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밤, 야생의 울음을 듣다.
나는 그의 목소리에 밀려 백 미터 정도는 날린 것 같다. 어쩌면 나와 닮은 황량함을 찾아 이 땅에 온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그러기엔 넘치는 습기와 냉기가 내 편이 아니었다. 사막이 이렇게 추웠나. 말로만 들었었지 땀만 삐질 거리던 낮에게 느끼는 배신감이 크다.
눈을 반짝 뜨니 전갈인가 쇠똥구리인가. 침낭 속에 있는 안경을 찾기 귀찮아 움직이는 작은 물체를 포기한다. 돌아누운 그는 잠이 들었나. 혼자였어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은데. 살짝 솟은 모래언덕에 머리를 대니 바스러지는 통에 그냥 베개는 포기하기로 한다.
그는 추운지 잠에서 깨어 침낭 끝을 여미고 있다. 저 멀리 영화에서나 듣던 늑대의 울음을 듣기 전 까지는. "이 소리, 늑대 맞지요?" 묻는다 한들 나라고 알리 없지만 동물의 울부짖음에 본능이 깬다.
안경을 찾아 쓰니 역시 전갈이 맞다.
새끼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아주 작은 녀석은 제 갈길을 꾸준히 가기에 내버려 두고, 해가 진 하늘을 돌아보며 별이 총총 박힌 사이로 입김을 뱉는다. 저 멀리 낙타 몰이꾼들은 조용히 낙타 곁에서 잠을 자고 있으니 얼마나 많은 소음이 여태 나의 밤을 감싸고 있었는지 깨닫는다.
춥다고 해서 추위가 가시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그 소리를 입 밖으로 내야만 하는 사람이었다. 움직이면 차라리 나으련만 잠이라는 녀석은 멈춘 자세로 꾸준해야 오는 것이라, 나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이대로 잠들면 죽지는 않을까. 이렇게 가득 쌓인 모래라도 덮어야 하는 건 아닐까. 그런 와중에 그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 내게 다가온다.
"저기요, 일어나 봐요. 우리 불이라도 피워야 하는 건 아닐까요. 이러다가 얼어 죽어요. 아니면 좀 가까이 붙어있기라도 하죠. 징그럽긴 하지만 뭐 어때요. 아까 전갈도 지나가는 것 같던데 혹시 독이 있지는 않을까요."
그거 참, 엄청 투덜대네.
나는 그에게 투덜이 스머프 같다고 쏘아붙인다. 한두 번 이어야지. 신경을 쓰지 않으려, 잠드려 애쓰는 내게 자꾸 말을 거니 좀 짜증이 났다. 난 아무렇지 않다고, 강해 보이려 일부러 타박하는 모습이기도 했다. 까짓, 잠도 달아난 마당에 일어나 그를 퉁명스럽게 달랜다.
그는 나의 표현을 적지 않게 들어보았다 한다. 처음엔 그 말마저 부인하기에 바빴으나 이제 그 말에 대한 대답을 제대로 정한 상태란다. "어이쿠 제대로 보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배역에 이미 익숙해져 버린 상태로. '인정하면 편하니까요.'라고 덧붙임 말도 잊지 않는다.
침낭을 당겨 가까이 눕고, 몰이꾼들이 버리고 갔는지 모를 담요까지 주워 그 위를 덮고 나니 딱 기분 좋은 무게감에 전혀 그럴 리 없을 따뜻함까지 느껴진다. 알고 보니 나와 참 닮은 그 사람과 꽤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를 나눈 것 같았지만 생각보다 시간은 늦지 않았다. 시계를 왜 가져왔는지에 대한 후회도 생긴다. 그럼 내가 이 사람과 새벽 서너 시까지 밤을 지새우며 수다를 떨었다는 기억쯤 남을지도 모를 일인데.
잠에서 깨어 눈을 비비다 작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얼굴 위 옅게 한 풀 덮인 모래의 까슬함에 실감 나는 사막의 밤. 얼굴을 털기도 전에 들리는 어떤 주문. 낙타 몰이꾼의 기도소리. 동트는 사막을 배경으로 절을 하는 그의 기도를 정신없이 바라본다.
기도를 마친 그가 다가와 잘 잤냐며 말을 건네기 전까지 나는 몽롱하다. 어제 내 옆에서 잠들었을 사람을 깨우기 위해 그제야 작은 움직임을 일으키는데 그 곳엔 아무도 없다.
꿈을 꾸었나 보죠.
아니, 분명 꿈은 아니었는데.
이상하리만큼 나와 닮았던 그 사람을 떠올리려는 나의 발치에 쇠똥구리 한 마리가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