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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미노 Dec 18. 2018

동료성으로 만들어낸 새로운 도전, 충현중 콘퍼런스

-(취재) 광수중학교 교사 백원석

혁신교육의 확장은 종합평가교를 중심으로 현장의 자발성을 창의적으로 만들어내는 요인이 되고 혁신의 다양성과 지역성이 발현될 수 있는 구체적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지역 내 종합평가교가 합동으로 콘퍼런스를 진행하기도 하고다른 학교 콘퍼런스에 전교사가 참여하는 등 학교의 성장을 통해 변화를 꿈꾸는 혁신의 원리가 어떻게 구현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열고 있다다양한 형태의 도전이 지역화와 맞물려 경기혁신교육의 지평을 바꿔나갈 수 있는 동력이 되리라 예측하며 광명 충현중의 새로운 도전을 취재하였다.         


충현중학교 혁신부장 이연희 선생님(왼쪽)과 학생자치부장 김지은 선생님 ⓒ백원석

   

8년차 종합평가교인 충현중에서 콘퍼런스를 주간(5)으로 기획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 여러 학교의 콘퍼런스를 다녀보면 하루에 2~3시간 정도 얘기하고 끝나는 것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혁신학교 지정 8년차 학교는 그 학교만의 힘이 아니라 지역의 힘이 함께 했기에 지금의 성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 학교가 성과를 많이 내서가 아니라 같은 지역의 학교 구성원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실천 사례 등을 함께 공유하고 나누는 자리를 만들어 보고 싶어서 “콘퍼런스를 주간으로 하면 어떠냐?”는 제안을 하게 되었어요.      



이연희 혁신부장님의 제안을 처음 들었을 때 부담은 없었나요?

 :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어요.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벌일까 했었어요. 그런데 준비를 함께 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8년 사이에 구성원들이 바뀌면서 저를 비롯해서 충현중 교사들의 혁신 철학과 비전이 많이 희미해졌구나!’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 저를 돌아보고 성장하는 계기로 삼자는 생각에 저도 나서서 다른 선생님들께 함께 하자고 했어요. 그러다보니 저희 교직원이 43명인데 그 중에 14명이 T/F팀에 참여하게 되었답니다. T/F팀에 참여한 분들도 “다른 학교 콘퍼런스처럼 하루 만에 잔치하듯이 하지 말고, 주간으로 해서 깊이 있게 얘기 나누는 것이 좋겠다.”고 하셔서 주간으로 5일 동안 진행할 수 있었어요.     

 : 그리고 저희가 본래 2학기에 계획 되었던 행사를 한 주간으로 모은 것뿐이지 별도로 진행한 게 아니라서 더 거부감이 없었어요. 월요일의 주제였던 ‘학교민주주의’는 올해 광명 혁신실천연구회의 주제이기도 해서 마침 연구회 모임을 그날 하게 된 것이고요. 화요일의 주제였던 ‘학생자치’도 소하중과 2학기에 연합으로 하고자 했던 것을 다른 초중고에 확대한 것이에요. 수요일은 원래 저희 학교 전문적학습공동체 모이는 날이라서 수업에 대해서 얘기하게 되었고요. 목요일 주제였던 ‘생활교육’은 다른 학교도 자체평가 및 내년도 계획 수립을 위해 학기말에 시간을 갖는 것처럼 저희도 여전히 어려운 ‘생활교육’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를 해보고 싶었어요. 금요일에는 이런 주제별로 진행했던 콘퍼런스에 대한 총평의 시간이 필요했기에 잡은 것이고요.   

      


콘퍼런스 주제가 요일별로 다른데 어떻게 선정했나요?

 : 우선 전학공 시간에 사전협의를 했어요. 그리고 혁신 4대과제별로 나눠서 보니 특히 우리 학교에서 안 되는 것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그것을 가지고 월드카페로 1차 협의를 하고, 다시 의견을 모아 2차 협의를 해서 요일별 콘퍼런스 주제를 선정하게 되었어요.    

      


콘퍼런스 주간에 교실개방(수업공개)도 5일 동안 했는데 이에 대한 선생님들의 반응이 궁금해요.

 : 사실 선생님들의 심적 압박이 무척 컸습니다. 어떤 분은 ‘벌거벗은 느낌이다.’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5일 내내 수업을 공개하다보니 잠깐 쇼하는 것처럼 할 수가 없어서 오히려 작위적인 설정이 안 되었다고 생각해요. 모두 민낯을 드러내다보니 동료교사에 대한 애잔함이 더 생겼다고도 했어요. 그리고 수업을 보고 나서 뭘 얘기해야 할지가 뚜렷해져서 우리가 안 되는 지점이 이젠 보이더라고요.          


