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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미노 Oct 21. 2018

"To Be or Not To Be!" 의여중 이야기

-의정부여자중학교 교사 유혜란

의정부여자중학교(이하 의여중)는 2011년 혁신학교로 지정, 2018년 현재 8년 차에 접어들고 있는 지역거점 혁신학교이다. 의여중이 위치한 지역은 의정부의 구도심지로 한부모 가정과 교육복지 대상자의 비율이 높다.


혁신 초기, 교사들은 학생들의 삶과 맞닿은 앎을 통해 학생들을 배움의 주체로 세우려 노력하였고 수업을 바꾸어 학교를 변화시키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해 나갔다. 그 과정에서 수업 변화에 따른 진도 문제가 거론되었고, 진도 문제는 자연스럽게 교육과정 재구성에 대한 고민으로 연결되었다.  '수업은 어떤 기준에 의해 바꿔야 하고 교육과정은 어떤 목표에 의해 재구성되어야 할까?'에 대한 혼란은 학교 철학과 비전이 필요하다는 성찰을 불러일으켜 구성원의 합의로 (배움으로 세우는 자존감, 실천으로 완성하는 배려)라는 의여중 공동체의 비전을 세우기에 이르렀다. 


2015년 혁신학교 2기로 접어들면서 혁신 초기에 재직하던 교사들 대부분이 떠났고 2017년에는 구성원의 3분의 2가 교체되는 변화를 겪었다. 큰 변화들은 당장의 위기로 다가왔지만, 학교 혁신의 순수한 뜻을 품고 의여중을 거쳐 간 수많은 교사들의 수고를 헛되게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학교 혁신을 후퇴시킬 수는 없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2018년 2월 새학년 준비 연수와 세월호 추모 학생회 행사 ⓒ의정부여자중학교


이렇게 두 차례의 위기가 지나간 2018년 2월, 올해도 어김없이 의여중은 새 학년을 준비하는 3일간의 연수로 1년을 시작하였고 한 해의 교육과정과 학년살이를 함께 계획하였다. 봄꽃이 흐드러지게 핀 4월엔 아픔을 기억하고 함께 슬퍼했으며, 텃밭 농사로 생태적 삶을 실천하면서 한 학년이 동시에 상추 비빔밥을 만들어 먹고 학급별 오감 기행을 다녀오며 일상적인 협력을 자신의 삶의 방식으로 내면화하고 있다. 


학교 밖 배움의 날, 교과통합의 날, 교사의 성장과 수업 변화를 모색하는 공개수업과 수업연구회, 예술적 감수성을 키우는 뮤지컬 통합수업, 관계 중심의 학교 문화를 만들어가는 신뢰 서클의 날과 집단상담 주간, 공동체를 돌아보는 교육과정 평가회, 지역에 나눔을 실천하는 김장 나눔, 배움 중심의 조직개편 TF 운영 등이 2018년에도 여전히 해내고 있는 대표적인 교육과정이다.                                                          


올해 의여중은 8년 차 혁신학교로서 종합평가를 받았고 학교 개방 및 콘퍼런스를 운영하였다. 현장에서 혁신을 감당해온 8년의 세월 동안, 혁신은 자발성에서 시작되어 빠른 속도로 일반화되었고 이제는 당연히 수행해야 할 의무이자 책임이 되어가고 있다.   

                                                            

2018년 컨퍼런스 데이 ⓒ의정부여자중학교


의정부 혁신 거점학교로서 어떻게 보면 의정부 혁신교육의 모범이라 불리는 의여중이라 하여 어려움과 고통이 왜 없으랴.  2011년 학급당 학생 수 23명, 학급 수 31학급이었으나, 2018년 현재 학급당 학생 수 31명, 15학급으로 작은 학교가 되었다. 학교 규모와 교사 수는 급감했지만 업무는 그대로이며 교사들의 피로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경제적 논리가 교육의 효율성을 좌우하는 시대에서 작은 학교들은 교육철학과 기준도 없이 통폐합의 대상이 되어버리고 학교의 변화에 대한 지원은 체감되지 않는다. 혁신의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이 균형을 이루지 못한 채, 양적 성장이 질적 성장을 막아선 느낌이다.  '올해는 또 몇 학급이나 줄어들까? 또 얼마나 많은 수의 교사가 떠나게 될까?'에 대한 걱정은 작은 혁신학교 의여중의 가장 근심거리이며 혁신 의욕을 상실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다시 위기다! 갈등의 최고조에서 햄릿이 그랬던 것처럼 중얼거려본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멈출 것인가, 지속할 것인가, 넘어설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늘 어려움 속에서 방황한다. 그렇지만 쓰러지지 않는다. 

또한 교사를 돕지 못하는 교육 시스템을 원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한다. 


누적된 교육과정들 중에 지속해야 할 것들, 지속하되 축소시킬 것들, 아쉽지만 중단할 것들을 공동체와 함께 돌아보고 합의할 때가 다시 찾아왔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현재를 진단하고 향후 4년의 교육과정을 새로 짜려는 교육과정 TF를 시작하고 있다. 구글 공동문서로 수많은 아이디어를 축적하며 지금의 위기를 헤쳐 나고자 모두가 마음을 모으고 있다. 혁신 중학교에서 일반 고등학교로의 적응 방안, 학부모의 인식 변화를 위해 컨설팅이 필요한 부분에 학부모가 컨설턴트로 참여하는 방안, 꿈의 학교 등의 지역 사회에서 학부모의 역할이 지역 주민의 역할과 공유되어 지도자로서 참여할 수 있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는 중이며, 곧 첫 번째 교육과정 TF 회의가 시작된다.      

  

새로운 실험정신으로 시작된 의여중이 규정을 강조하기보다 그에 어긋나더라도 실험정신을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해 나가는 것만이 의여중의 혁신을 지속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래, 다시 시작이다. 멈추지 말고 나아가자.

'수업을 비우다, 배움을 채우다.'  '학교를 비우다, 행복을 채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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