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는 않네

-자전거로 출퇴근 첫날

by 까미노

학교를 옮기면서 팔당호 아름다운 자전거길을 더 이상 달릴 수 없다는 게 너무나 아쉬웠다.

청간(관외) 내신이다 보니 학교를 지정할 수가 없었지만 기왕이면 집에서 자전거로 출퇴근이 가능한 곳이었으면 했다.

그런데 바람은 늘 빗나가기 마련인지 발령 난 학교는 자전거 출퇴근은 엄두도 못 낼 거 같았다. 주변에 아는 사람들 대부분도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반응이었다.


그래서 포기를 했었다.

그런데 날이 조금씩 풀리면서 닫혔던 내 마음의 빗장도 풀렸는지 '한 번 자전거로 가볼까?' 하는 마음이 한 여름 아지랑이처럼 솔솔 올라왔다. 그래서 3월 1일 처음으로 학교까지 자전거로 가봤는데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고 거리도 양평 사택에서 광수중 가는 것보다 짧았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연기되고 그런 마음도 살짝 수그러들 때쯤 교육청의 새로운 지침으로 인해 갑작스러운 출근을 오늘 하게 되면서 자전거로 출근을 했다.


전날 늦게까지 고민 고민하다가 일단 조그만 백팩에 학교 가져가야 할 노트북이랑 세면백, 드라이기 등을 챙겨놓고 아침에 일어나 마음이 어떠냐에 따라 자가용인지, 자전거인지 결정하기로 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니 '오늘 만약 자가용을 선택하면 앞으로 자전거 출퇴근은 물 건너갔다'라는 마음이 드는 게 아닌가.

아내 깰까 봐 살살 옷가지 등을 챙겨 백팩에 쑤셔 넣고 자전거를 끌고 엘리베이터로 내려왔다.

그런데 자전거는 '숑이'가 아니라 둘째 아들의 MTB로.

지난번 보니까 자전거 전용도로가 그리 상태가 좋지 않아 로드자전거인 '숑이'로 갔다가는 울퉁불퉁한 노면으로 인한 충격이 고스란히 온몸에 전해져 올 것이며 자전거도 펑크가 날 수 있을 거 같아서 충격흡수를 해주는 쇼바가 있는 둘째 자전거를 선택하게 되었다.


두 겹씩 껴입은 옷과 버프로 감싼 얼굴은 괜찮은데 짤룩 올라간 소매와 장갑 사이로 드러난 10cm 정도의 맨살에 부딪히는 바람은 꽤 쌀쌀했다. 심한 오르막도 내리막도 없는 길이지만 평소 집 근처처럼 평지가 많은 곳이 아니기에 조금만 타도 땀이 속옷을 적셨다.

출근시간이라 그런지 자동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이 콧속으로 자전거의 속도만큼 들어왔지만 정왕역 근처의 교통체증으로 인해 주차장처럼 길게 늘어선 자동차를 뒤로 하며 쌩쌩 달려가는 내 자전거를 차 안에서 얼마나 부러워했을까. 이 느낌을 내가 시흥에서 느끼게 되다니ㅎㅎ


학교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다.

교무실 번호키를 눌러 문을 열고 어두운 교무실 전등을 켰다.

이곳에서도 출근은 내가 가장 먼저다.

오후에 둘째 병원 예약이 있어서 점심시간에 조퇴를 하고 자전거로 아침에 달려온 길을 되짚어 돌아왔다.

그런데 집에 다가올수록 허벅지가 뻐근하니 힘이 달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도 조금 부실하게 먹은 데다 점심까지 굶은 상태다 보니 기운이 떨어져서 그런지 지난 3월 1일 연습 운행에 비해 확실히 힘이 부친다.

그래도 거의 쉼 없이 달려서 집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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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에 기록된 것을 보니 시간도 평균 속도도 출퇴근 시간이 거의 비슷했다.

내일은 재택근무라 출근을 하지 않지만 수요일에 출근하게 되니 그때 또 자전거로 출근을 할 수 있을까?

내일 자고 일어나 보면 수요일 출근길에 헬맷을 손에 들 것인지, 차키를 챙길 것인지 정해지겠지.

미세먼지도 심한 날이라 상쾌한 느낌은 덜했지만 공식 출근일에 자전거로 학교를 다녀왔다는 것에 무척 의미 있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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