2018 충현중학교 성장나눔 콘퍼런스 3일차 ‘수업을 통한 교육적인 성장’ ⓒ충현중



저는 특히 화요일에 했던 학생자치’ 콘퍼런스가 인상적이었는데요담당교사로서 어떠셨어요?

 : 학생회에서 ‘학생자치’ 콘퍼런스에서 다룰 소주제를 정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어렵게 가지 말고 우리가 안 되는 걸로 해보자.”고 제가 제안을 했어요. 그랬더니 학생회에서 “우리는 학생회의 자치활동은 잘 되는 편인데, 학급자치와 학년자치는 잘 안 되는 것 같다.”며 그것을 주제로 선정하더라고요. 그렇게 주제를 정하고 나서 학생회에서 1차 협의를 하고, 2차는 관심 있는 선생님들을 모시고 함께 협의를 했어요. 그렇게 2차 협의가 끝나고 나서 학생회 임원들이 ‘우리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았다. 제 3자의 입장을 들으니까 놓치고 있는 부분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콘퍼런스가 끝나고 나서는 지역의 초중고 학생회와 함께 얘기하다보니 자신이 모르는 것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어요. 그 뒤로 학교 행사에 학생회 임원들이 겁 없이 뛰어들면서 “저희가 하겠습니다.”라고 말하게 되었다니까요.     

 : 사전에 학생과 교사가 함께 협의를 진행하고 나니까 선생님들께서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 학생자치에 대한 기본적인 것은 배우고 올라온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이들 대부분이 학생자치에 대한 사전 경험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해요. 그래서 저희가 적절한 시민으로서 기초적인 훈련을 학교에서 제공해야 되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분도 계셨어요. 저희는 한 동네에 초중고가 함께 있으니 앞으로 리더십 캠프를 교육청에서 주관해서 진행하는 것보다 초중고 연합으로 학생회에서 기획하고 교육청은 지원을 하는 형태로 운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교육청에서도 저희의 이런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시겠다고 하셨어요.     


2018 충현중학교 성장나눔 콘퍼런스 2일차 ‘학생자치를 말하다’ ⓒ백원석



콘퍼런스 결과가 내년도 혁신학교 운영에 어떻게 반영이 되나요?

 : 콘퍼런스 끝나고 팀별로 자체 평가회를 가졌어요. ‘학교 민주주의’팀에서는 내년 업무분장에 나온 의견을 반영하기로 했고요. 학생자치는 학년중심 교육과정에 맞게 학년자치를 강화하기로 했어요. 전학공은 올해의 기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했고, 생활교육은 학생생활・인권규정을 헌법화하여 인권에 대한 기본 가치만 싣고 나머지는 생활협약을 통해 현실화하자는 얘기가 나왔어요. 학부모에 관해서는 자치 역량을 강화해서 학부모들이 교육과정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혁신부장이 이연희 선생님이라 가능했던 거 아니냐는 시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지금 변화를 요구하는 사회의 흐름 속에 제가 마침 충현중이란 곳에 근무하게 되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지 않나 싶어요. 저는 ‘학교에서 잘 안 되는 부분을 인큐베이팅(Incubating) 하는 것’이 혁신부장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렇게 해서 어느 정도 문화가 구축되고 시스템이 갖춰지면 해당부서로 그 업무를 이관해서 그 부서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그런 역할은 꼭 제가 아니어도 충현중에서는 누구나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내년에 콘퍼런스를 준비하는 학교에 도움이 될 만한 노하우를 말씀해 주세요.

 : 많은 선생님들께서 주간으로 진행하는 콘퍼런스에 참여하면서 자기가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해요. 어느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동료성은 술을 먹는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함께 하면서 만들어진다.’고요. 저는 이번 콘퍼런스를 준비하면서 짧은 시간 동안 집약적으로 주제를 정해서 토론을 하고 준비를 하다 보니 동료성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콘퍼런스는 학교가 잘하는 것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 안 되는 것을 드러내며 지역의 선생님들과 함께 대안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따라서 2년차 성장 나눔은 학교 안에서 구성원들이 그동안 수고한 것에 대한 위로와 축하를 하는 자리로 만들고, 4년차는 지금의 콘퍼런스 형태를 유지하고, 8년차는 지역의 책임감을 가지고 지역과 함께 우리 지역의 문제를 다룰 수 있는 형태로 운영되었으면 해요. 저희처럼 혁신 8년차의 학교가 지역 내에 여럿 있으면 상반기부터 콘퍼런스의 큰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맞는 학교별 작은 주제를 정해서 하나의 맥을 가지고 콘퍼런스가 진행되면 정말 좋겠어요. 그래서 콘퍼런스가 끝나면 지역의 성과로 남아 학교만이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모든 학교들이 함께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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