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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미노 Dec 18. 2018

몽실학교에서 찾는 미래교육

-경기도교육청 장학사 서우철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별표) 부분에 대해 글 맨 아래에 주석을 달아 놓았습니다)

몽실학교 서우철 장학사 ⓒ백원석


교육과학기술부의 국가교육과정에서는 “패러다임의 전환은 국가에서 일방적으로 만들어서 ‘주어지는 교육과정’이라는 수동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교육을 직접 실천하는 각 학교에서 다양하게 편성하여 운영하는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학습자 중심 교육과정의 성격을 규정하고 있다. 학생은 기성세대가 만들어준 교육과정의 틀 속에서 기성세대가 기대하는 대로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교육과정을 만들어가며 ‘성장’하는 것이 새로운 관점에서의 교육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2007개정교육과정에 이어 2009개정교육과정에서도, 이후 계속되는 교육과정 개정에도 학생들이 스스로 교육과정을 만들어가며 성장하는 것을 새로운 교육이라 이야기하고 있지만 현재 우리 교육의 모습은 이와 다르다. 점점 아이들은 배움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대상화 되어 가고 있다. 이런 교육현실에서 우리 아이들은 배움의 자발성과 흥미를 잃어버리고 입시에 매몰된 채 ‘배움‘의 고통을 견뎌내고 있다. 



학습공원에서 미래교육의 모습을 찾다


벨기에의 ‘학습 및 재설계 연구소(The Learning and Redesign Lab)’가 2014년에 공개한 “2030년 미래학교: 어떻게 학습과 연구를 더 매력적이게 만들 수 있을까?(The New School in 2030: How can we make learning and working attractive?)”에서는 2030년의 미래학교는 학교(school)가 아닌 ‘학습공원(learning park)’이나 ‘학습마을(learning village)’ 개념을 제안하고 있다. 지금과 같이 연령에 따른 학제가 아니라 공원처럼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어울려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는 장소가 되는 것이다.


학습공원은 다시 소규모 학습공동체로 쪼개져 지금보다 더 민주적이며 자유로운 학습을 하게 된다. 또한 지역사회와 깊이 연결되어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한다. 교육으로 인한 혜택은 사회 전체가 함께 누리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 구성원 모두가 교육에 공동 책임을 지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기게 될 것이며, 지역사회와 통합되는 ‘지역기반 협력공동체’가 형성될 것이다. 더 많은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참여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지역 사람들과 함께 관계를 맺으며 소통이 이루어지는 열린 공간이 된다. 


2030년쯤에는 지금의 공통 과목들이 대부분 선택과목으로 바뀌어 관심사가 같은 학생들끼리 코치의 도움을 받으면서 학습자가 스스로 학습의 주체가 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 수업에 참여하게 된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역 사회의 경험 많은 전문가들은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며 각 학급별로 모두 시간표가 같은 현재와 달리 학생마다 각자의 시간표를 가지고 자유롭게 공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교사의 역할은 단순히 자신의 과목에 대한 지식을 단원별로 전달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기업이나 지역사회 전문가들과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연계하여 학생 개개인의 흥미, 열정, 재능을 바탕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학습공원에서는 초, 중, 고등학교의 구분이 없어지고 공식적 교육과정(formal curriculum), 프로젝트기반 교육과정(project-based curriculum), 비공식 교육과정(informal curriculum)의 3가지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공식적 교육과정이란, 최소 수준의 기본적인 역량에 대한 것으로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지식, 역량, 규범을 말한다. 읽기/쓰기 능력, 수학 소양, 과학적 지식, 사회적 기술 등이 이에 해당한다. 

프로젝트 기반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직접 지역 주민센터, 문화단체, 기업, 환경단체, 지차체 등과 연계되어 그들이 처해 있는 특정 이슈에 대한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동안 동료 학생들, 프로젝트 선생님들과 소통하며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는 능력을 배우고, 지역 사회와 관계된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 깊이 있게 배울 수 있게 된다. 

비공식적 교육과정은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하루 24시간, 일 년 365일 진행되는 외부활동을 의미한다고 한다. 지역사회에 열려 있는 학습공원인 만큼 스포츠클럽, 친교를 위한 동아리 활동 등이 교육과정의 일부로 포함된다.


미래학교 성공의 핵심은 지역 공동체 내의 사람들을 가능한 한 더 많이 참여시켜서 학습공원을 책임지고 이의 운영에 헌신할 책임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상호 평등한 관계 속에서 학습공원이 기대하는 교육의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각자의 책임을 수행한다. 이러한 조직의 비전은 협력 공동체를 통해서만 구현될 수 있다. 결국 지역 공동체가 학습공원에 대해 더 많은 직접적 책임을 지는 형태가 되는 것이다.    



