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초등학교 교장 박상혁
작은 학교 통폐합이 진행되면서 양평의 서쪽 끝에 위치한 서종면도 절반의 학교가 사라졌다. 남아있는 서종초, 수입초, 정배초도 ‘1면 1교’ 정책에 의해 서종초등학교만 남고 모두 폐교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전국에서 ‘전원주택 희망지 1순위’라는 서종면은 꾸준한 인구 유입이 이루어지고 있었으나 은퇴 후 주거를 희망하는 노령인구 중심의 유입이었고 자녀를 가진 젊은 세대들의 유입은 거의 없는 실정이었다. 이러한 지역에 학교를 중심으로 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학생 수 감소로 인해 본격적인 폐교가 진행되고 있던 정배분교는 서종면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학교였다. 이러한 정배분교에 대안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던 학부모들이 벽지 분교 살리기를 통한 새로운 학교 만들기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다수 전입해오면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분교의 장점을 적극 활용한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마을과 함께하는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주변의 자연 환경을 활용한 생태 교육이 특성화되면서 정배분교의 학생 수는 100명이 넘게 되었고 구성원들 간의 치열한 논의 끝에 분교에서 본교로 전환되는 전국에서 보기 드문 사례를 남기게 된다.
양평의 가장 서쪽에 위치한 수입초등학교는 벽지 학교로, 한 때 학생 수가 30명 정도로 줄어들면서 양평에서 통폐합 1순위에 지목된 학교였다. 그러나 구성원들의 협력을 통한 학교 공동체 문화 만들기의 노력으로 학생 기획력과 참여를 중시하는 ‘학생중심형 교육과정’, ‘말하기, 쓰기, 읽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기초 학력 및 표현 능력을 강화시키는 수업, 텍스트 변화를 중심으로 한 ‘온작품 읽기’ 등으로 학교 교육의 질이 높아지자 학생 수도 같이 늘어나게 되어 한 때 학생 수 140명이 넘는 서종면에서 가장 학생 수가 많은 학교가 되기도 하였다.
서종초등학교는 수입초등학교와 정배 분교가 교육과정 특성화를 통해 학생 수가 늘어나면서 결과적으로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경향을 꾸준히 보이게 되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 혁신학교를 신청하고 교장공모제를 통해 남한산 초등학교의 김영주 교장을 세우면서 학교의 변화에 대한 기대 심리가 높아지고, 학교 혁신의 경험이 많은 교사들이 학교로 전입하면서 ‘삶이 되는 교육과정과 수업’을 목표로 하는 학교로 변화되고 있어 급격하게 학생 수가 늘게 되었다.
서종면에 유일하게 있는 중학교인 서종중학교는 사립학교로 학생들에게 가고 싶지 않은 학교로 평가되고 있었다. ‘내부형 공모제’를 통해 최형규 교장이 부임하면서 사립학교 분규라는 복잡한 내부 문제들을 수습하고 ‘마을과 가까워지는 학교’, ‘존중과 소통이 있는 학교’, ‘학생들 자신의 삶을 기획’하고 ‘학생들의 자존감을 세우는 학교’라는 교육 방침을 통해 학교 교육과정을 개선하고 혁신학교 지정을 받는 노력들을 통해 가고 싶지 않은 학교에서 가고 싶은 학교로 변모하게 된다.
서종중, 서종초, 수입초, 정배초는 모두 혁신학교이며 공모교장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서종면 4개 학교의 학교장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모인다. 교장들이 모인다는 것에는 다른 곳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장지구협의회’가 떠오를 수 있지만 모임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를 들어보면 그 차이를 금방 알 수 있다. 대화의 주제는 주로 각 학교에서의 고민과 지역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러한 주제들은 단순히 푸념으로 그치지 않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의로 진행된다. 마을과 학교와의 관계 설정과 협력 방안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 나누고 단위학교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 지역의 교장들이 다 모이다보니 서종면이 가지고 있는 학교나 지역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추진할 수 있다.
초기 혁신학교들의 모델은 단위학교의 변화를 모색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단위 학교 모델은 학교의 구성원이 변하는 시점이 되면 큰 위기를 맞이한다. 학교의 혁신을 지속할 수 있으려면 그 학교가 가진 문화를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을 가진 교사들이 필요하다. 이것은 시스템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자발적 교사모임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 단위가 공간을 공유하고 있는 마을의 교사들이라면 더 바람직하다. 학교 간 교류와 마을 교사모임을 통해 마을의 교사로서 정체성을 세우게 되면 지역과 학교에 대한 사전 이해 속에서 학교 간 교류가 이루어지는 학교로 전근을 가게 될 것이고 이러한 문화는 혁신학교를 지속 가능하게 해주는 가장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우선적으로 기존의 양평 교사 모임을 새롭게 구축하여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각 학교의 상황을 공유하며 상호 지원이 가능한 네트워크를 세우는 것이 필요했다. 다행히 양평 교사 모임이 새롭게 만들어져 양평 지역의 단위학교 대표자들과 모임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교사들이 정기적으로 모이고 있다.
