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역시 원숭이가 아니다.
찰칵. 셔터음이 들렸다.
아직 멀리 가지 못했다. 기민한 촉으로 알아챈다. 분명 앵글은 화살처럼 나를 향하고 있었다는 걸. 누구보다 예민하고 빠르게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손목을 잡는다. 잠깐 휴대폰 확인 좀 합시다.
물질을 마친, 연세 지긋한 할머니가 버럭 소리를 내지른다. 뭔데 함부로 나를 찍나! 분노가 가득 담긴 목소리에 벗어던진 물안경과, 말없이 카메라를 들이대던 남자에게 치켜든 갈고리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남자는 아랑곳없이 되려 성을 낸다. 찍던 말든 무슨 상관이냐며.
그러나 뒷걸음질을 하는 남자의. 스스로 잘못을 아는 그 움직임이 나는 너무나 싫었다.
남자는 잘못을 알고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 사진을 찍게 해달라며 쉽게 내던 푼돈이 여기선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도. 역정을 내던 해녀는 이내 자신의 사진을 지워낸다. 얼마 전, 다녀간 방송국의 사람들 이후 맞는 첫 주말의 아침. 낮게 깔린 제주도의 외딴섬은 참으로 요란했다.
작은 화면 안에는 내가 가득했다. 영어를 알아들으면서도 일부러 알아듣지 못할 언어를 이용하여 말하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게 만들려는 생각인지. 졸렬한 느낌을 받는다. 나 역시 그가 알아들을만한 언어로 열심히 나의 분노를 전한다. 금세 유치해져 버린 상황에 자괴감이 들면서.
결국 치사한 거야 사람들은.
나의 하소연을 비집고 들어온 친구가 말한다. 주변에서 말릴 정도로 언성이 높아졌지만 나는 끝내 휴대폰을 빼앗아 나의 사진을 지워냈다. '나 하나쯤이야'가 만연한 세상에 '나 하나만이라도'를 실천하는 사람은 아마 스트레스로 일찍 죽어버리고 말겠지. 그러나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으래야 않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어. 바로 너처럼. 그러니까 자랑스러워해도 괜찮지 않을까.
결국 꼬리를 말며 도망갈만한 사람들이라는 거지. 그는 덧붙였다. 자신이 별 생각 없이 여기던원숭이가 이 정도로 화를 낼 줄은 몰랐을 테니까. 그래 신기하다는 이유만으로 나 역시 함부로 그들을 찍을 권리는 없으니까. 내가 이만큼 기분 나쁜 것처럼.
온 동네를 누비다 다시 한 번 시비가 붙는다. 손가락을 흔들어 찍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건만 셔터음조차 요란하게 나를 찍어댄다. 내가 그를 제지하러 걸어가는, 가까워지는 와중에도 셔터를 끊임없이 누르는 모습에 나는 찰칵, 찰칵 분노가 쌓여 휴대폰을 빼앗아 그대로 내팽개치고 말았다.
나는 너희에게 언제나 말해. 사진을 찍어도 괜찮겠느냐고. 난 원숭이가 아니야. 네가 원숭이가 아닌 것처럼.
또다시 붙은 언쟁에 그가 나에게 불같이 화를 내자 사람들이 구름 같이 몰려들어 버린다. 아뿔싸, 기어코 일을 내고야 말았구나. 나는 경찰서로 갈지도 모르는 일이겠다. 그나마 값비싼 휴대폰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에 우스워지고 만다. 사람들조차 모두 나를 경찰서로 데리고 가겠지.
이 사람은 매일 같이 우리에게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을 땐 매일 같이 물어봐. 너는 도대체 뭐길래 함부로 사진을 찍고 우리 나라를 망신시키는거야! 이 나쁜 자식아!
일을 하다 말고 수 없이 몰려든 그들은 전부 나의 친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