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카 Dec 25. 2021

즉흥 여행의 묘미

뜻하지 않은 선물



 이번 가족여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내키는대로 즉흥 여행이었다. 그래서 변수가 많았다. 사실 내 여행 스타일은 철저하게 계획하고 그 안에서 자유로운(?) 스타일이라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즉흥여행의 장점은 바로 뜻하지 않은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내가 예상치 못한 곳의 발견이라든지 좋은 인연을 만난다던지 등 그런 것들이 즉흥 여행의 묘미니까.


 여행 일정 중 크리스마스이브가 껴있었고, 크리스마스 이브 날 아침 일어나보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을 보자 우리는 아이들을 위해 무작정 스케이트장으로 향했다. 스케이트장에 도착하니 몇몇 사람들이 스케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입구를 찾아 헤매던 나는 스케이트를 타는 분을 불러 큰소리로 물었다.


"실례합니다. 들어가는 입구가 어디에요?"


"오늘은 영업안합니다."


띠용~ 우짜지 하고 있는데 대장(?)으로 보이는 분이 다가와 인자한 미소를 보이며 물었다.


"스케이트 타러오셨어요? 타고 싶어요?"


나는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네!!" 라고 대답했다.


친절한 아저씨는 컴온 하며 우리에게 손짓했고 우리는 쪼르르 내려갔다. 내향적인 남편은 이때까지도 내 뒤에서 반신반의하며 따라오고 있었다.


 대장으로 보이는 분은 우리에게 신발사이즈를 물으며 너무나도 친절하게 안내해주시면서 이런 경우는 열 번 중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다며 우리가 정말 행운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셨다. 예~예~


 이들을 위한 보조도구도 흔쾌히 내어주시고 입장료며 빌리는 비용 일체 안받으셨다. 말그대로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단,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시간! 아이들과 놀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스케이트장에는 이미 직원으로 보이는 분 열 명 정도가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아마도 얼음상태를 점검하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정비차로 얼음을 정비하고 있었다.

 

 우리가 스케이트를 타는 동안 그 분들은 우리를 배려해주었고, 잘 탄다고 칭찬도 아끼지않았다. 어디에서 왔는지 맛있는 한국식당은 어딘지 궁금해하기도 했다. 대략 50분쯤 탔을 때 눈치를 살피던 남편이 이제 나가자고 했다.  아이들과 신발을 갈아신으려고 탈의실로 들어가는데 스케이트장에 모여있던 직원분들도 우리 뒤를 따라 우르르 들어왔다. 알고보니 우리가 갈 때까지 같이 즐기며 기다려주셨던 것! 이렇게 배려받아도 되는 건가.


완전 감동 그 자체였다.


우리에게 기회를 준 대장은 끝까지 우리에게 친절과 사랑을 보여주었다.


 "행복한 가족여행보내고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라며..


그 길로 퇴근하신 멋진 분!! 엄지 척척척 !!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아서 너무나 행복했고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경험하게 해준 것이 기분이 좋았다. 우리가 받은 사랑을 다른 이들에게 꼭 나누어주자고 약속하며 돌아왔다. 우리 가족에게 선물같은 시간을 준 그 곳 직원분들께 너무 감사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독일 엘스타 회원가입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