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끝내 타지 못했다

두 번째 산티아고 D-2일 차(Incheon-Paris)

by 까미노

두 번째 산티이고 순례길을 걸으려고 비행기 티켓팅을 마치고 나서 겨울에 떠나는 사람들이 모인 오픈채팅방에 가입했다. 방규칙에 따라 순례길이 시작되는 지명과 닉네임을 적어야 했다. 한참 고심 끝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같은길다른느낌/12월23일/생장'

처음 순례길을 나설 때는 파리에서 환승하는 조건으로 티켓을 구매해 인천공항에서 2장의 티켓을 받았었다.

(국제선)인천 - 파리 샤를드골

(국내선) 파리 샤를드골 - 비아리츠

그래서 파리샤를드골 공항에서 약간 헤매기는 했으나 큰 어려움 없이 비아리츠공항까지 환승해서 갔는데 이번에는 좀 다르게 하고 싶었다. 파리에서 바로 이어지는 비행기가 있는데도 일부러 공항밖으로 나온 뒤에 다시 체크인하는 것으로 티켓을 구입했다.


그런데 공항 직원의 도움을 받아가며 어렵게 체크인해서 받은 탑승권에는 좌석번호가 적혀 있지 않았다. 탑승구에 가서 기다리다가 승객이 다 타고나면 자리를 정해준다고 했다. 하지만 35분 딜레이 된 비행기는 끝내 나를 태우지 않고 떠나버리고 말았다. 다음과 같은 이유를 대며.

지금 고객카운터에서 직원은 공항 근처 호텔을 찾아 수십 분째 전화를 걸고 있으나 마땅한 숙소를 못 찾고 있다. 연거푸 'Sorry'를 말하다 계속 서서 기다리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저기 소파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면 부를 거"란다.


이렇게 오늘 예약한 곳의 숙박비도 날아가고, 내일 일정도 엄청 꼬였는데... 왠지 슬프지는 않다.


같은 길 제대로 다르게 느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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