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학교 습격은 이제부터?!

-3차 개학연기 소식을 접하며

by 까미노

오늘은 금요일의 아이들과 만나는 날이다.

어제 목요일의 아이 중에는 한 명이 결석했었는데 오늘 금요일의 아이들은 다 출석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 반 30명의 학생 중 1년 내내 집에서만 공부하는 홈스쿨링 아이들 5명을 뺀 나머지 25명은 일주일에 한 번씩 학교에 나온다. 이들은 1주일 전에 각 교과 담임교사들이 내준 가정학습 과제를 가져와 수업시간에 간단히 피드백을 받고, 다음 1주일 치 과제를 받는다. 20분씩 해서 8교시 수업이 오전에 진행된다. 8교시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은 점심 급식을 하지 않고 곧장 집으로 돌아간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점심 급식을 같이 먹어본 게 벌써 몇 년 전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3차 추가 개학 연기발표가 난 날 밤에 자다가 깨서 이런저런 상상을 해보다 여기에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이런 엉뚱한 상상이 어쩌면 현실이 될 수도 있겠다.


학생 얼굴 한 번 못 봐도 교사의 일은 계속 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우리 사회의 일상도 크게 바뀌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일하는 문화’다. ‘저녁이 있는 삶’이 어느 대선 후보의 공약이 되고, 얼마 전까지 ‘52시간 근무제’를 두고 진영에 따라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그런데 세계를 휩쓴 전염병이 견고했던 우리 일 문화를 급속도로 바꿔놓고 있다. 정부 정책에 마지못해 따랐던 유연근무제가 업종에 따라 적합한 근무체계를 선택한 경험이 쌓이면서 다양한 근무체계 도입으로 이어질 전망이라며 ‘코로나19가 고용·노동 분야의 혁신을 해냈다’고 다수의 언론이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어른들의 직장만이 아니다. 이렇게 문을 잠근 학교에서 교사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아이들을 만나 수업을 하는 선생님들은 개학이 연기된 기간동안 무엇을 할까? 지금까지 세 번의 개학 연기가 발표됐는데, 대부분 교사들은 일주일에 못 해도 두세 번은 출근해 다음 학기를 준비한다. 달라진 1학기 일정에 맞춰 방학내 짜둔 수업 진도와 평가 계획을 손보기 위해서다. 다양한 행정업무도 처리해야 한다.

문제는 ‘1학기’이다 보니 얼굴 한 번 못 본 학생들과 접점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지난 2월 23일에 1차 개학 연기가 발표된 후 학교에 출근했더니, 파일 하나가 전달됐다. 담임 반으로 편성된 1학년 30명 아이의 이름과 학부모 연락처가 담겨 있었다. 학부모와 통화해 아이의 전화번호를 알아내 학급 비상연락망을 구축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하면 혹시 놀라실까 싶어 메시지부터 보냈다. 사정을 설명하며 ‘학생 이름, 학생 전화번호를 적어 보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고 했더니 고맙게고 곧바로 학부모님들이 답이 왔다. 답을 받은 순서대로 학부모님께 전화를 드려 간단한 인사와 함께 현재 상황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말씀드렸다. 총 30명 중 29명의 학부모님과 통화가 되었는데 퇴근 전까지 한 명의 학부모님과 통화가 되지 않았다. 여러 번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계속해서 “전원이 꺼져 있다”라는 말만 반복해 들려와 포기하려는 순간 ‘반톡을 개설하고 그중에서 그 아이를 아는 학생을 찾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급히 파악한 우리 반 학생의 번호들을 내 휴대폰에 입력하고 우리반 단톡방을 개설했다. 그랬더니 그중에서 다행히 그 학생의 휴대폰 번호를 아는 친구가 있었다. 친구가 알려준 번호로 연락하여 그 학생과 통화를 할 수 있었고, 학생의 어머님 휴대폰 번호가 교육청에서 보내준 뒤에 바뀌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렇게 파악해 만든 비상연락망을 학년 부장에게 보내고 나니 점심 먹기 전부터 시작한 일이 퇴근 무렵이 다 되어서야 마무리됐다. 아이들이 학교에 있었다면 30분도 채 안 걸렸을 일이다.

