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도 네 '상상'으로 초대해줄래?

유아기 아동들의 <상상 속의 친구 (Imaginärer Freund)>

by 독한아빠

아빠를 꼭 닮은 사랑하는 막내에게



언제나 감정이 풍부하고, 또 솔직하게 표현하는 우리 아들.

시훈이를 통해 아빠는 아직도 많은 것을 새로이 깨닫는단다.

특히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많이 배우게 돼.


늘 먼저 다가와 주고,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사랑해."라고 자주 말해주고,

때로는 "아빠는 시훈이 안 사랑해?"라고

뾰로통한 얼굴로 물어보기도 하고...


사랑할 때는 더 많이, 더 자주 표현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아빠는 너를 낳고 나서야 분명하게 알게 되었어.

시훈아, 아빠에게 그 중요한 사실을 가르쳐줘서 고마워.


아빠는 시훈이의 이야기를 듣는 게 너무 좋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네 이야기 속의 '세상'들은 항상 너무 예뻐서,

가능하다면 꼭 한 번 찾아가 보고 싶어!

네가 친하게 지내는 <제롬마조이>를 만나러 하늘에도 가보고 싶고,

<스파이>랑 숲 속에서 호랑이 놀이를 해보고 싶어.


그런데 시훈아~ 솔직하게 말하면,

아빠는 아직도 네 친구들이 조금은 흐릿흐릿하게 보이네.

아마 네 친구들이 아빠를 만나주기에는

아빠 나이가 너무 많은 탓인가 봐?

아니면, 아빠가 그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을 까먹을지도 모르고 말야.

생각해보면 아빠도 시훈이 나이 때는 분명히 그 비슷한 곳을 알았을 텐데 말이야.


그래도 시훈아.

네가 행복해하는 그 세상 속에

아빠를 다시 한번 더 초대해주겠니?

아빠는 너랑 같이 꼭 그곳에 가서 재미있게 놀고 싶어.

혹시 아빠가 잘 못 따라가고, 길을 헤매면

언젠가 네가 그랬던 것처럼

다시 한번 아빠 손을 꼭 잡고 당겨줘.


시훈아.

아빠는 시훈이가 너무 너무 너무 좋아.

많이 많이 많이 사랑해.



시훈이를 꼭 닮은 아빠가






아들에게 '비밀친구'가 생겼다


첫째 딸의 가장 친한 친구는 '루이자'와 '이크누어'이다. 둘째 딸이 좋아하는 친구는 '한나'와 '사라'이다. 딸 들은 집에 돌아오면 학교와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놀았던 이야기를 쉴 새 없이 떠들어 댄다. 그러니 우리 부부가 굳이 캐묻지 않더라도 딸 아이들이 '절친'과 어떻게 지냈는지 훤히 알 수 있다.


막내는 아직 어려서 그럴까? 아니면, 실제로 친구가 별로 없는 것일까?

녀석은 유치원에서 친구랑 논 이야기를 거의 들려주지 않는다.

'이 맘 때는 또래 관계가 중요할 텐데...'

무심한 듯 넘기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괜스레 조바심이 인 적도 자주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아들이 친구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내가 어제 친구랑 놀다가 쇼콜라데(Schokolade, 초콜릿)를 먹었는데, 걔가 내 꺼를 뺏어먹었어."


물론, 좀 슬픈 이야기긴 했지만, 어쨌든 반가웠다.

사실 친구들끼리는 그렇게 '투닥투닥 거리며' 친해지는 거 아닌가?

그런데...


"그때 내 친구 제롬마저이가 '하늘에 올라가서' 내꺼라고 선물을 가지고 와서 줬어."


내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응? 어디에서 뭘 줬다고?'


그렇게 며칠 동안 비슷하지만, 조금씩 달라지는 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비로소 난 알게 되었다. 아들의 친구는 나 같은 '어른의 눈'으로는 쉽게 볼 수 없는 '상상 속의 친구'라는 것을 말이다.


