장식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이 날은 전통적인 기독교의 관점에서 보면, "죽음의 일요일(Totensonntag)" 또는 "영원의 일요일(Ewigkeitssonntag)"이라고 불리는 날이다. 교회력으로 따져서 이 날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예수의 탄신일을 기다리는 "대림절, 대강절(Advent)"이 시작된다. 굳이 따지면 이 날 이후부터 생명을 기다리고 축하하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죽음의 일요일 혹은 영원의 일요일을 포함한 11월은 특별히 어두움을 기린다. 돌아가신 가족들, 혹은 특별히 독일을 위해서 돌아가신 분들, 전쟁의 전사자들 등을 생각하는 달이다.
그런 연유로 전통적으로는 11월 마지막 일요일 이전까지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지 않습니다. 물론 요즘은 이런 전통을 굳이 따지는 사람들이 적어졌다. 한국이든 독일이든 어디든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세대가 출현하는 중인 것이다. 요즘은 11월 중순 이후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하고 싶을 때마다 장식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띈다. 그러나 여전히 어른 세대에서는 이런 전통을 중요시하는 분이 많다. 우리 옆집 아주머니만 하더라도 죽음의 일요일까지 온갖 장식들을 준비하기 시작해서, 다음날 월요일부터 사방팔방 전구를 달고 장식들로 꾸미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분위기에 시동이 걸린 것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는 것일까? 사실, 집 외관을 장식하는 문화는 독일의 전통적인 문화라고 보기 어렵다. 비교적 현대적인 풍습이다. 과거에도 물론 대강절은 있었고, 이를 기념해 집을 장식하곤 했지만 주로 집 안을 장식하는 데 중점을 두었고, 촛불을 켠 크리스마스 트리나 대림절 촛대 등이 다수였다. 그러던 것이 20세기 후반부터 미국 문화의 영향을 받으면서 집 외관까지도 장식을 하게 된 것이다. 특히, 전구장식이 대량으로 보급되면서 겨울철 어두운 거리를 환하게 밝히는 집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독일이 생각보다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던가? 사실 독일인들은 남의 시선을 꽤나 의식하는 사람들. 집 안을 꾸미는 것과 집 밖을 꾸미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면, 주저 없이 집 밖 외관을 정비하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오죽하면 러시아의 가스관 차단 등으로 인해 연료비와 전기비가 급격히 올랐을 때, 집 안은 냉골이어도 크리스마스 장식을 해야 한다는 농담이 있었을 정도일까. 여하간 그런 외부에 대한 시선과 더해 작은 마을 사이에서 다른 마을과 경쟁적으로 집 외관을 꾸미는 문화가 생겨났고, 그것도 오늘날의 풍경을 연출하는데 크게 일조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독일 사람들이 자신의 집을 꾸미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특별히 정원을 가꾸는 것은 사시사철 그들의 중요 관심사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집에 텃밭을 가꾸며 건강한 먹거리를 얻으려는 비교적 효율적인 목적으로 정원을 가꾼다면, 그들의 경우는 미적으로 아름답게 가꾸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돌 하나, 꽃 한 송이, 작은 장식들 하나하나 신경 써가며 정원 가꾸기에 몰두한다.
이 밖에도 독일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장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들이 더 있다. 독일은 기독교 전통을 가진 나라다. 앞서 언급한바 11월 마지막 주 일요일 이후부터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고 기다리는 대강절, 대림절이 시작된다. 크리스마스는 그들에게 우리나라 설 날에 비견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 명절이다. 당연하게도 이 날을 준비하며 집 안팎을 꾸미는 일은 신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크리스마스가 중요한 명절이라는 사실은 이 기간에는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들과 만남을 준비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집 외관을 가꾸면서 함께 집 안팎을 꾸미는 일은 가족들 안에서 유대감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로 공유하는 주제들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공감대가 생기고, 그런 시간들이 모여 공유할 수 있는 추억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옆 집 아주머니 집의 가족채팅방도 그런 의미에서 모처럼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독일의 겨울을 혹독하다. 추위가 극심하다기보다는 매우 어둡고 우울하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겨울이 독일을 철학자의 나라로 만들었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이다. 독일의 겨울은 해가 짧아서 저녁 5시만 되어도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새벽 5시만 되어도 날이 밝아오던 여름을 통과한 독일인들은 아침 8시가 되어도 여전히 어둑한 하늘을 보며 우울한 느낌을 받는다. 이때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반짝반짝 밝게 빛나는 집들을 보면 조금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을 수 있다.
세대가 변하여 집 안을 꾸미던 크리스마스 장식이 외부에까지 이르렀다 말했다. 독일의 크리스마스 장식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매년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내며 발전하고 있다. 2024년 현재 독일의 크리스마스 장식은 어떤 트렌드를 가지고 있을까?
일단 친환경적인 장식들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별히 태양광 패널을 이용한 전구 제품이 많아졌다. 플라스틱보다는 나무나 마른 꽃, 재활용 소재를 이용한 장식들도 자주 눈에 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전의 장식들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비교적 다양한 제품들이 새로이 선보여지고 있고, 사람들도 이런 제품을 사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것만 보더라도 독일은 환경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밖에도 최근에는 스마트 LED 조명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스마트 폰과 연결하여 다양한 문양을 건물 외관에 빔처럼 쏘기도 한다. 이는 DIY 제품과 더불어 일관되지 않는 개성 있는 연출을 가능하게 한다. 현대의 모던함, 간결함도 중요한 특성 중 하나이다. 과거의 조명이 형형색색의 화려함을 추구했다면, 최근의 조명은 단색, 특별히 차가운 흰색 계열의 깨끗함을 강조하는 특성이 있다.
이렇듯 독일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은 단순한 외적인 꾸밈을 넘어 삶의 철학과 전통, 그리고 가족 간의 따뜻한 유대감을 담고 있다. 특히 집 외관을 꾸미는 것은 이웃들과 함께 크리스마스의 기쁨을 나누는 하나의 소통 방식이기도 하다. 만약 이번 겨울 크리스마스 기간 독일을 방문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러한 독일의 전통과 특성을 미리 알아보고 오면 좋지 않을까? 아는 만큼 보이고,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