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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리아 Mulia Feb 05. 2021

저를 아세요?

누군가의 글에 남기는 댓글과 공감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저를 아세요?"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주인공 지영이가 자신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던진 한 마디다. 커피를 사기 위해 카페에 갔던 지영이... 우는 아이를 달래려다 커피를 쏟는 걸 보고 뒤에 서 있던 회사원들이 자신에 대해 맘충 운운하며 웅성거리자 김지영이 그들에게 다가가 던진 말이었다. "저기요, 저를 아세요?"  단지 5분 정도 본 게 다면서 나에 대해 뭘 아느냐고... 조용하지만 당당하게 던진 그 한마디가 참 씁쓸하게 느껴졌었다.

안다는 것... 내가 누구를 알고, 누군가가 나를 안다는 그것... 그 정도의 차이를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내가 낳은 내 자식의 마음도 백 프로 알 수 없는 일이라 자식을 다 안다고도 감히 말할 수 없는 건데, 정작 나를 잘 모르는 남들, 혹은 내가 잘 모르는 그들을 어느 정도 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걸까?


나이가 들어갈수록 내가 던지는 말에 대한 무게감을 더 느끼게 된다. 말뿐 아니라 요즘은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으니 결국 나의 말과 글을 통해 보이는 모든 것들에 대해 조심스럽기도 하다. 특히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을 쓸 때에는 과연 내 글이 읽는 분들께 어떻게 느껴질지도 신경이 많이 쓰인다.


2019년 11월에 블로그를 시작했다. 누구나 일생에 한 번은 꼭 사춘기를 겪는다더니... 청소년기에 큰 사춘기를 겪지 않았던 나의 사춘기는 마흔 중반에야 시작이 되려 했는지 그즈음에 생각도 많고 혼란스럽기도 하고 여러 가지 감정상태가 상당히 복잡했다. 주위 언니들은 아직 멀었다고 했지만 어쩌면 갱년기가 서서히 시작되려는 조짐일 수도 있었다. 마음속에 걸리는 일이나 불편한 감정들을 잘 담아두지 못하는 성격 탓에 친구들을 붙잡고 신랑을 붙잡고 이런저런 얘기들을 해도 그때뿐... 뭔가 속에서 자꾸 쌓이는 듯한 기분도 들고 그게 나쁜 감정이든 좋은 감정이든 내 상태에 대한 '기록'이란 것이 하고 싶어 졌다. 그 기록이라는 것이 일기같이 느껴진다 하더라고...


주위 지인 중에 파워블로거가 있어도 블로그에 대해 전혀 관심도 두지 않고 오로지 카톡으로만 소통을 하던 내가... 그런 내가 겁도 없이 블로그를 열었다. 처음 시작이 일기처럼 내 속을 드러내고 나의 소소한 일상이나 생각들을 기록하기 위한 거라 그냥 느껴지는 대로 기록을 했다. 솔직하고 담백하게... 요즘 다시 보면 유치한 글도 있지만 그 또한 나이기에 상관없었다. 먼 훗날 시간이 한참 지나 우리 아이들이 내 글을 보게 된다면 그 옛날 엄마는 이랬구나라며 지금의 나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기에 가감 없이 내 생각과 감정을 드러냈다. 글은 계속 남는 거니까...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은 게 거짓말,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간 보고 떠보는 그런 일들이기에, 아이에 대한 속상함도 관계에 있어 힘들었던 일들도 있는 그대로 썼다. 그러다 보니 점점 내 글에 공감해 주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진짜 소통을 하는 이웃들이 늘어나서 그분들이 건네주신 위로가 참 많은 힘이 되었다. 사실, 내가 쓰는 글들이 짧지는 않다. 블로그에서 긴 글을 읽는다는 거... 솔직히 쉬운 일 아니다. 내가 다른 분들의 글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지만 누군가의 글을 자세히 읽고 공감을 하려면 쏟아붓는 시간과 에너지가 만만치 않게 필요하다.


내 블로그는 더더군다나 그냥 평범한 보통 아줌마의 일상이라 평소에 하는 일, 생각, 그리고 읽은 책에 대한 기록 정도라 대단한 정보도 없고 정말이지 '소통'으로 채워지는 공간이다. 일면식도 없는 이웃님들과 글로 만나는 관계... 자주 들러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은 글을 통해 나란 사람을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기에 내겐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찐 소통을 하고 있는 이웃님들 중 몇 분이 브런치에도 글을 써보라는 제안을 해 주셔서 사실 브런치 작가도 도전한 것이기도 하다.


워낙 글 잘 쓰시는 분들이 많기에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는 게 자신은 없었지만 마음을 비우고 도전했다. 그리고 며칠간의 기다림... 운이 좋아서인지 작년 11월 중순쯤... 브런치 작가 승인이 떨어졌고 미약하게나마 조금씩 브런치라는 공간에 나의 생각들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브런치는 블로그와는 조금 다른 성격의 공간이다 보니 내가 글을 쓰는 것에도 일정한 흐름이 필요했다. 그래서 '사춘기 아이들'을 주제로 한 글과 조금 막연하긴 해도 '그동안 내가 겪어온 나의 시간들'을 위주로 글을 쓰기로 했다. 둘 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나를 만들어오고 나를 만들어 줄 시간에 대한 이야기들이라 하나씩 쌓는다는 느낌으로 글을 썼다.


