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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한얼 Haneol Park Apr 13. 2024

혼자서도 잘 지내는 방법

오늘의 생각 #79


혼자서도 잘 지내는 방법


*이 글은 제가 혼자서는 불안하고 외롭고 슬픈 느낌이 들 때 스스로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은 인사이트들을 정리해 본 것입니다.



1. 대화 상대가 없어서 답답하고 힘들 땐 나와 대화를 나눈다. 친구나 타인에게 의존하고 들어 달라고 내 얘기만 실컷 하는 건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예의가 아니다. 내 얘기는 나 스스로한테도 실컷 해줄 수 있다. 바로 '글쓰기'로 말이다. 일기를 쓰든 메모장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보든 그것은 자기 자신과의 대화가 된다. 내가 쓴 내 생각을 보고, 이해하고, 그것에 대한 또 다른 생각들을 이어서 써 내려가고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내 말에 대한 나의 대답, 즉 대화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내 안에 '수많은 나'들이 있기 때문에 나는 나 혼자서도 충분히 대화가 가능하다.


2. 고통스럽고 힘들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 다들 자기 자랑을 올리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요즘의 SNS 중심 세상에 회의감을 느껴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돕기보다는 자기가 관심받고 인정받는 게 더 중요한 시대가 되어버렸다. 내가 늘 잘하고 있다는 확신을 느끼고 내가 행복한 사람이라는 믿음을 얻으려면 진실된 것들에서 의미를 느껴야 하고, 그런 것들을 나 자신에게 찾아주어야 한다. 핸드폰 세상 속에는 편집된 것들, 보정된 것들, 필터가 씌워진 것들, 보기 좋게 꾸며진 것들, 부러움을 사기 위해, 많이 팔기 위해, 관심받기 위해 과장된 것들이 90퍼센트 이상이다. 거짓말로 지어진 도시 속에서 나에게 진실된 것들은 과연 무엇일까? 통찰하고 발견하는 시간을 꼭 가져보자.


3. 성격대로 살자. 억지로 내가 아닌 것들을 해서 남을 속이고 나를 속이지 말자. 억지로 해봤자 재미도 없고 삐걱거리기만 한다. 내가 내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점 때문에 누군가와 각별한 사이가 될 수도 있고 어떤 상황에선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겐 매력으로 보일 수도 있고 그 단점을 장점으로 봐주고 보완해 주는 사람을 만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타고난 대로 살아도 문제없고 타고난 대로 살 수 있으니 참 감사하고 좋은 것이며 타고난 걸 모두 바꿀 수는 없을 만큼 유전자의 힘은 대단하다. 그 힘이 곧 다양성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다. 를 인정해 주고 받아들이자. 그래야 타인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그렇게 하는 게 오히려 내 성격을 더 잘 다듬는 방법이다. 타고난 단점을 억지로 고치고 없앨 시간에 장점을 극대화하자.


PS. 나 같은 경우에는, 내가 돈에 대한 감각이 매우 떨어진다는 것, 그 대신 예술적인 감각이 많이 타고났다는 걸 깨달았고 받아들였다. 억지로 돈을 밝혀보려고 해도 잘 안 된다. 나는 특별한 계기가 생기지 않는 한 부자는 못 될 것 같다. 그래서 평생 예술가로 살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연애할 때 상대방에게 많이 의존한다는 것, 그래서 독립적인 연애를 억지로 하려고 노력해 봤지만 내 성격으로는 도저히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고 받아들였다. 그래서 사랑을 할 때는 의존도 하고 의지도 하고 어리광도 부리고 다 하려고 한다. 그게 나한테 가장 잘 맞고, 그게 나니까!


4. 벅차고 숨 막히는 현실 속에서 가져야 할 태도는 바로 알아차림이다. 알아차림은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인간의 자극-반응(자극이 오는 대로 반응하는) 시스템 하드웨어를 뛰어넘어 다음 단계로 영적 진화를 이루는 방법이다. 작년에 이어 요즘도 김주환 교수님의 강의를 많이 찾아 듣고 있는데, 아직은 부족함이 많지만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살다 보면 늘 좋을 수만은 없고, 평화롭고 일상적인 날들도 있지만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질 때도 있다.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것만 같고 무언가가 쫓아오고 있는 것처럼 불안하고 주눅 들고 숨 막힐 때, 우리는 생존 위해 심장이 두근거리고 몸에 긴장이 들어가고 머리가 뜨거워지는 것이다. 그런 생존 수준을 넘어서서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가 지금 이러이러한 것들 때문에 불안하고 무섭고 힘들구나.라는 걸 알아차리고, 자극과 반응 사이의 간격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전에는 해본 적 없던 새로운 선택을 하고, 대응을 해나가고, 그렇게 의도와 결과 간의 괴리를 천천히 줄여나가야 한다. 이것은 많은 시간과 수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이것은 원시적인 생존의 시스템(편도체 활성화)을 넘어서서 의식(전전두피질)이 깨어있는 전뇌적인 인간이 되기 위한 연습이기 때문이다.


5. 포기할 건 포기하고, 남들이 좋다고 하는 삶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삶을 살자. 남들이 가진 것들을 보면 부럽다. 근데 그건 내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게 그들의 것도 아니다. 이 땅 위에 잠깐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빌린 것들 뿐이다. 내가 가진 것들이 나를 규정할 수 없고, 내가 부여받은 이름이 나를 규정할 수 없다. 그들이 가진 것들이 그들의 정체성이 아니고, 그들이 부여받은 직업이 그들을 규정할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사랑받고 인정받고 안전하고 싶을 뿐이다. 그러니 포기하자. 내가 꿈꾸는 이상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상인 것이다. 포기는 실패도 아니고 패배도 아니다. 그렇다고 성공도 아니고 승리도 아니다. 포기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방법 중 하나다. 얻으려는 만큼 잃고, 포기한 만큼 얻을 것이다. 큰 것을 희생해서 작은 것을 얻으려고 하지 말자. 고집부려봤자 나만 힘들다. 슬픔이 없이는 기쁨이 없고 비움이 없이는 채움이 없고 부족함 없이는 만족이 없다. 세상에는 실패도 패배도 성공도 승리도 없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좋은지 나쁜지는 10년은 지나 봐야 안다고 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감사하는 것뿐이다. 만나게 될 인연이면 만나겠지. 될 일이라면 되겠지. 이러나저러나 다 괜찮다. 이래야 되고 저래야 되는 건 없기 때문이다. 그냥 우리가 이랬으면 좋겠고 저랬으면 좋겠는 바람들이 있을 뿐. 포기(받아들임, 내려놓음, 수용, 완전한 항복)는 수동적인 자세가 아니라 삶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다. 과거나 미래는 없다. 지금 이 순간을 살자.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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