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함께가세 Oct 21. 2018

나와 우리를 변화시키는 민주시민교육

-안산초등학교 교사 최은경

어린이 시민 되기

8년 차 혁신학교를 준비하던 지난 1월. 우리는 학교 교육과정을 세우며 ‘수암동 아이들은 행복한가?’를 다시 물었다. 이 질문에 ‘그렇다 혹은 매우 그렇다’라는 대답보다 부정적인 응답이 더 많았다. 문제의 핵심은 바로 아이들의 삶이다. 한 부모, 조손 가정,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고 맞벌이로 인해 방과 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컴퓨터나 휴대폰 게임에 노출이 되어 있다는 점과 다양한 학습 경험의 조력을 받을 학부모의 부재로 기초 기본 교육이 부실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여러 번의 토의와 학습 그리고 다양한 사례를 나누며 내린 결론은 ‘아이들의 온전한 삶을 가꾸는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삶의 주체적 의지를 가진 어린이 시민 되기’를 실천하자는 것이다. 


민주시민교육이란 무엇인가? 교육과정 속에서 학생들의 참여를 끌어내어 학교에서 민주적이지 않은 부분을 찾아보고, 교사의 민주적이지 못한 부분도 성찰하고 반성하며 그 변화를 함께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 교육은 교사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르쳐야 할 내용이 너무 많다. 창의적 체험활동 역시 학교 행사와 각종 계기교육으로 교사의 재량을 발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우리 학교의 가치인 자존감(자기 긍정배움)’, ‘공감과 나눔을 민주시민교육의 10가지 주제와 연결하고 통합하여 각 학년에서 꼭 필요한 내용을 재구성하고 재미있고 설레며 의미 있는 교수학습 방법을 적용하기로 하였다.      



동화로 시작하는 민주시민교육

민주시민교육은 사회문제와 가치의 필요성을 이해하는 것을 시작으로 한다. 다양한 발문을 통해 가치를 탐구하고 토의와 토론을 중심으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을 때 실제적인 민주시민 교육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민주시민 교과서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에 소개된 책을 참고하여 아이들의 흥미를 끌고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동화와 그림책 등 ‘온 작품 읽기’를 시작했다.   

4학년에서는 목이 길다는 이유로 마을버스를 타지 못하고 걸어 다녀야 하는 목기린 씨의 불편한 상황을 아기 돼지 꾸리와 목기린 씨 그리고 동네 주민들의 합의를 통해 극복해 내는 동화 『목기린씨 타세요』(이은정 글, 창비)를 함께 읽었다. 읽는 도중 ‘목이 긴 목기린 씨가 버스를 탈 수 있게 하는 방법 찾기’를 주제로 토의를 했다. 아이들의 생각은 ‘버스 구멍을 뚫어 타게 하자, 목기린 씨 전용 2층 버스를 만들자, 목기린 씨 전용 오토바이를 만들자’ 등 각양각색이었다.

 

이 책을 읽은 후 불편했던 경험을 나누었다. ‘키가 작아서 놀이동산 기구를 타지 못했던 일’, ‘형이라고 동생한테 양보만 했던 일’, ‘여자라고 축구 못했던 일’……. 갖가지 불편했던 일들이 쏟아졌다. 국어과 쓰기 영역과 통합하여 ‘우리 학교나 주변에서 불편한 곳 찾아 제안하는 글쓰기’를 했다. 



아이들은 ‘도서관 쉼터’에서 5~6학년 선배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어 불편하다는 것과 1~4학년도 사용하고 싶다는 제안서와 ‘여자 화장실 따뜻한 물이 나오게 해 달’라는 것은 교장실 앞 게시판에 붙였다. 4학년 아이들의 글을 본 6학년이 사과하는 글을 게시하였고 학년 다모임을 통해 쉼터 사용 시간과 규칙을 정해서 쉼터의 의미를 되살렸다. 온수 사용 문제는 교장선생님께서 ‘따뜻한 물이 나오는 밸브가 잠겼고 이제는 고쳤으며 앞으로도 다른 불편한 사항이 있으면 또 이야기해 주세요.’라는 답변을 적어주셨다. 학부모 공개수업에는 부모님께 제안하는 글쓰기를 해서 참관한 학부모님과 토의를 했다. ‘휴일 아침밥을 꼭 먹게 해 주세요, 용돈을 올려주세요, 제 편도 좀 들어주세요, 가족끼리 여행 가고 싶어요.’ 등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학부모님들. 책에서 시작된 생각의 씨앗이 결국 자신의 삶을 바꾸는 제안으로 이어져 자존감을 높이며 민주시민의 역량을 키울 수 있었다.     



