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날은 없었다
올해 개학일은 3월 9일로 예정보다 1주일 연기가 되었다.
학생들은 나오지 않지만 '3월 2일에 전교직원 정시 출근하라'는 지침이 있었기에 마스크를 쓰고 간단한 짐만 챙겨서 갔다.
여느 해 같으면, 새로운 학교에 적응해야 하기에 엄청 긴장되기도 하고, 어떤 아이들을 만날까 설레기도 해서 1시간은 일찍 출근했을 날인데 오늘은 전혀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아 겨우 늦지만 않게 도착했다.
10시에 전체 교원회의가 시청각실에서 열렸다.
새로 전입 오신 교장샘의 인사 말씀과 행정실장님의 학운위 교원위원 선출에 관한 안내사항, 교무부장님의 전달사항, 교감샘의 전달사항 등이 이어졌다.
그리고 잠깐 1학년부 모임이 있었는데 지난번에 건의한 '교실 청소기 사용'건에 관해서는 "교감샘, 학년부장님들과 협의했는데 원하는 사람은 사용해도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학년부장님께서 알려주셨다. '괜히 시작도 하기 전에 학교에 문젯거리만 던져준 것은 아닌가?' 은근 걱정이 되었는데 첫 번째 내 건의사항이 받아들여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한편으로는 나처럼 집에 여분의 청소기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교실에 쓸 청소기를 별도로 구매하거나 찾아야 하는 담임들께는 미안하기도 했다.
다시 교무실로 돌아와 학년부로부터 받은 우리 반 학부모님의 연락처로 메시지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시흥중학교 1학년 4반 담임 @@@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국이 비상상황이라 입학식도 못하고 이렇게 먼저 메시지로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ㅠㅜㅠㅜ 다름이 아니라 교육청에서 입학 전이지만 학생들의 연락처를 파악해서 비상연락망을 구축하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와 관련되어 전화를 드릴 예정인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 오면 당황하실까 봐 먼저 메시지를 보내오니 메시지 받으시면 간단히 '학생이름, 학생폰번호'를 적어서 보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메시지 받는 대로 순차적으로 전화드려서 자세한 말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메시지를 보내고 돌아오는 메시지 순서대로 학부모님께 전화를 드려서 간단한 인사와 함께 현재의 상황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말씀드렸다.
총 30명 중 29분의 부모님과 통화가 되었는데 퇴근 전까지 한 명의 학생 부모님과 통화가 되지 않았다. 여러 번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계속해서 '전원이 꺼져 있다'는 소리만 반복해서 들려와 포기하려는 순간 '반톡을 개설하고 그중에서 그 아이의 번호를 아는 사람을 찾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급히 파악한 번호를 폰에 입력하고 우리반 학생들의 톡방을 개설했다. 그랬더니 그중에서 다행히 그 학생의 전화번호를 아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가 알려준 번호로 연락하여 그 학생과 통화를 할 수 있었고 그 학생의 어머님 번호가 교육청에서 보내준 뒤에 바뀌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렇게 파악된 비상연락망을 학년부장님께 보내고 나니 점심 먹기 전부터 시작한 일이 퇴근 무렵이 다 되어서야 마무리가 되었다.
퇴근 준비를 하려는데 갑자기 교무실이 소란스러워졌다.
포털사이트에 '전국 초중고 개학일이 3월 23일로 3주 연기되었다'는 속보가 뜬 것이다.
일주일 연기된 개학일에 맞춰 학사일정을 재조정하느라 1시간가량 열띠게 협의하고 나온 부장님들은 무척 허탈해했다. 시국이 시국이니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1시간 일찍 발표만 되었어도 이런 헛수고는 안 했을 텐데...
아무튼 30여 년 교직생활 동안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는 교장샘의 말씀처럼, 앞으로 이런 일이 내 교직생활에 또 있을까 싶다. 한 번이면 족하니 두 번은 절대 절대 없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