서종 지역의 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 것은 양평 지역 모임을 만드는 것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왜 단위 학교를 극복하고 마을 학교로 함께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2016년에는 워크숍 성격의 ‘마을교육과정 만들기’ 연수를 통해 마을교사모임의 필요성과 의의를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고, 2017년에는 서종마을 학교장 협의회를 정례화하고 4개 학교 주무부장들의 협의를 통해 마을교사모임을 준비해 나갔다. 그리고 2018년에는 서종, 정배, 수입초등학교 교사들의 협의회가 정례화 되어 월 1회 각 학교를 돌아가면서 협의회가 진행되고 있다.
교사들의 협의회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마을모임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교장들에게 역할이 있었지만 지금은 교사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의미 있게 볼 일이다. 교사들의 모임은 학년 군별 협의회로 진행된다. 5-6학년군은 북한강 옆에 자리 잡고 있는 서종초의 자연적 환경을 활용한 ‘뗏목으로 북한강 건너기 프로젝트’를 세 학교 교사들이 함께 기획하여 마을의 지원을 받아 진행을 했다.('양평시민의 소리' 기사 :http://www.ypsori.com/news/articleView.html?idxno=14032) 3-4학년군은 지역화 교육과정에 대한 고민을 나누며 서종면 마을교육교재를 만드는 일을 함께 하여 ‘서종마을이야기’라는 지역화 교재를 만들어 냈다. 1-2학년군은 만나서 ‘교사와 아이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교육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 겨울에 준비되고 있는 ‘마을학교 협동워크숍’을 통해 2019년에는 학교 간 협력의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질 것이고 중학교를 포함한 4개 학교의 교무부장들이 만나 2019년도 학사 일정을 함께 만들기로 합의되어 지역의 교사와 아이들의 교육활동 시 시간의 동질성으로 인해 함께 할 수 있는 여지가 더욱 커질 것이다.
서종초 교사들이 서로의 삶을 나누던 ‘무너미 교사 글모음’을 정배초, 수입초 교사들까지 확대하여 발행하고 있다. 초임 교사의 고민부터, 특수학교에 있던 운전기사님의 이야기, 많이 아팠던 보건선생님 이야기, 혁신학교를 고민하는 이야기 등 참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이 교사들의 글나눔을 통하여 서로를 더욱 가깝게 하고 있다. 연말에는 작은 문집으로 엮어서 발표회를 할 예정이다. 출판협동조합 이야기도 주목할 만하다. 아이들이 쓴 시 발표와 전시회, 문집 발간, 그림책 발간, 교사 글모음, 서종 마을 교재 등 서종마을교사 모임에서 나오는 자료들을 출판할 준비를 하고 있다. 교사들은 이런 협력적 활동을 통해서 지역과 교사들, 학생들의 삶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군 단위의 작은 면에서 이렇게 여러 개의 학교가 각자의 사연으로 통폐합을 극복하고 안정적인 학교 운영을 하는 사례도 흔치 않지만 단위 학교를 넘어 바로 옆에 있는 인근학교와 경쟁을 내려놓고 협력을 통해 함께 공생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인근 학교와의 협력이 시작되면 작은 학교가 가지고 있는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 서종면의 작은 학교들도 단위 학교의 성공이 다른 인근 학교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서종면 작은 학교들의 시도는 이제 시작 단계이고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시도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적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 서종면의 교사들이 마을 교사로 자리매김하게 되면 인사를 통한 교류가 이루어지게 되면 각 단위학교가 고민하고 있는 지속성에 대한 답을 제시해 줄 것이다. 또한 ‘학교공동체’의 영역 확대를 통해 마을과 함께 하는 ‘교육공동체’에 대한 비전도 세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서종마을교사모임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고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를 바라는 것도 어렵지만 교사들 간의 자발적 실천과 이야기 나눔에서 자발적 배움의 계기가 마련되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학교 간 협력을 바탕으로 한 마을 학교 만들기의 의미 있는 사례가 만들어 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