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추위를 견딜 수만 있다면....
첫눈이 내렸다.
모든 것이 눈 아래 파묻혔다.
화단에 심어 놓았던
꽃나무 위에도
눈이 담뿍 덮였다.
모든 것이 얼어 죽을 것만 같다.
그렇지만
실상
겨울에 내리는 눈은
추위를 견딜 수 있는 식물들에겐
오히려 도움이 된다.
그것은
겨우내 건조한 공기가
아무리 귀찮게 찾더라도
새하얀 눈이,
죽을 듯한 얼음이,
땅 아래에 있는
생명의 물방울을
지켜주기 때문이다.
추위를
견딜 수만 있으면 된다.
죽지 않고
오늘을
견디고,
버티면 된다.
그동안
겉을 화려게 장식했던
잎과 꽃들에
잠시만
관심을 거두고...
땅 아래 보이지 않는
뿌리에
온 신경을 쏟으며
잠시만
견디면 된다.
나를 포함하여, 오늘의 삶이 힘든 현대인들에게...
첫눈이 주는 깨달음은 적이 위로가 된다.
그동안 나를 빛나게 만들었던 성공에 잠시 시선을 거두고,
내 안에 웅크리고 섰던
진짜 나를 마주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오지 않은 것 같던 봄이 다시 나를 찾을 때.
오늘 나를 죽일 것 같았던 이 추위는...
도리어 나를 지켜주었던 보호막이었음을 알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