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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카 Mar 06. 2023

독일에서 4인 가족 집 구하기

분명히 나와 인연인 집이 나타납니다! 조급하지말 것!

 집 구하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인가? 부동산 가서 집 보고 마음에 들면 계약하면 되는 거 아냐?라고 쉽게 생각했어요. 한국에서는 그게 가능했고, 계약할 돈만 있으면 전월세를 계약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까요. 단지 내 마음에 드냐 안 드냐 그것뿐이었어요. 그런데 웬걸? 독일은 내 마음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죠.


 일단 집을 알아보는 방법은 3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 방법은 집 구하기 어플을 통해 집을 알아보는 것이고, 두 번째는 동네 부동산을 찾아가는 방법, 마지막으로는 지인을 통해 소개받는 방법이었어요. 우리는 첫 번째 방법을 이용하기로 하고 집 구하기 어플에 가입 후 프리미엄멤버십을 가입을 했습니다. 프리미엄 멤버십으로 가입하면 일반 회원보다 먼저 볼 수 있는 집이 많았거든요. 독일에서는 보통 집을 구하기까지 6개월에서 1년이 걸리므로 1년 프리미엄회원가입을 추천합니다.


 집을 구할 당시 우리는 독일 상황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어플에 올라오는 다양한 집들을 보면서 눈이 높아질 때로 높아졌었어요. 현실도 모른 채 말이죠. 간혹 가다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하면 경쟁률이 어마어마했어요. 사람들이 원하는 집과 보는 눈은 다 비슷할 테니까요. 저렴한 가격에 좋은 퀄리티의 집들은 5분도 되기 전에 나가거나 광고가 내려갔어요. 마음에 드는 집이 나타나면 광고를 올린 부동산 혹은 집주인에게 연락을 하게 되는데 이 절차가 한국인 입장에서는 꽤나 우스웠어요. 자기소개서를 보내야 했거든요. 웬 자기소개냐고요? 가족에 대한 자기소개서를 상세히 적어서 메일을 보내야 했어요. 가족사진과 함께 보내기도 하고요. 회사에 이력서 보내듯이 말이에요.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정서가 달라서인지 아무튼 그렇게 메일을 보내고 답장을 기다려요. 열 번 메일을 보내면 한 두 번 답장을 받아볼 수 있는데 그마저도 안타깝지만 너는 탈락이다라는 내용의 메일이었어요.


 집주인이 세입자를 고르는 기준이 아주 까다롭고 까다로워요. 집주인마다 조건이 달라서 자기소개서를 매번 다르게 작성하고 집주인에게 간택당할 수 있도록 빌고 빌어야 했죠.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독일은 세입자 보호법이 강해서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웬만하면 잘 고르고 골라서 들이려고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실제로 월세를 내지 못해도 쫓아낼 수가 없고 나가라고 한 후 세입자가 새로운 집을 찾아 나갈 때까지 1년은 기다려줘야 하는 법이 있거든요. 1년이 지났는데도 세입자가 안 나가고 버텨도 달리 방법이 없고요.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까다롭게 세입자를 고를 수밖에 없는 시스템인 건 맞는 거 같아요.


 운이 좋게 집을 보러 오라고 연락이 오면 온 가족이 다 함께 출동해서 면접을 봐요. 깔끔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 실제 회사 면접 보러 가듯이 단정한 옷차림으로 한껏 빼입고 가는 걸 추천드려요. '이게 뭐야?' 싶지만 실제 상황이랍니다. 집을 충분히 둘러보고 질문도 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면접 보듯이 꼼꼼하게 해야 해요. 또 우리에게만 집을 보러 오라고 연락한 게 아니기 때문에 방심은 금물이에요. 집이 마음에 들었다면 계속해서 집주인에게 어필을 하는 것이 좋아요. 감정호소가 통하는 집주인이 있고, 서류상의 문제가 없음을 증명하여 돈을 따박따박 잘 낼 수 있는지가 중요한 집주인이 있고,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 아시아인을 싫어하는 사람(이건 인종차별이 아니라 아시아인들이 아시아음식을 집에서 해 먹으면 벽지에 특유의 향이 배어서 싫어하는 경우예요.), 그 외에도 본인만의 이유가 아주 다양하죠. 잘 어필했다면 집으로 돌아가서 나를 간택해 주기를 물 떠다 놓고 기다립니다. ㅋㅋㅋ 아휴


 독일에서는 돈이 아무리 많아도 그 돈의 출처가 깨끗한지 중요하게 확인해요. 나중에 문제 생길 일을 애초에 만들지 않는 거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서류상으로 문제가 없고 안정적인 직종에 종사하고 가족이 집을 깨끗하게 잘 사용하고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적은 세입자를 선택한답니다. 이건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요.


