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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오늘의 생각 #127

by 박한얼 Haneol Park


꿈을 꿨다.
우리는 현실을 살아가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지 못해
편집 편집 또 편집
겪는 것도 현실이 아니고
생각하는 것도 내가 아니고
아는 것만이 나라는 사실이 신비롭다
그것 외에는 모두 사실이 아니고
진실은 곧 내가 쓰는 이야기.
진실을 모두 내가 직접 만들 수 있다는 건
인간의 창조력에 대한 경외심이 느껴진다.

미안해
너도 알잖아
다 내가 부족해서 그래

행복은 언제나 가까이에 있었다는 걸
조금은 먼 곳을 다녀와야만 깨닫는다
그래서
여행은 새로운 것을 보기 위함이 아니라
새로운 눈이 되기 위함이라는 말이 와닿았다
그리고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왔다.




내가 얼마나 평화롭고 안전하고 아름다운 날들을 보내고 있었던 건지
내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쟁취하고 가지고 누릴 수 있었던 건지
내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주고 내려놓을 수 있는지
모든 것을 시험해 보는 것, 여행.

아직도 난 인간이 되기엔 멀었다.
나의 부족함을 온몸으로 느꼈다.
뇌가 찢어질 것처럼 아팠다.

여행 속에서 나만이 느끼는 온전한 행복의 순간들은
나라서 느끼는 것들이기에
나라서 좋은 삶이 뭔지 이해하게 해 준다.
그 누구와도 비교할 필요가 없어지는 나만의 행복.
나만의 부족함,
나만의 두려움,
그리고 나만의 즐거움.



희로애락이 사라졌던 일상이었지만
여행을 통해 발견했고
그것만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것이며
그 인간다움은 이미 일상 속에도 여기저기 숨겨져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볼 수 있게 되는 상상을 해본다.
모든 걸 새로운 눈으로
새로운 관점으로
새로운 인연으로
또 새로운 경험으로 나아가기를.

모든 게 점점 투명해진다.

그러한 시선을 유지하며 살아가야지.


최대한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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