청소년자치마을 10세기 축제 Ⓒ몽실학교



몽실학교에서 미래교육의 해답을 구하다


2015년 몽실학교가 마을 프로젝트로 출발해서 청소년들은 스스로 기획하는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가장 큰 변화를 일으킨 것은 배움의 자발성이었다. 스스로 일으킨 배움의 자발성은 배움터 자체를 민주적으로, 참여적으로 이끌어 가는 계기가 되었고 더 큰 성장의 동력이 되었다. 2015년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청소년들은 무엇을 배웠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으로 “공동체, 책임감, 도전, 배려, 나눔”이라는 5대 가치를 도출하였다. 그 가치들은 2016년 프로젝트 기획에 큰 지침으로 작용하여 5대 가치를 구현했다. 2년간 청소년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진행하는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길러진 역량은 고스란히  다음 프로젝트로 이어져 갔다. 


2년간 이어졌던 마을 프로젝트, 온마을 잔치 프로젝트, 견우 프로젝트들은 특기나 취미, 문화예술 방면을 중심으로 운영 되었는데, 2016년 2학기에는 한 단계 수준을 높여 청소년이 스스로 기획하는 방식을 좀 더 전문적이면서 학문적인 분야로 접목을 시키는 시도를 하게 되었다. 회복된 배움의 자발성은 분명 청소년들에게 배움의 욕구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하여 고등학생들이 대학에서 전공하고 싶은 분야를 스스로 기획하여 배움을 찾을 수 있도록 제안하였다. 학생들은 예상보다 훨씬 더 큰 참여 의지를 보여주었고 스스로 프로젝트 과정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고등학생을 위한 찾아오는 대학 연계 융복합 프로젝트인 몽실학교 ‘더혜윰* 프로젝트’이다. 


몽실학교 둥지 프로젝트  Ⓒ몽실학교



몽실학교 소속 고등학생들과 협의 끝에 앎과 삶이 통합되는 교육”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삶의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 탐구’ 주제로 선정하였고, 학교로 공문을 보내 추가 참여 희망자를 받아 워크숍을 실시하였다. 70명이 참가하여 진행된 1박 2일 워크숍에서는 향후 희망하는 전공분야별로 나누어 전공분야와 관련된 삶의 문제에 대해 브레인스토밍하였다. 팀별로 합의되는, 해결하고 싶은 삶의 문제를 선정하여 그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 10개 주제를 뽑아 9개 분야 10개 팀(총 65명)이 희망하는 요일의 주중 야간(19~21시)에 운영한다. 주당 2시간씩 중간・최종 발표회, 집중 워크숍을 포함하여 총40시간으로 진행하였다. 여기에 더혜윰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한 중등 교사, 지역 전문가 등의 길잡이교사를 모집하여 프로젝트 진행 관리, 프로젝트 활동 촉진, 팀별 및 개별 소논문 작성 지원, 최종 발표회 준비를 지원하고 있다.


더혜윰 프로젝트는 해마다 성장하며 2017년에는 학생 주도 교과 교육과정을 도입하여 학생이 교과 교육과정을 기획하고 수업을 진행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2018년 하반기에는 주제중심 교육과정을 도입하여 대주제를 중심으로 관심영역을 연결하여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2018년 더혜윰 프로젝트의 대주제는 ‘더불어 행복한 생태 민주주의’였다. 고등학생들이 보여주는 프로젝트에 대한 열정과 몰입을 지켜보며 교육의 미래는 학생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임을 확신하게 된다.



학교밖 학교에서 학교 안으로 구현하는 미래교육을 꿈꾸다       


그동안 4년간 몽실학교에서 진행한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가고 성장하는 교육은 2030년 미래교육에서 제시되고 있는 교육이 이미 실행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아이들은 변화하고 있다. 학교가 가야 할 방향을 먼저 학교 밖에서 실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몽실학교 정책 마켓  Ⓒ몽실학교


이제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학교에서의 적용방안을 고민해 나가야 한다. 의정부에서는 초중고 선생님들이 모여 ‘학생주도 교육과정 연구회’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 스스로 기획하고 운영하는 몽실학교의 ‘학생 주도 교육 방식’을 학교에 적용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학생들이 스스로 배움의 주체가 될 때 진정한 학생중심이 될 것이며 우리는 이제 그 길로 가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함께 그 길을 갈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각주

1) 교육과학기술부, 2007, p7~8

2) 혜윰은 ‘생각’의 순 우리말로 ‘더혜윰 프로젝트‘란 앎과 삶을 연계하며 더 깊이 사고하고 탐구하는 것을 추구하는 프로젝트를 지칭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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