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초등학교 교장 이성호
본 글은 '2018학년도 10월 교육과정성찰회'에 선행초 교직원에게 발표한 것입니다.
공모교장으로 확정되고 취임 전까지 잘 할 수 있을까 하며 걱정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교장 역할을 하는 것은 내게는 처음으로 해보는 낯선 경험이고, 많은 영향력을 주는 자리여서 신중을 기하면서도 명확한 판단과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승진의 길을 걷지 않았어도 교사로서 얼마든지 교장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관리자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보다 교사의 입장에서,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다.
교장은 학급운영이나 교과수업을 맡지 않으니까 학교 전반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디에 문제가 있고, 어떤 지점에서 어려움이 발생하는지를 볼 수 있다. 학교에 있는 여러 학교 구성원들의 모습, 학교의 공간, 예산 등 전반을 보기 때문에 교사로서 학교를 보았을 때와는 많이 다르다. 문제는 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교사들과 다른 관점으로 본 것을 구성원들과 함께 풀어가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교장으로서 낯선 경험을 축적하며 노하우를 쌓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교장으로 지내는 동안 무엇을 보고 느끼는지를 매일 기록하고 있다. 이 기록이 쌓이면 분석할 수 있는 자료가 되어서 교장으로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선택과 집중’을 실행해야 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꼭 필요한 일이다. 무엇을 선택하고 집중할 것인지를 알려면 현재의 상황 분석을 먼저 해야 한다.
내 학교에서의 생활은 아침맞이부터 시작된다. 교문에 서서 아이들을 맞이하면서 인사를 나눈다. 누가 일찍 오고 늦게 오는지, 형제, 자매, 남매인데 따로 오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보통은 견원지간으로 지내는 남매가 손을 맞잡고 오는 아이들도 있다.
30분간의 중간놀이, 1시간의 점심시간은 아이들의 자연스럽고 활발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이다. 운동장, 뒤뜰, 복도 등 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의 모습을 관찰한다. 수업시간이 아닌 다른 자유로운 시간에 지내는 아이들을 보는 것은 좀 더 솔직한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후 시간에는 선생님들과 간담회, 부장회의 등 각종 회의에 참여한다. 이 자리에서 서로 조정하거나 학교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본다. 갈등 및 민원해결도 중요한 일과다. 아이들간에, 학부모와 교사간에 일어나는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것도 교장으로서 중요한 일이다. 교장이 좀 더 전향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서면 상당부분의 갈등이 해결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학교의 최고 책임자로서 갈등 당사자들이나 민원인에게 문제해결이나 협력의 의지를 보여주면 신뢰를 형성하여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열쇠가 된다.
학생중심교육과정을 실현하려면 먼저 아이들 상황을 알아야 한다. 현재 선행초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다른 아이들과는 어떤 관계를 맺는지, 어떤 말을 하고, 어떤 놀이를 하는지 등을 제대로 파악해야 아이들을 이해하고, 아이들에 맞는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 그래서 아침맞이, 중간놀이, 점심시간에 아이들을 모습을 지속적으로 관찰 기록을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관찰에 의하면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공통적으로 하는 놀이가 있고, 각 학년별로 혹은 공간에 따라 노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공통적으로 하는 놀이는 달리고 잡는 술래잡기 놀이 종류(런닝맨, 좀비게임 등)다. 모래놀이터나 학교 뒤뜰에는 저학년 아이들이 노는 공간이다. 남학생들은 주로 운동장에서 축구를 한다.
저학년 아이들은 곤충, 식물 등에 관심이 많다. 특히 이 아이들이 곤충을 찾아다니는데, 메뚜기를 잡거나 달팽이 및 잠자리, 심지어는 송충이도 잡는다. 2학년 남학생이 송충이를 잡은 플라스틱 병을 보여준 적이 있다. 그냥 손으로 잡길래 송충이를 손으로 잡으면 피부에 가려움증이 생긴다고 말을 해 주었다. 우리학교 송충이의 천적 중에 더 무서운 것은 새가 아니라 저학년 남학생들이다.
아이들을 보면 각각의 아이들이 갖고 있는 사연을 발견하게 된다. 가령 요즘 2학년 1반의 00이가 달팽이를 잡는 이유는 자기네 집에 고슴도치를 키우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뒤뜰의 보드블록이 자꾸 들어내는 이유는 그 속에 있는 벌레 등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를 돌아다니다 보면 우리 아이들의 대견한 모습을 보기도 한다. 2학년 때부터 다른 아이들과의 갈등 때문에 담임교사들을 힘들게 하고 기린마을을 자주 갔던 현재 4학년 아이의 모습도 놀라웠다. 1학년과 3학년 남자 아이가 싸우는 것을 말리며 중재를 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 아이는 싸운 아이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말하게 하고, 부탁하는 말로 마무리를 하였다. 아이들의 모습을 보러 다니지 않았으면 보지 못할 소중한 광경이다. 자기가 경험했던 중재를 다른 아이들에게 적용하다니... 그동안 꾸준하게 해 왔던 NVC(비폭력대화)가 나름 아이들에게 시간이 지나면서 영향을 주고 있었구나 싶었다.
우리학교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데, 여러 가지 활동 때문에 너무 바빠서 아이들을 놓친다는 것은 모순이다.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정리해서 중심 줄기가 되는 것들을 선별해서 중심축으로 놓고, 그 외의 것들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정리해야 한다. 현재 이러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은 향후의 선행초의 모습을 결정지을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며, 교장으로서 내실있게 진행되도록 지원에 힘을 쏟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