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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성장하는 우리학교 민주시민교육 이야기

-파평중학교 교사 김은영, 유주연, 정지영

by 까미노

가을이다. 끝이 없을 것 같았던 폭염을 뒤로하고 교정에도 가을이 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학교 교정에는 마을 축제에 전시하기 위한 허수아비가 세워져 있다. 다양한 주제로 만들어진 허수아비를 바라보며, ‘저 모습도 민주시민교육일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학생은 교복 입은 시민이다.’, ‘교육의 목적은 학생을 민주시민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라는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요즘 들어 민주시민교육을 강조하는 소리가 높다. 그런데 정작 학교현장에서는 이 또한 지나가는 바람 같은 정책처럼 느껴진다.


그러던 차에 전문적 학습공동체에서 독서토론을 하면서 장은주 교수님의 ‘시민교육이 희망이다.’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시민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거나 나면서부터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시민은 비로소 시민으로 형성되고 교육되어야 한다.’라는 문구가 우리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러면서 학생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학교교육을 특별히 강조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민주주의와 시민을 지식 중심으로 접근한 것을 반성 하면서 ‘어떻게 하면 일상의 학교생활에서 민주시민교육을 실천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였다.

우리가 실천하려고 하는 민주시민교육은 무엇인가? ‘민주시민교육이란 민주시민으로서 사회 참여에 필요한 지식, 가치, 태도를 배우고 실천하게 하는 교육이다.’ 그렇다면 우리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고민을 출발점으로 하여 우리는 학교에서 기초생활습관을 통해 바른 인격을 형성하는 것부터 민주시민교육을 시작하기로 하였다.



1. 나부터 멋지고 품격 있는 민주시민 되기

멋지고 품격 있는 민주시민은 어떤 모습일까? 공중도덕과 질서를 잘 지키고, 바르고 고운 언어로 타인과 대화하고, 자기관리를 잘 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학생들의 이런 모습을 생각하면서 자신을 성찰하는 ‘마음이 크는 노트’ 쓰기, 바른말 누리단 동아리 활동, 학급의 일은 협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고, 좋은 일은 널리 알리는 캠페인 활동을 전개하였다.


협의를 통한 의사결정 수업 약속 ⓒ파평중학교
서로를 응원하는 바르고 고운말 수업 약속 ⓒ파평중학교


2. 함께 성장하는 우리학교 공동체 만들기

학교는 작은 사회이고 공동체이다. 학생들은 공동체 안에서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민주시민으로 자란다. 공동체가 건강해야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도 행복해 진다. 우리는 학생들이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사랑하고 더 발전시키도록 다음과 같은 활동을 하였다.


수업 약속 Ⓒ파평중학교


먼저,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수업에 집중하였다. 수업에서 서로 지켜야 할 수업 약속을 정하고, 모두가 지켜나가도록 하였다. 다음으로 학급 규칙을 제정하여 공동체에서 지켜야할 기본적인 자세와 태도를 함양하도록 하였다. 또한 학생과 교사가 함께하는 ‘만들어 가는 교과수업’으로 학교 종소리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학생들이 수업의 주인공이 되도록 하였다. 마지막으로 교육공동체 대토론회를 통해 여름 하복 디자인을 정하고, 자율과 자치 능력이 향상되도록 하였다.


함께 만드는 교과 수업 Ⓒ파평중학교


3. 연대를 통한 지역사회 주인공으로 참여하기

민주시민의 덕목 중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연대이다. 연대란 ‘어떤 문제에 대해 한 덩어리로 서로 굳게 뭉치는 것’이다. 연대는 환경연대, 소비자연대, 지역연대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의 목적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협력 활동이다.


학생이 함께하는 지역 축제 ⓒ파평중학교


우리학교는 농촌의 소규모 학교로 지역 센터로서 학교의 역할이 크다. 또한 ‘마을이 학생을 키운다.’는 말이 실현되고 있을 만큼 지역사회와 학교의 관계가 긴밀하다. 그래서 우리는 학교 특성에 맞게 지역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대를 계획하고 실천하였다. 우리는 면사무소와 함께 지역 축제를 준비하고, 학생들도 지역 축제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선다. 또한 농촌의 특색 있는 축제를 만들기 위해 ‘주제가 있는 허수아비’를 만들어서 축제장에 매년 전시하여 관광객들의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


우리학교가 실천하는 또 하나의 연대는 사회적 약자를 돕는 활동이다. 지역에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을 학생회 주관으로 독거노인 돕기 캠페인활동, 김장 나눔, 찾아가는 작은 음악회 등을 실천하고 있다.


주제가 있는 허수아비 만들기 ⓒ파평중학교


우리학교 민주시민교육을 실천하며...


우리가 전문적 학습공동체에서 민주시민교육을 고민한 것은 ‘어떻게 하면 일상의 학교생활에서 민주시민교육을 실천할 수 있을까?’였다. 우리가 찾은 해답은 듀이의 말처럼 민주주의를 생활양식으로 생각하고,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멋지고 품격 있는 민주시민이 되기 위해 기초생활습관부터 다지고,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 활동으로 한 뼘 더 자라고, 삶의 근간인 마을에 참여하면서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우리가 이런 민주시민교육을 실천한다고 해서 바로 학생들이 멋지고 품격 있는 시민의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다. 여전히 학교생활에서 여러 가지 부침(浮沈)의 모습이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가랑비에 옷 젖듯이’, ‘콩나물 시루에 물 주듯이’ 오늘도 일상의 교육활동을 한다.

교정에 다양한 모양으로 서 있는 허수아비를 바라보며 ‘저것은 아름다운 민주시민교육’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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