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 가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 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사람들은 길이 다 정해져 있는지 아니면
자기가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또 걸어가고 있네
나는 왜 이 길에 서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무엇이 내게 정말 기쁨을 주는지 돈인지 명옌지
아니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인지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만
아직도 답을 내릴 수 없네
자신 있게 나의 길이라고 말하고 싶고
그렇게 믿고 돌아보지 않고 후회도 하지 않고
걷고 싶지만 걷고 싶지만 걷고 싶지만
아직도 나는 자신이 없네
나는 왜 이 길에 서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 god 4집 ‘길’ 중에서
최근에 종편에서 가수 god 멤버 다섯 명이 산티아고 순례길 걷는 것을 몇 주차에 걸쳐서 방영했다. 내가 처음 걸으려고 할 때 그들은 이미 산티아고에 도착했을 무렵이라 같이 걸을 일도 없었지만 그들이 걸은 길들을 한 달 뒤에 걸었기에 TV에 나오는 순례길을 보면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 가슴이 막 설렌다.
산티아고를 걷고 왔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그래서 깨달은 거는 뭐에요?”라고 묻는다.
그런데 그게 바로 한 달 내내 내 자신한테 했던 질문이다.
‘나는 이 길을 왜 걷고 있는가?’
가톨릭 신자도 아니기에 순례길을 꼭 걸어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평생 ‘산티아고 순례길을 꼭 한 번 가고 싶다’는 생각은 어렴풋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교직에 있으면서 800km 순례길을 시간 내서 다녀올 것이라고는 감히 상상도 못했다.
밤하늘에 달을 보며 저 곳에 토끼가 있는지 사람이 살고 있는지 궁금하기는 하지만 그건 그냥 전혀 확인해 볼 수 없는 것이기에 갖는 막연한 상상 속 궁금함일 뿐이지 직접 꼭 가서 확인해야겠다는 의지가 충만하지 않는 것처럼 산티아고 순례길은 내게 그런 존재였다. 그런데 정말 갑작스럽게 ‘훅!’가슴 속에 들어왔다.
‘지금 아니면 평생 못 갈 수도 있어. 지금 떠나자!’
아는 것도 하나도 없고 준비도 안 되어 있어서 많이 어설프고 부족했지만 어쩌면 급하게 내린 결정이기에 망설일 틈도 없어서 곧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사진제공 : https://www.lge.co.kr/lgekor/asset/images/mainDistrict/mobile/photo_v20/top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