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제대로 되는 건 없다
사택에서 출발한 지난 두 번의 야간 라이딩에서 자신감을 얻어 자전거로 출퇴근을 해보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에 차를 세워두고 먼저 자전거로 퇴근을 했다가 그다음 날 아침에 다시 자전거로 출근을 해야 한다.
수요일은 집에 가는 날이라 목요일을 그 첫날로 잡았다.
퇴근시간이 되고 어느 시점에 라이딩복으로 갈아입을까 주변을 살피는데 다음날 있을 체육대회(학교스포츠데이) 준비로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분주하다.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1시간이 지났다. 여전히 교무실 내일 학생들에게 나눠줄 어묵을 위해 꼬치에 끼느라 여념이 없다.
어쩔 수 없다. 더 어두워지면 도로를 달릴 때 위험할 수도 있으니 더 이상 지체하지 못하고 화장실에 가서 라이딩복으로 갈아입는데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하의는 도저히 교무실로 입고 들어갈 수가 없었다.
하의 위에 오늘 입었던 청바지를 껴 입었다.
그렇게 옷을 갈아 입고 교무실에서 급히 퇴근 인사를 하고 주차장으로 나와서 차에 실려 있던 자전거를 꺼냈다.
가슴이 설렌다.
'나도 이제 자출사(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에 속하는 되는 것인가'
자전거 보조가방에 구운 계란 3개, 바나나 1개, 자동차 키, 휴대폰, 초콜릿 몇 개를 챙겨 넣었다.
그리고 텀블러에 물을 담아 넣았다.
하지만 출발할 수가 없다. 하의는 여전히 청바지를 위에 껴입은 상태로 탈의하지 않고서는 불편해서 탈 수가 없다. 그래서 청바지를 벗으려고 하는데 마침 학부모 상담을 마치고 주차장을 향해 걸어오는 학부모님과 눈이 마주쳤다. 전에부터 알고 있던 학부모님이라 인사를 하는데 서로 살짝 미소를 지었다.
학부모님 입장에서는 헬멧을 쓰고 자전거 옷을 입고 주차장에서 어쩔 줄 모르는 내 모습이 우습게 보였나 보다. 멋쩍어 함께 웃으며 인사를 건네고는 그 학부모님 차가 출발하기를 기다렸다. 차가 주차장을 빠져나가자 곧바로 청바지를 벗어 차에 넣고 나도 출발을 했다. 퇴근 시간 5시 51분.
학교가 있는 퇴촌(광동리)에서 남종(분원리)으로 넘어가는 사거리까지는 자전거 도로가 없어서 약간 불편하다. 그런데 자전거가 분원으로 가는 길로 접어들자 새로 생긴 자전거 도로가 반갑게 맞이한다. 최근에 생겨서 그런지 길이 반들반들하다.
그 길을 타고 쉬지 않고 달려서 팔당물안개공원에 도착했다. 그런데 내리막길에서 텀블러가 자전거에서 떨어져 물이 다 쏟아져 버렸다. 다행히 물통은 깨지지 않아 다시 주워 담고 중간 휴식지로 정한 공원의 벤치에 멈췄다.
새로 산 휴대용 펌프를 꺼내 타이어 공기압을 체크했다. 지난번 펑크 났을 때 수리해주던 사장님께서 '자전거 탈 때마다 공기압 체크를 해야 한다'라고 하셨기에.
다시 사택을 향해 출발했다. 벌써 어둠이 내려 사방은 적막하다.
이 전용도로는 벌써 세 번째라 많이 익숙해졌다. 하지만 매번 만나는 새끼 고라니는 여전히 깜짝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든다. 작년에 민통선에서 만났던 멧돼지처럼.
바람이 꽤 차갑다. 허리 아래로는 부지런히 페달을 밟아서 그런지 괜찮은데 구멍이 숭숭 뚫린 헬멧과 얇은 상의를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은 하루 이틀 사이에 부쩍 싸늘하게 느껴질 만큼 겨울이 가까이 온 것을 체감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정말 상쾌하다.
광수중에서 7년을 보내며 왜 진작 이 생각을 못했을까 한스러울 정도다. 이제라도 자전거의 재미를 느끼게 된 것에 만족하며 4분의 3 정도 갔을 때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치밀어 올랐다.
'사택 방 열쇠를 차에 놓고 왔네.'
이런 젠장.
열쇠 없이는 사택을 들어갈 수가 없다. 방키가 번호키가 아닌 게 너무나 화가 난다.
몇 년 전에 학교에 방키를 놓고 와서 사택 주차장에서 다시 차를 돌려 학교에 왔을 때 느꼈던 허탈함. 그 허탈함에 비하면 아직 4분의 1이 남았다고 좋아해야 할까.
미련 없이 자전거를 돌려 달려온 길을 되짚어간다.
이젠 그 상쾌함은 싹 사라졌다. 철저하게 챙기지 못한 바보 같은 나 자신을 탓하며 학교로 다시 돌아왔다.
오늘 달린 시간은 1시간 23분이다.
평소 라이딩 시간에 비하면 조금 적으나 이번에는 오르막 내리막길이 적당히 있어서 운동량은 더 많은 듯싶다.
학교에 도착해서 자전거를 차에 싣고 여느 날처럼 차로 숙소까지 왔다.
금요일은 집에 가는 날이라 안 되고, 다음 주 월요일은 마침 분원에서 저녁 약속이 있으니 분원에서 출발하는 자전거 퇴근을 기약해 본다.
'자전거로 퇴근하기 첫 번째는 실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