첫째와 둘째를 키울 때는 미처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이어서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다. 그러나 이제는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나는 비록 그들을 볼 수 없지만, 그들은 아들에게 분명하게 보이는, 생생하게 '살아있는 친구'라는 것을 말이다.


매일 이야기를 하는 아들의 표정은 매우 진지하다. 녀석의 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상상속의 친구 (출처: https://www.familie.de/schulkind/entwicklung-beziehung)






'비밀친구'는 '장애'가 아닌 '정서적이고 창의적'인 능력이다.


나는 대학에서 상담을 전공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아이의 이야기가 '망상(delusion)'이나 '자아분열(Schizophrenie)'과 비슷한 정신적 문제라고는 여기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라는 소설의 주인공 제제(Zezé)의 '밍기뉴'나 안네 프랑크(Anne Marie Frank)가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었던 그녀의 일기장 '키티'도 바로 그런 친구가 아니었던가?


그러다 얼마 전, 내가 있는 마부르크 대학교의 심리학부에서 진행한 재미있는 연구결과를 보게 되었다. 그 연구의 주제는 유아기 아동에게 흔히 발견되는 '비밀친구, 상상 친구'의 존재가 아동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한 것이었다.



"Keine Störung, sondern Kreativität."

(보이지 않는 친구는 '장애'가 아니라, '창의적'인 능력이다.)


"Insgesamt sollen diese Kinder eher kreativer und weniger schüchtern sein als andere, haben höhere soziale Kompetenzen und ein besseres Sprachgefühl."

('보이지 않는 친구'가 있었던 아이들이 보통의 아이들보다 더 창의적이고, 수줍음이 적으며, 사회적 기술이 뛰어났고, 언어적인 능력도 좋았다.)


"Kinder mit imaginäre Freunden hingegen haben ihre Freunde ehre nach Charakterzügen wie Humor, Freundlichkeit und Hilfsbereitschaft beschrieben."

(예를 들어, '상상의 친구'가 없었던 아이들이 친구를 설명할 때는, 머리색, 피부색, 키와 같은 외모에 집중하여 묘사하지만, '상상의 친구'가 있었던 아이들은 유머감각, 친절함, 배려심 같은 친구의 성격이나 개성에 초점을 두고 설명하곤 했다.)





막내의 '비밀친구'를 볼 수 있을 만큼 내가 조금 더 자랐으면 좋겠다


그렇다. '상상 속의 친구'는 유아기에서 쉽게 발견되는 지극히 정상적인 발달과정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막내는 얼마나 오랫동안 그 친구들과 함께 놀 수 있을까?


얼마가 될 지는 모르지만, 아들이 지금 선명하게 꿈꾸고 있는 '상상'이 오래갔으면 좋겠다.

그곳에서 더 재미있는 세상을 꿈꾸고, 더 멋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아들녀석도 상상 속의 친구들처럼 멋있는 사람으로 자라 갔으면 좋겠다.



img.jpg "이 세상의 그 어떤 것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갈망이 내 안에 있다면, 그것에 대한 유일한 이성적인 설명은 내가 다른 세상에서 왔다는 것일 거야." (C.S. 루이스)



내가 아들의 세상을 볼 수 없는 까닭은

내가 너무 자라 버린 탓인가?

아니면,

내가 너무 어린 탓인가?


"너는 이미 동화를 읽기에는 너무 커버렸고, 이 책을 인쇄해서 제본할 무렵이면 훨씬 더 자라 있겠지.

하지만 언젠가는 너도 다시 동화를 읽을 정도로 충분히 나이가 들게 될 거다."

- C.S 루이스, <나니아 연대기>


어느 경우가 되었든.

더 늦기 전에, 그러니까 아들의 눈에서 그 세상이 사라지기 전에,

꼭 한 번 아들의 세상을 느껴보고 싶다. 아들 녀석과 배꼽이 빠져라 한바탕 웃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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