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 가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
내내 걱정이었다. 인천에서 파리 드골공항까지는 한 번에 오니까 인천에서만 잘 타면 된다. 어찌어찌해서 파리 샤를드골공항까지는 잘 도착했다. 그런데 파리 샤를드골공항에서 비아리츠공항으로 환승을 해야 하는데 여태까지 직항만 타봐서 두려움이 컸다. 다행히 물어보고 눈치로 살펴봐서 비아리츠까지는 잘 내렸다.
하지만 오늘 숙소가 있는 '생쟝 삐 에드 데 뽀흐(Saintjean pied de port, 줄여서 ‘생장’이라고 부름)'까지는 두 번이나 버스와 기차를 갈아타야 갈 수 있다. 수화물로 부친 배낭을 찾고 바욘(Bayonne)으로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비행기 내에서도 동양인은 나 혼자였고 다들 서양인들만 가득하더니 비아리츠 버스정류장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살짝 긴장이 드는데 갑자기 낯익은 젊은 청년이 웃으며 인사를 한다. 나도 얼떨결에 인사를 했으나 자세히 보니 모르는 사람이다.
우린 낯선 타국에서 한국인이라는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반가웠다. 그 청년이 배낭을 메고 있는 나를 보며 “저도 생장까지 가려고 하는데요. 저 앞쪽에서 승합 택시를 타려는 서양인 넷이서 가격을 흥정하고 있는데 가격 맞으면 같이 가실래요?”라고 물었다.
이건 원래 계획에 ‘1’도 없었다. 하지만 밤늦게 도착해서 순례자 여권 만들고 숙소를 물어물어 찾아가는 수고로움에 비하면 약간 돈이 더 들더라도 택시가 훨씬 나을 거 같았다. 버스와 기차비는 합쳐서 11.1유로인데 택시비로 1인당 20유로 달라고 해서 그러자고 했다.
그렇게 해서 예정보다 3시간 정도 일찍인 오후 7시 15분쯤 생장에 도착해 순례자사무소에서 크리덴시알(Credential, 순례자 여권)도 만들고 숙소에 짐을 풀었다. 비아리츠에서부터 함께한 한국인 청년은 충남 예산에 사는 27세 김**씨로 3년 전에 한 번 왔었는데 그때의 기억이 너무 좋아서 다시 왔다고 했다. 그와 저녁을 먹었는데 프랑스어도 영어도 서로 잘 못해서 첫 끼니는 ‘필그림 메뉴(Pilgrim Menu, 순례자를 위해 만든 세트 메뉴)’를 시켰는데 가격에 비해서 그리 훌륭하지는 않았다.
방엔 6개 베드가 있는데 서양 여자 1명과 우리 둘, 3명이서 같이 쓴다. 그런데 ‘Good night’인사를 하고 소등도 했는데 서양 여자 한 분이 추가로 들어왔다. 이렇게 해서 남자 둘, 여자 둘이 되었다. 방 중간에 파티션이 있기는 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모르는 남녀가 함께 자는 것이 내게는 생소했으나 까미노에서 흔한 일이라고 한다. ‘나의 산티아고’라는 영화에서 보면 어떤 숙소는 샤워실도 남녀 구분 없이 함께 사용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니 말이다.
‘부엔 까미노(Buen Camino)!’
(부엔 까미노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가장 많이 하는 스페인 인삿말로, ‘좋은 길’, ‘좋은 여행되세요.' 라는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