공적인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민주시민교육

아리스토텔레스는 시민으로서의 덕을 ‘공직을 담당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시민은 나라의 주인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나랏일을 맡아볼 수 있을 정도의 지식과 기능 그리고 문제를 공공의 관점에서 판단할 수 있는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이 시민 역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적인 삶에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의사 결정에 참여하고 자신의 결정이 앞으로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는 경험이 요구된다. 이런 공적인 경험은 상시적인 자치활동과 다모임을 기반으로 우리가 만들어가는 6학년 수학여행과 자율 동아리’ 그리고 학생이 만드는 해누리 축제와 프로젝트 수업으로 하였다.


안산초의 ‘특색 있는 6학년 수학여행’은 3일 중 1일 차는 문화 탐방하고 2일 차는 ‘내가 짜는 자유여행’으로 진행된다. 아이들은 조를 짜서 자유여행을 계획하고 학부모와 교사는 ‘그림자 교사’로 동행 하지만 모든 걸 아이들 스스로 결정하고 활동했다. 5~6학년이 함께 만드는 자율 동아리는 ‘욕구 탐색 프로젝트와 꿈끼 탐색 프로젝트’를 통해 자율적인 동아리 활동 및 동아리 발표회를 거쳐 ‘해누리 축제’에서 발표와 공연, 전시 및 체험 부스 운영까지 이어진다. 주제 중심 프로젝트 수업인 ‘세월호 추모 행사’와 ‘5~6학년 연합 야영 활동’으로 의사 결정 과정에서 민주적인 해결 능력을 키울 뿐 아니라 결과에 책임을 지며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태도와 공공선을 실천하는 힘을 키워가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하고 싶은 일이 생기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즐겁게 했다. 수학여행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5학년 후배에서 전해주는 6학년 아이들. 동아리 발표회를 위해 영상을 준비하고 누구 하나 소외됨 없이 축제를 만들고 즐기는 아이들. 무엇보다 ‘프로 불편러’가 되어 우리 주변을 변화시키는 안목을 가지게 되었으며 할 말이 많아지고 교사의 비민주적인 행동이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다. 교사를 성장시키는 것도 아이들의 몫이다.     




자신 있게 행복을 이야기하는 세상

지난 9월 18일. 남북정상이 세 번째 만나 '9월 평양공동선언' 발표하면서 실질적인 종전을 선언하는 이때 민주시민교육은 더욱 절실하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정치교양’이라는 과목을 통하여 민주시민교육을 집중적으로 했고 그 결과 평화적인 통일을 이루었다. 프랑스는 1998년부터 ‘시민교육’을 초∙중∙고 필수교과로 실시하고 있다. 영국과 미국 역시 ‘시민 역량’을 기르는 시민교육을 꾸준히 해 왔다. 


통일 한반도를 열어갈 우리 아이들에게 요구되는 핵심 가치와 역량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인성교육이 개인 차원의 도덕성을 강조한다면 이제는 사회적 실천을 통해 공동체와 자신을 변화시키고 협력하여 공공선을 이루는 주체적 의지를 가진 민주시민의 가치와 시민성이 강조된다. 그 출발점이 바로 학교에서 시작하는 민주시민교육이며 민주시민교육을 통해 개인과 공동체의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그 변화를 통해 우리는 모두가 자신의 말과 글과 삶으로 각자의 행복을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세상을 만들어 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금, 여기 수암동 아이들과 교사들은 행복하냐고?’ 궁금하면 언제든 수암동으로 오시면 된다. 마침 10월 27일(토)에 ‘배움의 꿈을 키우는 안산동 어울림 마을 축제’가 안산초 운동장에서 열린다. 축제에서 체험도 하고 통통 튀는 아이들의 공연도 보면서 맛있는 한솥밥 먹기를 함께 해 보시길 바란다.      


프로필

최은경(崔恩卿) 문학박사, 안산초 교사, 춘천교대 강사, 경기도교육감 인정교과서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 집필. 『지구인이 되는 중입니다』(교육공동체 벗) 저자.     

매거진의 이전글 학생은 미래 시민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