그 후 거의 매일 단톡방을 통해 학생들에게 간단한 안부와 함께 학교의 공지를 안내한다. 가끔은 힘든 시기를 보내는 학부모님께도 위로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얼굴 한 번 보지 못했지만 긴급 상황이다 보니 유대감도 쌓인다.

어제는 그 중 한 아이의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선생님, 개학이 또 연기된다고 하는데 맞아요?”

“네. 맞습니다. 아직 공문이 내려온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발표대로 시행될 거 같네요. 아이는 별 탈 없이 잘 지내죠?”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온종일 집에만 있으니 엄청 힘들어해요.”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에 아이와 부모의 힘겨움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우리 집에 있는 두 아이도 침대와 소파, 식탁 그리고 화장실을 가는 거 외에는 거의 움직임이 없다. 평소 같으면 풀어놓은 망아지처럼 학교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에너지를 방출했을 중1 사내아이는 얼마나 갑갑할까.


‘당연함’ 사라진 일상, 학교도 변화 기회 삼아야

코로나19가 바꿔놓은 학교, 개학 연기가 끝이 아닐 것이다. 예정대로 개학해도 코로나19 종식 전까지 아이들은 등교할 때마다 마스크를 쓸 것이다. 학교 현관 입구에는 반갑게 하이파이브나 허그로 교문맞이를 하는 대신 이마에 체온계를 들이대고, 손 소독제를 뿌리며 인사를 대신할 것이다. 교실에 들어와서도 친구와 두런두런 모여 앉아 얘기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게 아니라 한 줄로 놓인 책상에 조용히 가방을 내려놓고 곧바로 독서를 하거나 자습을 해야 할 것이다. 수업 시간에도 서너 명이 모둠을 만들어서 하는 협력학습은 꿈도 꾸지 못하고, 혁신학교 등장과 함께 사라져 가던 교사의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이 다시 등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협력학습의 기회가 사라진다고 또 일제식 수업이 된다 해도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이 기회에 혼자 있는 시간을 맘껏 활용하여 평가를 위한 글쓰기가 아니라 스스로 성찰하는 성장을 위한 글쓰기 수업을 하면 좋겠다.

기존의 생활교육(생활지도) 방식도 변해야 한다. 그 중에서 교복에 관한 고정관념도 벗어버리면 어떨까 싶다. 예정대로 4월 6일 개학을 하면 아이들은 흔히 ‘마이’라고 불리는 동복 재킷을 입게 될 텐데 이 옷은 매일 세탁하기가 어렵다. 코로나19 예방수칙에 의하면, 기침이나 재채기가 나오면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라고 하는데 혹시라도 기침이나 재채기가 나와서 재킷 소매로 가리고 했다면 그 옷을 다음날 또 꺼내 입으라고 할 수 있을까.

따라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만이라도 겉옷은 매일 갈아 입을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교복, 체육복, 사복을 포함한 자율복을 선택해서 옷을 입을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물론 자율복에 대한 우려도 이해한다. 하지만 경기도의 일부 혁신학교 중에는 몇 년 전부터 교복 대신 자율복을 입는 곳이 있다. 처음에는 ‘경제적 위화감 조성, 아침마다 무슨 옷 입을 것인가에 대한 실랑이, 단정하지 못한 복장에 대한 우려’ 등 반대 의견이 있었으나 공청회와 토론회 등 오랜 시간 교육공동체가 민주적인 방식에 의해 논의하고 협의해 시행한 결과 현재까지 우려할 만한 일들은 크게 발생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당장 모든 학교의 교복을 없애자는 것은 아니다. 하루에 7시간 이상, 1년에 190여 일을 딱딱한 의자에 앉아서 보내야 하는 아이들에게 올해 1학기만이라도 선택적으로 옷을 입을 수 있게 해봤으면 한다. 우리가 그동안 중학생이 되면 당연하게 입어야 한다고 여기던 교복을 안 입어도 큰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체감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코로나19가 많은 어려움을 가져다주기는 했지만 이번 기회에 교육공동체가 둘러앉아 교복 착용에 관한 것에서부터 그동안 반드시 해야 한다고 여기며 관행적으로 하던 것들을 돌아볼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성찰 없는 관행은 악습이 되기 쉽고, 어이없는 상상에서 세상을 바꾸는 혁신이 나오기도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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