 이 집 저 집 쑤시고 다니다가 지쳐갈 때쯤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처럼 우리와 인연인 집이 짜잔 하고 나타납니다. 집을 자세히 둘러보지도 않고 보자마자 "바로 이 집이다!" 느낌이 퐈퐈퐉!! 와요. 그러면 그동안의 시행착오로 쌓인 내공을 발휘해야 하는 순간인 거죠. 집주인에게 간절한 눈빛을 보내며 집 구하기 어려웠던 지난 시간을 하소연하면서 아이들이 여기를 너무 좋아한다고 아이들을 팔아가며(?) 우리 생활권의 최상의 조건인 집이다. 집이 너무 좋다 칭찬 팍팍해가면서 온갖 알랑방구를 뿡뿡뿡 껴요. 일반적으로 방문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다음 사람이 보러 오든지 말든지 집주인을 붙잡고 계속 얘기를 합니다. 월세를 잘 낼 수 있다. 우리는 전혀 문제가 없다. 당장 이 집에 들어올 수 있다. 그러면서 개인적인 질문도 하면서 친밀감을 최대한 형성해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집주인의 눈에 우리 가족이 들어갈 거고 선택될 확률이 높아지는 거죠. 실제로 전 이 방법으로 집을 구했답니다. 물론 집 구하기까지 어슬렁어슬렁 1년이 걸렸고, 이 집을 구하기까지 쓴 고비도 많이 마셨었고요. 눈치껏 잘 들이대시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


 이 집을 구하기 전 엄청 기대했던 집 1군데는 부동산에서 우리가 1순위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집주인이 무슨 연유에서인지 우리를 선택하지 않았고요. 우리 추측으로는 아마 우리가 외국인이라서 그랬던 거라 생각하고 있어요(이렇게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하겠죠). 또 다른 경우는 집 상태가 정말 엉망진창이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여기 할까 하다가.. 두고두고 후회할 거 같아서 안 들어갔어요. 벽지, 바닥상태가 엉망인 데다가 주방도 없어서 수리를 하고 들어가야 되는 집이었어요. 아참 독일은 한국과 달리 주방 싱크대를 들고 다녀요 ㅋㅋㅋ 이게 진짜 문화충격이었는데 여긴 이사 다닐 때 싱크대도 가져가요. 그러니 싱크대가 포함인지를 꼭 확인하셔야 합니다! 또 한 번은 이런 경우도 있었어요. 기존 살던 곳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생활권이라 애들 학교나 유치원을 옮기지 않아도 돼서 위치 때문에 꼭 들어가고 싶었던 집이었어요. 그런데 집주인이 방문자를 수십 명을 잡더니 경매를 시키더라고요? 허허허 어쩐지 가격이 싸게 올라왔더라니.. 나중에 방문자 모두에게 전체 메일로 현재 아무개가 얼마를 준다 했다. 이거보다 더 줄 수 있는 사람~ 하고 보내왔더라고요. 하필 우리가 집 알아볼 때가 가장 집값이 오를 때로 오를 때여서 집주인 중에 갑질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있다더니 딱 그런 사람을 만난 거죠. 어찌나 서럽던지... 그래도 덕분에 집 구하는 스킬이 레벨 업되긴 했었네요. 아무튼 별애별 케이스가 많으니 신중하되, 결정은 빠르게 하시길 바라요. 대화하다 보면 이 사람이 진정성이 있는지 아닌지 대충 감이 오잖아요. 우리도 짬이 있잖아요~ 어딘가 모르게 싸하다 느낌이 안 좋다?! 하면 무조건 패스~!!! 얼토당토 안 한 조건을 내민다?! 패스~


 지금은 우여곡절 끝에 집을 잘 구했고 잘 살고 있습니다. 우리 집주인의 기준도 궁금하시죠? 바로바로바로바로 전혀 예상 못한 조건이었습니다. 바로 글로벌한 친구를 사귀고 싶다! 였어요. 가진 자의 여유가 느껴지지 않나요? 쫌 멋있었다는.. ㅋㅋㅋ 한국을 알고 서울을 알더라고요! 아이들 또래도 비슷했고요. 집 계약하던 날 너무 고마워서 한국 전통 선물 전달했더니 엄청 감동을 받는 모습이었어요. 그리고는 우리가 집에 입주하던 날 택배가 탁!~! 날아왔는데 세상에 독일 전통이라면서 첫날밤 지낸 다음 날 아침에 곡물빵을 만들어 먹으면 잘 산다는 풍습을 알려주며 곡물을 예쁘게 담은 그릇과 찍어먹을 소스(?)와 정성스러운 편지를 보내왔더라고요. '독일에서도 이렇게 마음 따뜻한 사람을 만날 수 있구나' 하면서 그동안 나 홀로 상처받았던 차가워진 마음이 스르르 녹았던 아주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일이랍니다. 당케 당케~~~ 따릉 따릉(서준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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