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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리아 Mulia Feb 15. 2021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옛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가고 싶어?"

"음... 난 별로 그러고 싶진 않은데 만약에 간다면 대학교 3학년 때?"

"왜?"

"그냥, 그 시절이 참 좋았던 것 같은데 좋은 줄 모르고 너무 재미없게 보냈어. 다시 대학교 3학년 때로 돌아간다면 휴학도 해서 내 시간도 좀 갖고 다른 경험들도 좀 해 보려고..."               

                                           

어느 날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신랑이 묻는다. 옛날로 돌아간다면 언제로 가고 싶냐고... 사실, 생사를 가를 만큼 크게 고생하며 살아오진 않았지만 내 자리를 찾아가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과 부대낌을 많이 겪다 보니 굳이 옛날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늘 열심히 살았던 과거의 나도 싫은 건 아니지만 예전에 비해 덜 동동거리고 좀 더 편안해진 지금의 내가 좋다. 예민하고 안달복달하는 타고난 성격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왜 대학교 3학년 때로 돌아가고 싶을까?>


지난 시간들을 생각해 보니 그때가 심적으로 가장 편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미래에 대한 고민도 있었지만 대학생으로 너무 어리지도 너무 부담스럽지도 않은 나이... 그때는 적절한 시간표로 수업을 들으며 1.2학년 때처럼 학교 행사에 끌려다닐 필요도 없어서 개인적인 시간이 많았었다. 과외 아르바이트도 했었고 여유시간에 내 공부도 하며 보냈던 그때... 지금 생각해도 참 편했었다. 그래서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과감히 휴학을 해보고 싶다.


휴학도 분위기를 타는지라 당시에는 정말 과에 관심 없고 전공에 적응 못하는 몇몇 남자 동기들만 휴학을 했지 여자 동기들은 다 열심히 학교를 다녔다. 고민했던 건 부전공을 전공학과 졸업 후에 일 년을 더 공부해서 복수 전공을 하느냐 마느냐였지 당시 내게 휴학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하면 너무 바보 같고 유치한 생각이었지만 아래 학번 후배들과 복학해서 같이 공부하고 취업 준비할 생각을 하니 답이 안 나왔었다. ㅎㅎ                                               

                                                                                                                                      <휴학을 하고 뭘 하고 싶었을까?>


취업에 대한 부담이 다소 적었던 대학 3학년 때로 돌아가 휴학을 한다면 전공 공부를 하러 가든, 영어권 나라로 영어 연수를 가든, 아님 좀 더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계획을 세울 것 같다. 세월이 지나 보니 어학 전공자로서 제일 아쉬운 부분이 해외로 장기 어학연수를 다녀오지 못한 것... 물론 방학기간을 이용해 몇 번 나갔었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그리고 꼭 휴학을 안 하고 방학 동안 몇 개월을 나간다 하더라도 과감히 혼자 다녀오고 싶다.


여행의 목적이 아닌 어학 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할 경우 동행이 있으면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 특히나 현지 언어감각을 익히는 데 있어서는 더더욱... 과감히 혼자 가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땐 혼자 가보고 싶다. 대학 때 휴학을 못 해본 게 내내 아쉬워서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그 아쉬움을 풀어보고자 했었지만 직장 생활을 몇 년 하다가 나이 들어 공부를 하니 막상 그때는 빨리 졸업하고 취업을 해야 해서 상황이 허락되질 않았었다. 암튼 그 부분은 지금까지도 두고두고 아쉬운 점이다.


그리고 꼭 어학연수나 여행으로 외국을 나가는 일이 아니더라도 다양하게 아르바이트를 해보고 싶다. 대학 졸업 전, 운 좋게도 전공 관련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었다. 인천 쪽에서 학교로 단기 강사를 구하거나 통역 의뢰가 들어오면 일단 부천에 살고 있는 내가 선택이 되었다. 잘 봐주신 교수님 덕분에 좋은 경험을 했었지만, 카페 아르바이트든 일반 회사에서 인턴십이든, 뭔가 좀 더 사회를 경험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딱 대학생 때나 가능한 그런 아르바이트... 그리고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그런 경험들을 많이 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타임슬립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현실이 괴로운 주인공들이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 괴로움의 원인이 되는 사건들을 결과가 좋게끔 다시 만들어 놓는다. 하지만 바뀐 결과로 인해 없던 시련들이 생겨나고 나는 행복해졌지만 나로 인해 다른 누군가가 고통을 당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니... 타임슬립이 가능하다면 다른 모든 것들의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는 설정으로 오로지 내가 아쉬움이 남았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해 봤으면 좋겠다.                                               

                                                            

돌아가고 싶은 순간에 대해 생각해 보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며 깨닫게 된 것들이 쌓여 지난 시간을 좀 더 알차게 보내지 못했던 것에 대해 후회 또는 아쉬움이 남아 이것도 해보고 싶고 저것도 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거지 막상 90년대 중반 나의 20대 초반의 그때로 돌아간다면 지금 느끼는 것들을 느낄 수 있을까? 20대만이 느낄 수 있는, 경험할 수 있는 여러 일들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지나친 것 같은 아쉬움은 있지만 그 당시엔 나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기에 후회는 없다.  그저 갑작스러운 신랑의 질문으로 잠시 그 시절의 나를 돌이켜보니, 주어진 여건 안에서 뭔가를 만들기 위해 나름 애쓰며 살았던 나를 쓰담 쓰담해 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든다. 


되돌아보면 몇 번은 있었던 선택의 갈림길...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동경은 있겠지만 그 길을 갔더라도 역시 남아있는 또 다른 길, 어쩌면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에 대한 미련은 계속 남았을 게 분명하다. 그냥 그 시절은 그렇게 어설프고 모자란 채로 가치가 있는 시간이고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나도 있는 거라 생각하자. 앞으로 다가올 나의 시간들을 좀 더 의미 있게 만드는데 애쓰기... 과거에 서 있지 말고!!    

좋았던 날도
힘들었던 날도
결국 지나간다.

좋았던 날을 붙잡을 수 없듯이
힘들었던 날도 나를 붙잡을 수 없다.

좋았던 날, 힘들었던 날,
모두 어제이다. 오늘이 지나가면
난 내일 안에 서 있을 것이다.

좋았던 날이거나
힘들었던 날이거나
과거에 서 있지 마라.

살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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