블로그에 올리는 글과 브런치에 올리는 글이 매번 같진 않다. 같이 공유해도 좋을 것 같은 글은 두 군데에 다 올리기도 하지만 블로그는 블로그대로 브런치는 브런치대로 다르게 채워가고 싶다. 블로그에서나 브런치에서나... 어떻게 찾아오시는지 누군가가 내 글을 읽어 준다는 기쁨... 그리고 공감 어린 댓글이 달리면 '나를 알아봐 준다는 느낌'이 들어 참 좋다. 글 잘 쓰시는 분들이 워낙에 많아 솔직히 기가 죽기도 하는 브런치에서 다른 작가분들이 내 글을 읽어 주시고 라이킷을 해 주시고 댓글을 달아 주실 때의 그 기쁨 또한 참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어떻게 노출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브런치에 올렸던 글 중에서 몇 개의 글이 오천 뷰 혹은 만 건 이상의 조회수가 나왔었다. 댓글 알림을 따로 해 놓지는 않았는데 갑자기 익숙하지 않은 알림이 울려 보면 조회수가 천 단위로 넘어갈 때마다 오는 알림이었다. 나로서는 참 신기한 그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작년 12월에 "효자 남편과 사는 것"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었고, 그 글의 조회수가 꽤 됐었다. 물론 몇십만 뷰도 아니고 만뷰 넘은 조회수였지만 수많은 글들이 제대로 읽히지도 못한 채 사장되어 버리기도 하기에 내겐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어느 주말 아침 일어나 확인한 댓글 하나 때문에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효자 남편과 사는 것"이라는 글에 달렸던 댓글... 탈퇴한 사용자라고 하는 걸 보니 아마 다른 포털에 노출이 된 글을 읽고 댓글을 달기 위해 가입했다가 탈퇴한 것 같았다. 댓글을 보고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 보았다. 내가 효자 남편이랑 살아서 싫다는 뉘앙스를 풍겼나... 난 그런 의도로 쓴 게 아니고 부모님 생각 많이 하는 남편과 사니 서로의 부모를 좀 더 살뜰히 챙기게 돼서 다행이라는 것과, 멀리 계시고 아픈 어머니에 대해 애틋해하는 신랑에 대한 마음에 대해 쓴 글인데 누군가에게 이 글이 그렇게 그런 신랑이 싫어서 주절주절 신세 한탄하듯 들렸나 싶었다.


잠이 확 깼다. 도대체 그 사람은 내 글을 어떤 마음으로 읽은 거지? 본인이 그런 경험이 있나? 글이 맘에 안 들면 그런가 보다 하고 말지 뭘 이런 댓글까지 남기고 그렇지? 게다가 당당하지 못하게 먹튀도 아니고 댓글 한 줄 남기고 탈퇴한 건 또 뭐지? 등등...


그리고 생각했다. 글을 쓰는 것에 대해서... 원래 생각 안 했던 건 아니었는데 그 댓글로 인해 나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라는 걸 다시 느꼈다. 내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다 보니 남들이 읽기 좋은 글을 쓰진 못한다. 각자 경험과 생각은 다르기에 그 많은 다양성들을 맞출 수도 없고, 일단 나의 공간에선 내가 중심이 되는 글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내게 좋은 일이 누군가에겐 싫을 수도 있고 내게 힘든 일이 누군가에겐 그저 그런 일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블로그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내가 엄마에 대한 글을 쓰면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는 이웃님들에게는 그 글이 잔잔했던 마음을 요동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쓰면서도 그분들의 마음이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의 이야기라 올리고, 그분들 역시 그렇게 이해하고 공감해주신다. 그렇기에 어떤 경우엔 더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건 그간의 소통의 결과로, 그래도 어느 정도 우린 '아는 사이'라 느낄 수 있는 그런 마음들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글에 대해 이해하고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설사 같은 경험이 아니더라도 글의 상황을 미루어 짐작해 공감하는 건 철저히 읽는 자들의 몫인 거다.


내 글의 의도와 달랐던 그날의 댓글을 보며 나도 다른 사람의 글을 읽을 때 좀 더 신경 써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블로그에서도 브런치에서도 이웃과 구독 작가의 수에 연연하지는 않는다. 내가 라이킷 하고 댓글을 달았으니 나도 그만큼은 받겠지라는 그런 마음은 더더군다나 없다. 그저 내 글을 읽어주시는 작가님들에게는 감사한 마음이 들고, 나 역시 내가 구독하는 작가님들의 글은 진심을 다해 두 눈 부릅뜨고 읽는다. 다만 나를 추가해 주신 이웃이나 구독 작가님, 혹은 내 글에 라이킷을 해 주신 분들을 다 찾아갈 수 없는 건 중고등 아이를 키우는 일과, 프리랜서로서의 내 일이 헐렁한 일들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블로그와 브런치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적 심적 여유가 허락되지 않아서이다. 그래서 핑계 같지만 '천천히' '내 방식대로'를 주문처럼 외운다.


나의 글이 읽는 사람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고 역시 내가 읽는 누군가의 글들이 좋을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제대로 읽지 않을 거면 그냥 넘기는 게 낫다. 제대로 읽지 않고 아무렇게나 남기는 댓글로 글의 요지를 흐리지는 말자. 나를 잘 모르면서 함부로 판단하고 섣불리 아는 체 말자. 그게 정성 들여 글을 쓴 사람에 대한 예의이고,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나의 수준이기도 하다.


글이 마음에 안 들고 내용을 잘못 이해한 탓일 수도, 탈퇴한 그 사용자 개인의 문제일 수도 있었던 그 댓글에서 그래도 뭔가 하나 받아들이자면 '주저리주저리'라고 느껴질 만한 글들을 쓰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것.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 배운 적도 없고 전문적인 글쓰기도 아니다 보니 글을 쓰는 일이 결코 쉽진 않다. 글이 짧지 않아 앞으로도 주절대는 느낌의 글이 더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나의 진심이 전해질 수 있는 임팩트 있는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자신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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